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벼랑 끝] 성주 백광순 할머니, “힘 약한 사람이 제일 억울한거다.“

뉴스민 10주년 기획취재 [신호, 등] 10. 사드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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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2년 4월 26일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지 5년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사드 배치는 부지를 정하기도 전에 한국 땅에 넘어왔다.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소성리에 배치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고, 사드 정식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드 추가 배치’ 한줄 공약을 들으며, 벼랑 끝에 선 듯 까마득한 심정을 토로한다. 주민 사정에 대한 이해나 공감 없이 발표된 공약과 사드 정식 배치는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Q: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참가 계기는?

백광순(78): 처음에는 사드가 뭔지를 몰랐지. 점점 이제 나가면서 알게 됐잖아. 그때 나가야 되는 이유는 사드라는 물건은 성주에 오면 안 된다. 그때는 뭐 한반도에 어디에도 필요 없다는 그 생각은 없고, 처음은 이제 성주는 안 된다 이런 마음으로 처음은 나갔었지. 사람이 자꾸 나가다 보니까 이제 아는 게 많아지잖아. 공부가 되니까 이제 아 이거는 어디에도 필요 없는 거다. 그러니 반대를 해야 되겠나 하고 그래 나간 거지.

Q: 초기보다 집회 참가자가 많이 줄었다.

백광순: 자기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안 나오려니 그래 알지 뭐. 나가 봐도 소용없으니 고생만 하니까, 이제 그만하라 하니까, 뭐 아들 말 듣고 안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도 몇 사람이 있다고. 이 마을에도. 돌아가시고 요양원에 가 있는 사람이 있고, 아파서 못 나온 사람이 있고.
우리 옆집에도 지금 팔을 부러트려서 병원에 가고 안 계시지. 고통받는 주민들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언론에 그런 걸로 어디 떠들어 대기를 하나 뭐 하나 그래. 이렇게 내가 신경쓰는 건 몰라도 이제 한 번씩 와서 애들이 보면 엄마 이제 그만 나가면 안 되냐고. 엄마가 이길 수 없다.
나라서 하는 거 이기겠나. 말라고. 그만 신경 쓰지 말라 하거든. 그런데 이 마을에 사는 날에는 신경 안 쓸 수가 없어. 내가 죽고 없으면 모르지만. 지금도 저 경찰차하고 지금 내려가잖아. 다른 사람은 뭐 그냥 차가 가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아이고 저거는 무슨 차가 저리로 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거 자체가 전부 신경이 쓰여. 그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니까. 우리는 이래 힘들게 사는데 다른 사람은 우리 심정 모르잖아.

Q: 주민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임순분 소성1리 부녀회장: 건강이 다 안 좋아요. 거의 식사도 잘 못하시는 분도 계시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요양원에 가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지금 워낙에 그 소성리 할매들이 그 고령이시라, 건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금요일날 아침은 우리가 평화 행동을 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우리가 꼭 지켜야 된다 하면서 저 진밭교로 올라오시는데, 이분들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제가 그분들 모습을 보면서 멘붕에 빠져가지고 한동안 내가 혼란스러웠어요.
그분들한테 내색은 안 했지만 혹시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거 아닌가. 이렇게 잘못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우울증이 올 것 같더라니까 우울증.

Q: 힘든 상황에도 계속 집회를 이어가는 이유는?

백광순: 내 하나 자리가 커서 큰 게 아니고, 내가 내 주위에 사람이 무슨 일로 하루를 안 나오면 그 사람 왜 안 나오나 정말 궁금하거든. 그러니 그 사람들도 내 안 나가면 다 그럴 거 아닌가 마음이. 사실은 우리는 하나하나의 힘이 크거든. 우리 없으면 미군들 마음대로 다닐 거 아니라 그래. 원래 약속은 미군 차 유류차는 안 된다 하고 시작했는 거잖아. 그때는 그렇게 시작해갖고 저거가 잘 지켰거든. 우리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한 번씩 낮에 이제 회관 앞에서 길을 막거든. 막으면 경찰관들 벌떼 같이 내려온다. 우리 몇 명 되나. 그런데 그 경찰 차들 오는 거 봐요 그래. 저거 예를 들어서 한 차만 와도 우리 못 이겨요. 버스 한 대만 와도. 전부 우리 겁박하는 거 아니가 그래. 위협하는 거 거든 저것도. 억울한 거는 힘 약한 사람이 제일 억울한 거라. 힘 있는 놈은 저래 밀고 나가지만 우리는 힘이 없잖아. 힘이 없어. 예를 들어 우리가 조금만 뭐 이상한 행동 해도 뭐 잡아넣고 그러니까 그래 얼마나 억울하노 그래. 억울한 걸 말하자면 참말 죽어도 원이 안 풀려요.

Q: 지금 달라진 상황은?

임순분 소성1리 부녀회장: 우리가 (길을) 막고, 그 확인을 하고. 지금까지는 그게 허용이 됐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하면 바로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고. 내가 한번 검찰에 불려가서, 아침 아홉 시에 가서 오후 두 시까지 조사받고. 제가 그날 밤에 밤새도록 아파서 죽을 뻔했잖아요.

아무리 내가 하는 이 일이 옳다손 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지지하는 게 아니고 일부가 우리가 하는 게 맞다, 일부는 사드가 있어야 된다라고 이렇게 주장하는 판에 내가 몸 안 사리고 했을 때 바로 뭐 구속이 간다든지 범칙금이 나온다든지 하면 한계가 있잖아.

앞으로 윤석열이 하는 그 몇 년 동안을 어떻게 견뎌낼지. 그러면 4년 후 5년 후 됐을 때 이 할머니는 더 연세가 구십인데 과연 남아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싸워내고 지켜내 낼 수가 있을지. 솔직히 저도 장담을 못 하겠어요.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떠나가신 분들도 있어요. 별 비전이 없어서 떠났는가 어쩌면 그거는 몰라도. 처음에 함께 하겠다고 했던 분들이 상당수가 많이 떠났죠.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힘을 줘야 되는데, 처음에 사도 들어오고 굉장히 절망적일 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잡고 같이 노래하고 공부하고 이러면서. 오늘 누구누구도 나갈 건데 내가 안 가면 혹시 아파서 누웠나 싶어 걱정할 건데 하면서 나오기 시작하고.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오면서 마을 회관 앞에 하룻저녁도 불 안 꺼지고 계속 여기를 지키고 모이고 이렇게 했었는데 이제는 점점 어 건강에 문제가 있고 하니까. 가끔가다가 한 번씩은 또 빠지기도 하고 이러는데 아이고 내가 안 가면 이 옆자리가 허전할 건데 이렇게 하시면서 나오잖아요. 더 단단하게 뭉쳐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처음에 사드 들어올 때처럼 이렇게 많이 찾아주고 함께해주고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내 바람 바람이고 또 약속은 해요. 약속은 하긴 하는데 떨어지죠.

백광순: 끝까지 이길 때까지 한다고 하는 거지 뭐. 질긴 놈이 원래 이긴다는데. 힘이 되는 거는 그래도 나가면 연대자들 와주면 고마워. 그것도 힘이 되고 또 원불교에서 항상 저렇게 기도하고 목사님 와서 매일 그래 이제 아침에 그래 해주는 거 그것도 힘이 나고. 힘을 주는 사람이 많지. 그런 힘으로 이제 하지. 우리 주민이 힘만 가지고도 안 되고 또 그 사람들 힘만 가지고도 안 되고. 이제 주민들하고 그 연대하는 분들하고 서로 힘을 합쳐서 끝까지 싸워봐야지.

촬영: 박중엽 기자
편집: 박찬승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