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들이 뿌리고, 홍준표가 거둔 티웨이·발레오·이케아 유치

2025년 이케아 대구점 개점 예정···2018년부터 유치 노력
티웨이 본사 이전 작년 하반기 논의 본격화
권영진 전 시장 “지역 항공화물 맡아줬으니 도와줘라” 지시
발레오 외투법인 신설 예정···이미 두 개 기업 대구에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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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대기업 유치 소식에 지역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5일 티웨이항공과 본사 대구 이전 협약을 맺었고, 26일에는 자동차부품 기업인 발레오사와 외국인투자법인(외투법인) 설립에 대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어 28일에는 이케아와 동구 안심뉴타운 부지 내 매장 건립 관련 협약을 맺으며 7월에만 굵직한 기업 세 개와의 협약 소식을 알렸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이뤄진 유치 협약이지만, 사실 3개 기업의 대구 유치는 이전 시장 시절 이뤄진 유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2025년 이케아 대구점 개점 예정
대구시, 2018년부터 유치 노력

이케아는 동구 안심뉴타운 내 4만 1,134㎡ 부지에 총 1,800억 원을 투자해 신규매장을 건립하고, 300여 명의 지역민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간접적으로 1,400여 명의 고용 창출, 연간 220만 명 이상 방문객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이케아 대구점은 올해 10월까지 부지계약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 공사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개점할 예정이다.

▲ 7월 28일 대구시는 대구시청 산격동 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정명섭 대구도시공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케아코리아와 이케아 대구점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시)

대구시의회 회의록과 대구시 설명 등에 따르면 이케아 투자 유치는 늦어도 2018년경부터 물밑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2018년 11월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안심뉴타운에 이케아 유치를 위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동구에 지역구를 둔 김병태 전 대구시의원은 “유통상업부지 분양을 위해 이케아와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물었고, 남희철 대구시 도시기반혁신본부장은 “유치를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8년 당시에는 이케아의 지방 진출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대구 유치가 긍정적으로 검토되진 않았다. 이케아는 2019년 기흥점, 2020년 동부산점을 오픈하고 성과를 보면서 지역 지점 확대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대구의 이해관계와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희철 당시 본부장(현 남구 부구청장)은 “당시에 투자유치 부서가 노력을 상당히 많이 했는데 성사가 안 됐다. 이케아가 지방 진출에 대해 소극적인 시기였던 이유가 크다. 이후 경기도에 정착하고 부산 지점까지 내면서 대구에도 지점을 낼 시기가 됐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대구는 국내 3대 도시 중 하나로 접근이 가능한 교통 인프라, 다양한 소비층을 갖춘 시장 규모,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유통 환경,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과 잠재적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오랜 기간 동안 면밀히 검토 후 대구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티웨이 본사 이전 작년 하반기 논의 본격화
권영진 전 시장 “지역 항공화물 맡아줬으니 도와줘라” 지시

티웨이항공 본사의 대구 이전은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티웨이는 ‘대구공항 이전에 맞춰 서울에 있는 본사를 대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1월 관련 내용이 담긴 ‘LCC 본사의 지역이전 기대효과’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티웨이항공과 대구시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돈독했다. 티웨이항공은 사실상 대구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사용하며 코로나19 이전 기준 대구공항 국제선 여객수송의 절반 이상(52%)를 담당했다. 2019년에는 대구공항 항공화물운송사업자로 선정되며 대구시와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화물량이 많지 않아 만년 적자 상황이 이어지자 기존 사업자였던 대한항공이 철수한 후 대구시는 티웨이항공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시 측은 적자였던 대구공항 항공화물 운송을 맡아준 것에 대해 권영진 시장이 도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한다.

대구시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본사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건 작년 9월이며, 티웨이 쪽에서 먼저 이전 의사를 표명했다. 지역 항공화물을 맡아준 것에 대해 전임 시장님이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고민하던 사이 결론을 못 낸 상황에서 선거가 있었다. 이후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이라며 “현 시장님의 신공항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시점이 7월이 된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발레오 외투법인 신설 예정
이미 두 개 기업 대구에 진출

발레오사는 이번 투자협약을 통해 대구에 발레오모빌리티코리아(가칭) 외투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약 728억 원을 투자해 대구국가산업단지 1단계 내 미래형자동차부지 4,000평 규모에 자율주행용 인지센서 및 조향센서 등을 개발·양산할 계획이다.

▲ 7월 26일 대구시는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자동차부품기업인 프랑스 발레오와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시)

발레오는 1988년 평화크랏치공업과 합작법인 평화발레오를 설립하며 대구시와 관계를 형성했다. 2017년에는 한국파워트레인과 합작법인 카펙발레오를 설립하며 지역 내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두 기업은 대구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모빌리티 밸류체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투자 또한 앞서 설립된 두 개의 합작법인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11월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에선 외투기업 유치 방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레오와 대구시의 오랜 관계도 확인된다.

안중곤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은 기업 유치 방안에 대한 물음을 받고 “대구를 모르는 외국기업 보다는 우선 우리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어필하고 있다. 대구에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홍보하는 게 투입 대비 효과가 높을 거라 보고 있다”며 “대구텍, 발레오, 삼익THK 등 외투기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