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황무지] ➁-1. 동영이 엄마 ‘홍기선’씨, “아이와 함께 죽는 것이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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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선 씨는 동영이가 6살 때, 자폐 1급 판정을 받은 뒤, 일생을 아이를 돌보며 아이를 위해 살아왔다. 아이의 장애 때문에 힘들어서 죽음을 생각해본 적도 있었지만, 아이를 위해 학교 특수반까지 만들어가며, 아이를 무사히 졸업을 시켰다.
홍 씨는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지면서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 홍 씨가 살고 있는 칠곡에도 ‘이웃사랑복지재단 월평빌라’와 같은 시설이 들어와서 동영 씨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홍 씨의 또 다른 소원은 동영 씨가 죽고 난 10분 뒤, 자신도 죽어서 함께 손잡고 천국을 가는 것이다.

첫 돌 지나면서, TV가 있으면은 구석에 들어가서 이렇게 하루종일 앉아서 안 나와.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내가 밥을 삶아가지고 먹였거든요. 이렇게 먹긴 먹는데 사람을 안 쳐다보는 거야. 하…이상하다, 이상하다…

대구대 가서 교수님하고 상담을 한번 해보래요. 정신지체라 이카는거라. 난 정신지체가 뭔지, 자폐가 뭔지…하나도 몰랐어, 솔직히 몰랐는데.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교수님, 얘가 보통 인간처럼 살 수 있습니까?” 물어보니깐, “못 삽니다.” 이러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더라고…야는 자폐인데도 어떻게 치료하다 보면, 낫는다고 생각한 거라. 장애인증을 안 받고 싶었어요. 근데 우리 남편이 받으라고 하더라고, 나는 싫다. 거기를 가니까 원장이 한다는 소리가 “이런 애들은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아니 의사가 되가지고 그래 밖에 말 못 합니까!” 내가 그냥 데리고 나왔어.

서울 남부 수녀원, 남부 장애인복지관이 있어요. 남부 복지관은 수녀님들이 하셔요. 거기 갔는데, 굉장히 힘들고 빡빡하게 하더라고, 검사를…심리치료사가 데리고 가서 한참 동안 (검사를) 해요. 6살 때, 자폐 1급으로 받은 거라. 눈물밖에 안 나, 눈물밖에 안 나는데, 야는 놀래가지고 막 날 잡고 카는거라. 그카는거 보니깐,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자.

근데, 내가 자꾸 쓰러지는 거야. 스트레스로 일종의 화병, 그게 누워서 잠을 못 자는 거에요.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입원을 했는데 남편 좀 들어오시라고 카더라고, “한 이불 속에서 사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어떻게 몰랐냐고.” “이 사람 숨 못 쉬는 병, 암보다 더 무서운 병입니다.”

일반 학교 들어갔어요, 유치원에서 학을 떼가지고 야가 애들한테 놀림 대상이 됐는 거라. 말 한마디 못하고, “애! 애!” 이 소리만 하니깐. 그리고 야는 풍선 터지는 소리, 총소리, 폭죽 소리 제일 싫어하거든요. 걔들이 풍선을 불었는가 봐. 풍선을 부니깐, 앞에 아를 확 꼬집은 거야. 꼬집으니깐 힘은 세잖아. 확 꼬집으니깐, 야들이 아프니깐 내빼잖아.

그때부터 꼬집기 시작했어. 중2 때, 꼬집는 게 가장 피크였어, 장난이 아니었어. 옆에 지나가면 다 꼬집었으니까…”괜찮아, 안 아파, 안 아파.” 이러면 괜찮은데 “아야!” 이러면 뛰면서 다 꼬집는 거야.

중2 때, 선생님이 “어머님, 동영이 도저히 진정이 안 돼요.” (학교에) 가가지고 차에 태워 가지고 “니하고 내하고 오늘 죽자, 이래 살아서 뭐하겠노?” 차를 운전해서 오는데 무엇이 펑 하더라고, 차가 부딪힌 거야, 나 안 보였어. 내가 100% 다 물어줬어, 물어주니까 보험회사에서 “안 물어줘도 되는데..” ”내가 죽을라고,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야가 (교통사고 이후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라. 차가 옆에서 오면 막 소리를 지르는 거야, 지금도 그래.

상모고등학교 새로 생겼는데, 특수반 만들라 카니께 만들라카나? 그 옆(학교)에 (특수반이) 있는데.. 그때 구미 부모회장하고 둘이 들어가서 특수반도 만들었어. 그래가 어찌어찌 졸업시켰어. 매일 데려다주고, 태워다 오고…

나는 지금 현재 시설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없어요. 지금은 애가 너무 좋아졌어요, 많이. 우리 동영이가요. 내 리모컨이야. 나도 허리하고 다리가 안 좋거든. “동영아, 엄마 커피 한잔 태워줘”카면 커피 태워 가 와요. “엄마 커피 물 요만큼만” 하면 태워 와요. 그럼 아침에 빨래는 지가 다 널어놓고 가고 오후에 와가지고 지가 다 걷어서 다 개어놓고, 다 해요. 라면 정도는 지가 삶아 먹고.

어떻게 시설에는 죽어도 보내기 싫고, 시설에는 안 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 하면 물론 잘하는 선생님도 있어. 그런데 이 사람이 사람인지라 또 우리 아들한테 화풀이하는 사람도 있을 거잖아. (그래도) 내가 죽고 나면, 우리 딸들이 신경 안 쓰게 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시설은 뭔가 하면 월평빌라, 그런 식으로 원하는 거라. 거기도 시설인데 잠만 자요, 거기서. 잠만 자고 나와가지고 일하러 갈 사람은 일하러 가고, 학교 갈 사람은 학교 가고, 취직할 때까지 한 사람이 붙어준다니까, 그렇게 돌아가요. 그러고 저들이 영화 보고 싶으면 영화 보고 와서 잠만 자러 들어오는 거야. 자기들이 먹고 싶은 걸 자기들이 해가지고 먹고

칠곡엔 (그런 시설이) 없어요, 아무 데도 없어요. 지금 나는 기도 제목이 뭔지 알아요? 하나님, 칠곡에 월평빌라 같은 시설이 되게 해주시던지, (장애인) 엄마들 소원이 내 새끼 하루 전에 죽는 걸 보고 죽는 거잖아. 나는 하루도 힘들어. 왜? 나는 하루도 우리 아들 (못 보면) 안 될 거 같은 거라. 그래서 하나님, 우리 아들 10분 전에 죽는 거 보고 죽은 거 확인하고 손 잡고 같이 천국 가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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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중엽 기자
편집 = 여종찬, 박찬승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