한국패션산업연구원 단전 위기···경영난 땜질하며 여기까지

패션연 사업 중단 위기에 공동 무료재단실 이용 업체들 반발
패션연 측 전결 규정 개정 요구하지만···대구시, "편법적 대안" 부정 기류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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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을 겪어온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이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까지 몰렸다. 한국전력은 오는 11일부터 단전을 통보했고, 대구시가 한전을 찾아가 단전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사업비 전결 집행을 할 수 있는 경영책임자급이 모두 패션연을 떠나면서 집행 책임 직급도 남아 있지 않은 패션연은 자구책으로 집행 직급을 변경하는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 7일 ‘패션연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전에서 11일부터 전기요금 미납으로 인한 단전 조치를 취한다고 알려왔다”며 “원장과 원장직무대행 부재로 지출 결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알렸다.

이들은 “원장직무대행 부재시 사업책임자와 부서선임자의 전결로 사업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구했으나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반대했다”며 “위임전결 개정을 통해 패션연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전력의 단전 조치로 패션연 운영과 입주업체들은 작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특히 공동 무료재단실을 이용하던 지역 업체들이 대구시에 항의하고 나섰다. 2021년 기준 100개 업체가 공동 무료재단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일 오전 대구시 경제국 섬유패션과 관계자들은 패션연을 찾아 단전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했다. 오후에는 함께 한전을 찾아가 단전을 한 달 정도 미뤄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 사이 요금 미납 등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경제국 섬유패션과 관계자는 “패션연이 전기요금 낼 돈은 있다고 하더라. 결재 라인 문제 때문에 지출결의가 여의치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오후에 패션연 관계자들과 같이 단전을 연기해 달라고 한전에 부탁을 해보려고 한다. 그 사이에 이사회 등을 통해 결제 라인 문제를 해결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패션연과 대구시는 향후 이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패션연 측 입장대로 위임 전결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임 전결에 대구시가 선뜻 동의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업무 정상화 과정이라기보다는 ‘편법적’ 상황을 지속하게 한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사회에서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개정안을 제시해야 대구시가 동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연은 2018년부터 정부 일몰제가 적용됐고,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운영권 이전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패션연 수입구조는 70%가 대구시 보조금, 30%가 정부연구과제 수주 등 자체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대구시와 산업통산자원부는 패션연이 스스로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산자원부 산업정책실 섬유탄소나노과는 “패션연 상황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상황 공유는 하고 있다”면서도 “패션연은 비영리법인으로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곳이니 우리가 규정상 지원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제재에 대한 차원에서 관리감독이지, 경영에 대한 어려움은 저희가 책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도 “우리는 이사진 6명 중 한 명일 뿐이고, 대구시는 관련 지역 사업이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지 관리감독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박경욱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지부장은 “당연직 이사 중 사업비를 지원하는 게 대구시 밖에 없다 보니 나머지 이사들은 대구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전 이사회에서 대구시가 위임 전결 규정에 대해 ‘묻지마 거부’ 입장이었다. 좀 더 일찍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박 지부장은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42조에 따르면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설립 및 지원 규정이 있다.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는 유관기관들이 패션연 자산 처리나 기관장 선출도 보고를 받는다. 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