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식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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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소통’의 의미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20일부터 시작한 정치버스킹의 의미를 시민과 쌍방향 ‘소통’이라고 정의했을 때, ‘소통’의 의미가 무엇이던가, 사전부터 뒤적였다. 두 가지 뜻을 종합하면, “막힘 없이 통하여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는 것” 정도로 ‘소통’의 의미를 정의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홍 후보의 정치버스킹은 ‘막힘 없이 통하여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는’ 소통의 장이 되었고, 될 수 있을까? 첫 정치버스킹을 지켜본 결과는, ‘글쎄’다. 홍 후보가 그간 유지해온 소통의 방식은 ‘막힘 없긴’ 하지만 홍 후보가 정한 답대로 진행돼 일방향적이고, 그로인해 상대가 오해하게 하는 방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홍 후보가 유독 말로 인한 구설이 많은 정치인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대구시장 선거의 시작도 오해와 함께였다.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회의원 사퇴 시점을 묻는 기자들에게 한 그의 답은 오해와 억측을 낳았다. 오해와 억측을 낳은 후에야 홍 후보는 “대선과 착각해서 한 말”이라고 정정했다. 현장에선 첫 질문과 홍 후보의 답, 그리고 다시 확인하는 질문이 이어지는 과정이 있었다. 홍 후보는 스스로한 답의 오류는 생각지 않았고, 그의 ‘착각’을 인지한 기자들의 확인 질문에 불쾌함만 표시했다. 이어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화제가 된 ‘못된 질문’ 해프닝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20일 저녁 7시부터 홍준표 후보는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첫 정치버스킹을 열었다. (사진=홍준표 후보)

첫 버스킹 현장은 일면 막힘 없이 통하는 듯 보였다. 중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 시민이 마이크를 잡았고, 내용도 통합신공항부터 미술, 교육, 축구까지 망라했다. 후보 간 토론회에선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양한 물음에 대한 홍 후보의 답은 불충분한 경우가 꽤 있었고, 오해를 낳기도 했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시민 11명(2회 질문자 포함 12명) 중 홍 후보를 응원하기만 한 1명, 질문 취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1명을 제외한 9명 중 3명에게 질답이 끝난 후 소감을 물었다. 교육 정책을 물은 10대, 청년 정책을 물은 20대, 대구FC 운영 방안을 물은 30대인 그들은 공통적으로 홍 후보의 답변을 충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교육 정책에 대한 홍 후보의 답은 반농담조의 “강은희 교육감에게 물어보라”였고, 기초지자체 차원의 청년 참여 정책 활성화를 주문한 청년에겐 ‘기승전공항’으로 답했다. 대구FC에 응원의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는 “시민축구단은 전부 기업축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이들은 하나 같이 홍 후보의 답이 ‘아주 좋은 답은 아니’거나 ‘흡족하지 않고’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관련기사=홍준표 첫 정치버스킹, 중학생부터 70대까지···신공항부터 대구FC까지 망라(‘22.5.21))

물론 듣기 좋은 답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정치인은 시민의 뜻을 받들면서 동시에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때론 시민의 뜻을 거스르기도 해야 한다. 교육 정책은 홍 후보 말처럼 교육감의 권한이 커서 단체장 개입 여지가 많지 않고, 청년 정책은 다양한 층위에서 살펴야 하며, 대구FC 운영도 ‘기업축구단’이 더 좋은 방안일 수 있다.

다만, ‘쌍방향’이라던 소통의 방식을 살리려면 홍 후보의 ‘답정너’식 태도는 버려야 한다. 홍 후보의 답이 옳더라도 ‘내가 맞고 넌 틀렸다’는 식의 태도는 시민을 함께 가야 할 파트너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도해야 할 신민(臣民)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대구FC 운영에 대한 답변 말미에 “많은 축구팬이 내용을 잘 모른다”며 꾸지람(?)을 한 홍 후보의 표현은 우려에 근거를 보태준다.

홍 후보의 답이 ‘아주 좋은 답은 아니’거나 ‘흡족하지 않고’ ‘실망스럽다’고 답한 이들 모두 그럼에도 홍 후보를 지지하며 정치버스킹과 같은 소통 방식을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방식에 대한 만족이 내용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길은 명확해 보인다. 홍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후 퇴임할 때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일 수 있는 방법 역시 그 길일 것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