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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모든 지자체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2019년 처음 지급하기 시작한 농민수당은 같은 해 경북 봉화에서도 지급됐다. 점차 번져가 제주도를 포함해 넓은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9개 광역(특별)자치도에서 도입했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제 갓 기점을 떠난 기차처럼, 농민수당은 이제 막 시작된 정책인 만큼 농민들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경북 농민수당 1번지, 봉화군민이 전하는 농민수당
올해부터 전국 확대···갈 길은 멀어
농민수당이 기본소득으로 운영된다면?
농업소득 비중 큰 경북, 군위군 편입 대구···농민수당 전환기?

⑤ 농민수당 출발, 그다음 고민해야 할 것

남편을 따라 22년 전 의성으로 왔다. 지금은 다 큰, 둘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농사를 지어서 자식 셋을 키웠다. 황정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정책위원장은 의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겪는 어려움부터 여성농민으로서 바라보는 농민수당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앞마당을 지키는 목줄 없는 개는 경계없이 손님을 쫓아다녔고, 어린 자식 젖을 떼야 하는 어미 소는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19일 황 위원장의 자두밭 한 가운데서 진행됐다.

Q. 농민수당 도입에 대해 마을 분위기는 어떤가요?

전국에서 꼴찌로 도입됐잖아요. (지자체에서)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던데. 꼴찌임에도 불구하고 조례는 농민회가 처음 주장한 거랑 너무 달랐어요. ‘농민당 지급해달라’고 했는데 실제 조례를 보면 ‘농가당 1인, 경영주에게만 지급한다’고 나와 있죠. 나도 공동경영주로 등록돼 있고, 남편과 똑같이 농사일을 하는 농민인데.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거잖아요. 너무 황당했죠.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농민수당 지급이 잘 안 돼요. 요즘 농촌에 청년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친구들도 농민수당을 받지 못하는 거죠. 도시에서 워낙 취업이 안 되니까 들어오는 청년들이 좀 있어요. 농사를 짓는 부모를 보고 자식들이 시골에 오는 경우도 있고요. 지원 정책으로 데려와 놓고 농민이라고 인정은 안 해주는 셈이죠.

제가 사는 봉양면 문흥1리, 2리가 통틀어 80가구 정도 되는데, 여성농민 비율이 훨씬 높아요. 대략 60~70%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지자체나 의회에서는 “어쨌든 (지자체에서) 처음 시행하는 것이지 않냐. 차차 논의해보자”고 말해요. 우선 시작은 했으니 농민회 차원에서 조례 개정 운동을 하려고 해요.

Q. 직접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농민수당을 받는다는 게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기자님도 오자마자 ‘초록이 아름답네요’라고 했잖아요. 농민들이 한여름, 한겨울 할 것 없이 농사지으며 가꾼 덕분이죠. 우리가 그냥 내빼어 놨으면 여긴 다 폐허가 됐을 거예요.

그런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거라 생각해요. 우리 농민들이 농사지은 돈으로 자식들 기른 것도 맞지만, 동네에 관리가 안 된 땅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하루종일 살펴요.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서 나와보면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구부정한 허리로 들을 살피세요. 허리를 구부리고 기어 다니시면서 일일이 마늘 한 포기, 한 포기 다 손으로 보세요. 평생 해오신 일인 거죠. 겨울철에도 그런 분들 집에 가보면 들에 가셨다고 해요. 정말 농사를 사랑하지 않고선 그렇게 할 수 없어요.

Q.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최근 농사짓는 일이 더 어렵진 않으세요?

정말 어려워요. 1만 3,000원 정도 하던 비료가 지금은 1만 8,000원까지 올랐어요. 인건비도 많이 올라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들 해요. 마늘은 특히 수확을 한꺼번에 하니까, 사람을 구할 때 여기저기서 동시에 구하거든요. 지금은 인건비가 일당 12만 원 정도 하는데, 마늘 수확할 때가 되면 더 오르겠죠. 부르는 게 값이에요.

정말, 내 인건비를 따져서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농민들은 가계부를 못 써요. 일반 회사처럼 농사에 들어가는 개별 항목을 다 따져서는 농사를 못 짓는 거죠. 동네 어르신들이 “애 크는 건 남지 않았냐. 1년 농사지어서 애 크는 것 남았다”고 하세요. 애 키울 때 너무 힘이 드는데, 어쨌든 지나고 보면 다 큰 애는 남았다는 거죠.

20여 년 전에 제가 이 동네에 왔을 때 제가 막내였어요. 근데 아직도 제가 제일 막내에요. 아, 작년에 드디어 아랫집에 베트남 아가씨가 들어왔어요. 젊은 사람이 동네에 너무 없어요. 지금처럼 1년에 60만 원 농민수당을 준다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힘든 농사일을 견뎌낼 진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것처럼 농업에 대해 인정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요. 평생 농사를 지어온 마을 어르신들은 농민수당을 받으시면 그 감회가 어떨까요.

Q. 농민수당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나라에선 어쨌든 농촌에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농민수당을 도입한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농촌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외에 여러 기능을 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 동네 빈집에 젊은 예술인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농사짓고 있으면 꽃 부케를 안겨주곤 사진을 찍더라고요. 이런 일처럼 어쨌든 농촌에 와서 살아봐야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농사도 지어봐야 ‘아, 내가 농사 체질이구나, 농촌이 좋구나’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농민수당이 지금보다 현실적인 금액이 돼야겠죠. 좀 더 시끌벅적한 농촌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사=김보현 기자
촬영 및 편집=여종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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