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홍철 시인 세 번째 시집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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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은
언제고 돌아올
그대를 마중하는 일

아직은 쌀쌀한
봄의 역전에

소월도 백석도
다 서북의 사람

남녘의 분지에서
무슨 시를 써야 하나 모르는 나는”

– ‘점두록’ 전문

▲ 변홍철 시인, 그의 세 번째 시집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낭독회 (사진=정용태 기자)

변홍철 시인이 지난달 세 번째 시집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를 펴냈다. 삶창 시선으로 출간한 이번 시집은 신작시 55편을 4부로 나눠 실었다. 그의 앞선 시집 “사계”(한티재) 이후 3년 만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 서문에서 ‘제3세계’를 호명하며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는 “자전거와 도서관처럼 / 우정을 나누는 / 가난한 도구가 될 수 있기를 // 제3세계 // 어디에도 없는 너를 부른다”라고 선언하고, 표제어를 담은 ‘꽃길’을 시편 첫 장에서 선보인다. 시는 시인이 살핀 봄날의 정취와 일상의 어려움을 직설한다.

“바람 부는 대로 떠밀려도
어느 구석엔가 겹겹이 쌓여
이어지는 길, 다시 바람길

꽃잎이 하얗게 떨어진다
대출이자 독촉처럼

검은 나무 뒤로
눈부신 그림자 하나 숨는다

오랫동안 같이 가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
버티는 길이라고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틔우는 것이
또 사는 길이라고”

_’꽃길’ 전문

한지혜 소설가는 발문 ‘걷는 자와 머무는 자 사이에 트인 말 하나’에서 “변홍철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힌다. 시의 언어, 호흡, 대상 어느 것 하나 낯설거나 어렵지 않다”며 “낯선 공간이 아니라 그가 줄곧 살아온 골목과 시장과 오래된 집과 청춘의 기억과 지나가는 시절 위에 씌어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세 번째 시집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 번째 시집은 이전의 시와 조금 다르다. 흔들림이 있고, 외침이 있다”고 짚었다.

 “눈물을 머금고,
참화 속에 죽어가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끝까지 사랑의 참호를 지키는 것

나무와 풀잎, 꽃과 벌레들, 푸른 하늘과
흰 뭉게구름의 죽음, 도서관과 미술관의 파편을
끌어안고 우는 것, 그것이
적의 영토에 속한 것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이적으로, 매국으로 몰리더라도
시인이여, 그리하여 그대의 책무는
가장 충실한 국민이면서 동시에
가장 철저한 비국민으로 사는 것

이것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직업인가”

_’시인과 전쟁’ 부분

권선희 시인은 추천사에서 “시인은 그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위로하고 북돋운다. 시인의 말대로 어쩌면 절망은 이미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틔우는’ 시간일 것이다. 작고 여리고 맑은 것을 다독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지금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좋을까?”라고 전했다.

변홍철 시인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살아왔다. 시집으로 “어린왕자, 후쿠시마 이후”, “사계”가 있고, 산문집 “詩와 공화국”이 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