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치 1번지 수성구, 민주당 탈당 무소속 생환할까?

민주당 공천 난맥상이 낳은 유례없는 결과
수성구에서만 현역의원 3명 무소속 출마

17:11
Voiced by Amazon Polly

수성구는 대구 정치 1번지로 꼽힌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2016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곳(수성구갑)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의 공간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2017년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선 단숨에 수성구의회 1당(20석 중 10석, 자유한국당 9석, 정의당 1석)으로 올라서는 기염도 토했다.

4년 새 분위기는 반전됐지만, 수성구는 또 다른 의미의 대구 정치 1번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민주당 탈당 무소속 후보들의 등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논란을 겪으면서 현역 수성구의원 10명 중 3명만 공천을 받았다. 공천에 탈락한 의원 중 일부는 과거엔 생각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당을 나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는 10명이고, 이중 수성구가 가장 많다. 류지호, 박정권, 조용성 후보가 그들이다,

▲25일 황금동 유세에 나선 박정권 후보

이들 중 수성구 가선거구(범어1·4·황금동)에 나선 박정권(50) 후보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박 후보는 2018년 선거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이력이 있다. 민주당은 3인 선거구였던 박 후보 선거구에 이례적으로 2명 복수공천을 결정했고, 박 후보는 후순번을 받아 3등으로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큰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처음 박 후보 선거구를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가 청년 우선 공천 당헌, 당규에 따른 재심의 끝에 박 후보를 공천배제하고 청년 후보를 공천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이 나서 공천 결과에 항의했고, 기자회견까지 열며 박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요청했다. 박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자 주민들은 선거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저녁 황금동 성동초등학교 인근에서 열린 박 후보의 선거유세 현장에는 주민 4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공천 결과에 당사자 보다 더 큰 불만을 드러내며, ‘실력’으로 검증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평생 국민의힘 계열당을 선택했다는 유성희(43) 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 민주당 후보를 구의원으로 선택했고, 그 사람이 박 후보였다. 유 씨는 “지역에 구의원 나온 사람이 괜찮다는 소문이 있어서 한 번 찍어봤는데, 확실히 일을 잘하더라”며 “이번 민주당 공천을 보고 너무 화났다. 우리가 힘을 보태야 일 잘하는 의원이 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 모임을 주도한 차정숙(45) 씨는 “지난 선거에서는 박 후보를 지금처럼 지지하지 않았는데, 구의원 활동을 통해 검증된 후보라서 이번에는 이렇게 지지한다”며 “여기에 나온 지지자들도 이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인데, 박 의원을 지지하다 보니 친해지게 됐다. 이런 게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정당과 상관없이 이른바 ‘검증된 능력’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주민이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 무소속 출마 후보자들의 성적표도 달라질 전망이다. 후보들도 그러한 주민들의 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거운동 중인 류지호 후보
▲선거 운동 중인 조용성 후보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무소속으로 수성구 다선거구(만촌 2·3동)에 출마한 류지호(50) 후보는 “정당 영향도 있지만 지금은 전과 다르게 접촉면을 넓혀 지난 의정활동 성과를 알리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변화는 가장 밑의 기초의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의회 후반기 의장을 지냈지만 공천에서 배제돼 수성구 바선거구(파·지산·범물동) 무소속으로 나선 조용성(54) 후보도 “주민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수성구에서 무소속으로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여줄 것이고, 살아남아서 복당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후보는 “작은 민원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 기쁨이었다. 진심을 다해 의정 활동했다. 민주당은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공천에서 배제했다. 낙담하고 있는데 주민께서 발 벗고 나서 주셨다”며 “저는 오로지 주민만 바라보고 더 나은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