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벼랑 끝] ③ ‘설명하지 않은 정부’가 키운 불신

뉴스민 10주년 기획취재 [신호, 등] 10. 사드
불신의 시발점, 정보 제공 당사자로서 책임 방기
소수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갈등까지 떠안아
일반환경영향평가 추진 속 갈등 국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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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2년 4월 26일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지 5년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사드 배치는 부지를 정하기도 전에 한국 땅에 넘어왔다.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소성리에 배치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고, 사드 정식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드 추가 배치’ 한 줄 공약을 들으며, 벼랑 끝에 선 듯 까마득한 심정을 토로한다. 주민 사정에 대한 이해나 공감 없이 발표된 공약과 사드 정식 배치는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① 소성리 주민 백광순 할머니의 하루
② “사드 좋다는 사람 없지만···”
③ ‘설명하지 않은 정부’가 키운 불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정상화’를 내세웠다. ‘공정’과 ‘정상화’는 윤석열 정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 반대하는 주민이 있는 상황을 ‘비정상적’ 상황으로 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사드 반대 운동을 벌여온 성주, 김천 주민들은 23일(목) 용산 대통령실 앞과 주한미국대사관 앞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뉴스민>은 사드 반대 주민들이 아닌, 사드 배치에 참여했던 전·현직 국방부·경찰 관계자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현재의 첨예한 갈등 상황을 만들었는지 되짚어봤다.

▲2016년 7월 15일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집단적으로 물었고, 황 총리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신의 시발점, 정보 제공 당사자로서 책임 방기
작은 자치단체에서 감당 어려운 갈등까지 주민이 떠안아

결론부터 말하면 <뉴스민>이 만난 국방부·경찰 관계자들은 “정책 결정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들이 주민들의 반대를 예상하고,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16년 배치 당시 과정을 떠올려보자.

2016년 7월 8일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드 부지로 몇몇 지역이 거론됐고, 13일 경북 성주군으로 발표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성주군도 발표 직전까지 몰랐다. “환경영향평가를 한 것도 아니고, 유해성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부지부터 선정하고 사후 대책을 논한다는 건 행정적으로 맞지 않다. 국방부 장관이 현장 방문한다고 했으니 현장에 와서 시가지가 바로 앞인 걸 보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게 성주군의 공식 입장이었다.

발표 직후 인구 4만 6,000명이 사는 성주군 주민 3,000여 명이 모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주민들의 대응에서 정부 결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보고서인 사업현안평가분석 제61호 <공공갈등 관리현황 분석–국회의 갈등관리 기능을 중심으로>에도 사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인 사업 추진 방식을 고수하는 한 갈등당사자 간 신뢰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협상이나 조정은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누적되어온 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짚는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국방부 관계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A 씨는 “배치 발표 초기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말았지, 전자파의 유해성이 없다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데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B 씨도 “7월 15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방문했을 때도 안전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주민과 가장 근접해 만나는 공권력인 경찰을 통한 압박도 주민 불신을 키웠다. 2016년 7월 25일 경북경찰청은 ‘외부참가자 등 불법행위자 추가 소환 통보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경찰 관계자 C 씨는 “사드 배치 결정에서 경찰은 역할이 없었는데, 갈등 과정에서 경찰이 주민과 마주치다 보니 우리도 힘든 상황이었다”며 “지역 주민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것이 갈등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보고서에도 “정부가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와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였음에도 국회 등을 통한 사전 논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드 사태 초기 현장에서 만난 성주군민들도 “왜 우리 의사를 물어보지 않느냐”고 했다. 이때 시작된 불신은 사드 부지가 옛 롯데골프장으로 옮겨가고도 정부를 불신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제3부지 찬성 주민과 소성리를 포함한 지속적인 반대 운동을 벌여온 주민 간 갈등의 씨앗도 정부가 만든 결과였다.

박근혜 탄핵, 정권 교체 후에도
외면당한 주민들의 불안감
일반환경영향평가 추진 속 갈등 국면 고조

사드 배치 이후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국방부는 2017년 8월 12일 전자파 측정을 했다. 국방부, 환경부 관계자와 현장 확인 참관 기자단 등 40여 명이 헬기를 통해 사드기지에 들어가 전자파를 측정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뉴스민>도 당시 참관했다. 측정 결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었고, 공식적인 전자파 측정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국방부-환경부 관계자들이 기자단 참관 하에 성주 사드기지 내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제공]

이미 쌓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노력을 이어가지 않았다. 2021년 8월 사드 레이더가 바라보는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주민들은 사드기지 설치 이후 암 환자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불안감은 커졌다. A 씨는 “전자파가 주민들의 거주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객관적 데이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 번 신뢰가 깨진 주민들에게 더 자주 찾아서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력하지 않고, 제3부지에서 고립되어 가는 반대 주민은 갈등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기지 앞 반대 주민과 매번 갈등해야만 했던 전 경찰 D 씨는 “사드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소수만 남은 상황에서 경찰과 충돌을 벌여야만 이슈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벌였을 때 갈등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갈등 원인에 대한 정보와 해결을 위한 참여에 제한을 받은 주민은 정부에 신뢰를 잃는다. 갈등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벌이게 되고, 정부도 강경 대응으로 맞선다.

밀양·청도 송전탑, 제주해군기지 사례에서도 갈등은 행정대집행, 재판을 거치며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끝까지 저항한 소수 주민은 지역공동체 붕괴를 고스란히 몸으로 떠안는다. 심지어 소수의 주민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국제적 갈등까지 모두 떠안는다.

국방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성주군에 협의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다. 법률에 따르면 주민 대표가 1명 이상 참여해야 한다. ‘사드 철회 종합상황실’ 쪽에서는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사드 배치 확정 수순으로 가기 위한 협의회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민 대표 1명은 꼭 반대 주민 중에 선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인다면 갈등 국면이 거세질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하다.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가 2016년 발표한 ‘공공분쟁 사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공공분쟁 중 65%는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으로 나타났다. 갈등 종료는 행정집행‧법원 판결‧진압 등 일방적인 방식이 전체의 39.7%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시배치라는 이름으로 5년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의 ‘상식’은 갈등을 행정집행과 진압으로 끝낼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