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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모든 지자체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2019년 처음 지급하기 시작한 농민수당은 같은 해 경북 봉화에서도 지급됐다. 점차 번져가 제주도를 포함해 넓은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9개 광역(특별)자치도에서 도입했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제 갓 기점을 떠난 기차처럼, 농민수당은 이제 막 시작된 정책인 만큼 농민들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경북 농민수당 1번지, 봉화군민이 전하는 농민수당
올해부터 전국 확대···갈 길은 멀어
농민수당이 기본소득으로 운영된다면?
농업소득 비중 큰 경북, 군위군 편입 대구···농민수당 전환기?

⑤ 농민수당 출발, 그다음 고민해야 할 것

<뉴스민>이 만난 전문가와 현장의 관계자들은 농민수당이 ‘우선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현행 농민수당이 애초 취지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내포한다. 농촌의 위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건 모든 통계가 말하는데, 이를 해결할 길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뉴스민>은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정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정책위원장을 만나 농촌과 농민의 현실, 농민수당 제정 이후 우리에게 남은 과제를 알아봤다.

2015년부터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 온 박경철 책임연구원 인터뷰를 통해서는 우리나라 농촌과 농민의 위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대로라면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들었다. 실제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이기도 한 황정미 정책위원장에게는 현행 농민수당 제도의 문제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하는 효과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인정받지 못해 온 역사 ▲기존 직불금의 폐해 ▲도시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 등을 농촌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질적인 문제들의 해결책은 농민수당을 비롯한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 문제로 귀결됐다.

▲박경철 연구원은 “농촌기본소득이 경기도에서 실험 중이다. 이 실험이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경우 적극적으로 확대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철 연구원은 농민수당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농촌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 가장 중요한 건 ‘농촌의 공익적 역할을 정부가 인정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하면서 “농민들은 국가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역사회를 보존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예산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다. 여기에 대한 올바른 대우·보상·존중 차원에서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⑤-1 “농민수당 넘어 농촌기본소득으로”)

박 연구원은 기존 정책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가격 보장 위주의 농민 정책과 면적 위주의 직불금 정책이 소농이 절대다수인 우리나라 농업 현황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 1ha 미만의 농가가 전체의 70% 이상 되는데, 공익직불제 도입 전 이들은 1년에 직불금을 30~4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토지를 관리하고 농촌을 지키는 이들의 역할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방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끝에 박 연구원은 전국에서 시행하는 농민수당 제도를 계속해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처음 농민수당 관련 강의를 할 때 첫 번째로 농가 단위 지급, 두 번째로 농민 개별단위 지급, 세 번째로 농촌 주민 전체 대상 지급 방식을 말했다. 우리나라는 통계가 농가 위주로 돼 있어 농민(농업인)의 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점차 확대해나가는 식으로 진행해야 현실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첫 번째 방식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는 경기도에서 실행 중이거나 일부는 실험 단계”라며 “이젠 생존을 위해서라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 농어촌 주민에게 기본소득은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미 정책위원장은 “현행 농가당 지급 방식을 농민당 지급될 수 있도록 조례를 수정해야 한다. 마을에 여성농민이 더 많지만 이들은 농업경영체의 경영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농민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황정미 정책위원장은 지급 방식과 금액에 대해 농업 현장에서 나오는 불만을 전했다. 황 위원장은 “여성농민과 청년농민에게 농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동네만 해도 여성 농민이 절반이 훌쩍 넘는다. 남성 농민, 즉 남편과 같이 일하는 농민임에도 나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농민회 차원에서 농민 개인에게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조례 제정 운동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⑤-2 “농민수당으로 시끌벅적한 농촌 됐으면”)

실제 농림축산부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통계서비스의 농업경영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상북도에서 경영주로 등록한 전체 26만 8,279명 중 남성은 19만 5,611명(73%), 여성이 7만 2,668명(27%)이다. 반면 농가인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상북도 전체 농가인구 35만 1,375명 중 남성은 17만 5,259명(49.9%), 여성은 17만 6,116명(50.1%)이다.

황 위원장은 금액 증가 필요성도 있지만 지급 자체가 갖는 의미를 농민들이 체감한다고 말했다. 농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일한 고령 농민이 땅과 농사를 사랑하고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그동안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농민수당이 그동안의 보상과 함께 실질적으로 청년 인구를 유입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