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모든 지자체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2019년 처음 지급하기 시작한 농민수당은 같은 해 경북 봉화에서도 지급됐다. 점차 번져가 제주도를 포함해 넓은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9개 광역(특별)자치도에서 도입했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제 갓 기점을 떠난 기차처럼, 농민수당은 이제 막 시작된 정책인 만큼 농민들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경북 농민수당 1번지, 봉화군민이 전하는 농민수당
올해부터 전국 확대···갈 길은 멀어
농민수당이 기본소득으로 운영된다면?
④ 농업소득 비중 큰 경북, 군위군 편입 대구···농민수당 전환기?

경상북도는 올해 막차를 타고 농민수당 지급을 시작했다. 농가당 60만 원, 지급 대상은 약 20만 가구로, 예산은 도와 시‧군이 4대 6으로 분담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줄어든 보조금에 대해선 지금도 설왕설래가 이어지지만, 광역지자체 중 농가 수가 가장 많은데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 비중이 높은 편인 지역특성상 농민수당 정착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에서도 군위군 편입을 앞두고 농민수당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 전국에서 농가 가장 많아
고령화 문제 심각, 소득은 낮은 편

농민수당의 필요성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경북 농업의 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은 전국 지자체 중 농가 수가 가장 많다. 2021년 기준 경북의 농가 수는 16만 9,774호로, 그 뒤를 잇는 전라남도(14만 6,024호)보다도 2만 3,000여 호가 많다.

2010년 이후 농업 관련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다. 경북의 농가 수는 2010년 20만 1,651호에서 2021년 16만 9,774호로, 농가인구는 2010년 49만 1,225명에서 2021년 34만 8,303명으로 줄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 ‘경북 농어민 수당 도입 방안’에서 “경북의 농가 수는 2010년 이후 연평균 1.9%의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공익 기능을 공급하는 생산 주체의 감소이며, 경북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경북 농가 현황(2011~2021년),농가수는 2011년부터 꾸준하게 감소세에 있다.

농가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경북은 전국 평균 대비 농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전국 농가인구 고령화율(65세 이상 고령인구 수 비율)은 31.8%였다가, 2019년 46.6%까지 올라갔다. 경북은 농가 고령화율이 2010년 35.4%(17만 4,129명)에서 2021년 50.3%(17만 5,347명)까지 증가했다.

▲경북 농가인구수와 고령인구수 현황(2011~2021년),경북의 전체 농가인구수도 꾸준히 감소세이지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7~18만 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고령화율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국 대비 농가소득은 낮은 편이다. 2021년 기준 경북의 농가소득은 4,796만 원으로 전국 평균인 4,833만 원보다 낮다. 이는 겸업농가 수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북의 겸업농가는 전체 농가의 35.1%로, 2005년 18.3%와 비교하면 17%p 가까이 늘어났다. 점점 농업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중앙정부의 공익직불금 및 여타 지원제도가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를 기준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고려해, 농업경영체 현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부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경북의 농업경영체는 2020년 기준 26만 8,279개로, 특광역시를 포함한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다. 전남(23만 2,755개), 경기(21만 2,993개)가 그 뒤를 따랐다. 또한 경북은 소농직불금 대상 요건인 1.5ha 이하의 농업경영체가 전체의 8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앞서의 대구경북연구원 보고서는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농민수당을 도입할 때 예산 부담으로 인한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농업소득 감소로 인한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되면서 앞으로 농업 부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북의 농가소득 안정화를 위해선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금액의 농어민 수당 지급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예산 문제와 도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문제 계속해서 시끌시끌
기존 보조금 줄어들까 현장에선 우려

당장 현장에선 농민수당 도입으로 현장 지원사업 예산이 감액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지난 3월 24일 경북도의회 제329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농어민수당 지급으로 인해 타 지원 예산이 줄어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2022년 농업 현장 지원사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 작년과 비교해 11개 사업에서 약 140억 원의 예산이 감액됐다. 전년 대비 감소폭이 가장 큰 사업은 ‘농기계 임대사업소 설치 지원’이다. 2021년 본예산 44억 원에서 2022년 12억 원으로 72.7%(32억 원) 감소했다. 그다음으로는 ‘볏짚 환원 사업’ 예산이 52.4% 감소했으며 ‘벼육모장 설치 지원’도 48.6% 감소했다. 이 외에도 ‘노후 농기계 대체 지원’,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등의 예산이 줄었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도 전체 예산에서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9.5%다. 사회복지 분야(37.2%)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농민수당 지급으로 인해 쌀값 안정비를 줄였더니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드리던 걸 계속 드리며 다른 정책을 펴는 것은 더 힘들다”며 “올해 농민수당 때문에 다른 걸 조금 줄였다. 추경에서 의원님들이 다시 검토해주시면 드리던 걸 계속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외는 전국 재배면적의 87%(3,201ha)를 차지하는 경북지역 대표 작목이지만 노동력 투입이 많고 연작(이어짓기) 피해와 외래 병해충 유입 등으로 안정적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경상북도농업기술원)

일각에서는 농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사업을 줄이고, 직접 지원 방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시 농어민수당 지급 조례안’을 공동발의한 이재갑 안동시의원(무소속)은 “지금까지 보조 사업이 농민들에게 얼마나 유효한가에 대해선 고민이 없었다. 농업을 탄탄하게 성장시키거나 농가소득을 보전해주지 못했다는 게 이미 검증됐다. 보조사업을 통해 농기계를 살 경우 더 고가에 구매하도록 시장이 형성돼 있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 80% 이상을 직접 현금으로 농가소득을 보전해준다. 우리도 이젠 보조금을 줄이고 직접 지원 방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 말처럼 직접지원 방식을 늘려야 한다는 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당장 현장 공무원들은 기존에 지급되던 예산이 줄어든 것에 대한 민원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경북 한 읍사무소 공무원은 “농민수당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수당을 받으러 온 민원인들조차 왜 작년에 준 보조금이 올해는 안 나오냐, 왜 금액이 줄었냐는 불만을 제기한다. 결국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어떤 명목으로 지급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첫해라 농민수당이 갖는 의미까진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군위군 편입 앞둔 대구시도 농민수당 논의 시작
대구, 8개 특광역시 중 농업경영체 수 가장 많아

대구에서도 농민수당 도입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는 8개 특·광역시 중에서 농업경영체 수가 가장 많기도 한데, 곧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된다면 이 수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대구 농민수당 제도 도입 검토’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구에는 전업농의 비중이 작고, 농지 소재지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도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대구는 특히 군위군 편입으로 다른 광역시보다 곤란한 입장이다. 군위군 농가는 2022년 전반기에는 농민수당을 지급받지만 같은 해 후반기에는 대구로 편입될 시 받지 못하게 된다. 대구에서도 군위군만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군위군에 농민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달성군을 포함한 대구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라며 “농가당 농정 예산이 타 광역시와 비교해 적은 편이라는 점에서 농정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도 농민수당 제정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맡기고 예산을 검토하는 등 움직임을 보인다. 김원규 대구시의원(달성군)은 “작년부터 관련 부서와 함께 농민수당 도입을 논의했다.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지만 결국 재원의 문제를 말한다. 경상북도처럼 대구시도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부담하면 시작할 수 있다. 대구시가 선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