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온다] (하) 부산은 논의 끝에 현지법인화 했지만···대구는?

이케아 동부산점이 ‘현지법인’ 형태로 들어오기까지
동부산점 오픈 2년 차, 지역 가구산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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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케아코리아가 대구점을 낸다는 소식에 지역이 들썩였다. 대구시는 의기양양하고, 시민들은 늘어날 일자리와 새로운 소비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케아의 대구 입성은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뉴스민>은 두 차례 걸쳐 지역 업계의 의견과 부산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우려점을 짚어본다.

(상) 가구업계 종사자 만나보니···수요 달라 영향 적다면서도 업계 불황 호소
(하) 부산은 논의 끝에 현지법인화 했지만···대구는?

대구시는 이케아의 대구 진출을 장미빛 전망으로 소개했다. 7월 28일 보도자료에선 직간접적 고용창출이 1,400여 명에 달하고 연간 220만 명 이상 방문객 유입 효과를 기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역 업계 우려를 두곤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고 폐쇄성에 젖어 우리끼리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우려는 막연한 수준이다. 이케아가 지역에 출점한 사례가 많지 않고, 가구 산업 외에도 다양한 생활용품 시장에 사업 분야가 걸쳐 있어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케아로 인해 유발되었다는 경제 효과 만큼 지역 내 어딘가에선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부산가구공업협동조합)과 서서히 무너질 지역 상권에 대한 우려(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교차할 뿐이다.

<뉴스민>이 지난주 지역 가구업계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대구시의 관계자를 접촉했을 때도 이케아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은 빠져있다. 대구시의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7년 처음 비수도권에 이케아를 유치한 부산시는 조금 달랐다.

부산은 유치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그 결과 우리나라 이케아 매장 중 처음으로 현지법인 형태로 동부산점이 개장했다. 현지법인화가 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대기업 유치만을 능사로 내달리는 대구시가 배워야 할 고민의 깊이는 다르다.

▲7월 28일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정명섭 대구도시공사 사장이 이케아 대구점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시)

#이케아 동부산점이 ‘현지법인’ 형태로 들어오기까지

이케아코리아(이케아)는 2014년 광명점을 시작으로 고양점, 기흥점, 동부산점까지 한국에 4개 지점을 냈다. 7월 이뤄진 대구시-이케아 간 협약대로 10월 부지계약이 완료되고 내년 상반기 공사가 시작되면 대구에는 5호점이 들어서게 된다. 이케아는 2017년 국내 첫 비수도권 지점으로 부산을 선택했다. 그해 2월 21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이케아는 부산점 진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 2월 13일 매장이 문을 열었다.

2017년 2월 21일, 이케아는 부산시·부산도시공사와 협약을 맺으면서 국내 첫 현지법인화를 약속했다. 금융거래 파트너로 지역은행을 활용해 지역 자금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협력하고, 약 500명의 고용예상인원을 최대한 지역 인재로 채우기로도 약속했다.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제품과 외부 용역도 최대한 지역업체에 기회 제공을 해 지역과 협력하기로 했다.

부산과 대구의 이케아 유치 협약의 가장 큰 차이는 현지법인화다. 이케아는 대구에서도 신규 채용 약 300명을 지역 인채로 죄대한 채우고,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제품이나 용역도 지역업체에 최대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협약서에 담았지만, 현지법인화는 옵션으로 삼지 않았다. 이케아 측은 관련 문의에  “대구 매장 개점 시 현지법인 설립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당시 부산시가 이케아의 현지법인화를 요구했던 이유는 명실상부 ‘부산기업’으로 기능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대형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를 내세웠다. 비현지법인 형태로 이미 부산에 여럿 진출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이 주요 타겟이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6년 10월 낸 성명을 통해 서 시장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면서 “부산에서 영업 중인 대형 유통업체의 연간 수익 6조 원이 수도권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부산시가 공개한 대형유통업체의 지역기여도 ‘2014년 조사결과(2015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총매출액과 납품액을 합친 6조 2,726억 원”이라며 “2014년 한해 이들 업체의 지역 공익사업 참여액이 총매출액의 0.0016% 인 102억 원에 그쳤다. 입점업체 입점과 지역업체 납품도 지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부산시는 현지법인화에 관심이 많았다. 부산연구원은 2016년 12월 대형유통점 현지법인화의 지역경제 기여도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현지법인화는 지역업체 납품 제고 및 판로 확대, 지역 인재 채용, 협력업체 육성 등 대형유통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독립적으로 수행 가능하다. 특히 독립경영을 위한 조직 세분화가 이뤄지며, 이에 따라 지역인력의 정규직 일자리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2016년 12월엔 부산시의회에서 이케아를 콕 집어 지역 공헌 방안을 요구하는 질의가 나온 것도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20일 열린 부산시의회 258회 정례회 서민경제특별위원회에서 전진영 당시 부산시의원은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케아에게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 지역에 공헌하게 할 것인가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질의했다.

당시 부산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은 전 의원 물음에 “이케아가 온다면 ‘현지법인화 해라’고 요구하고 있다. 들어올 때 법인화하지 않으면 사후적으로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역경제 전체 활성화나 관광 기반 시설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인근 소상공인 전체에 굉장한 타격을 준다. 소상공인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게 저희 시의 기본 방침이고, 법인화 요청 이후 지역 소상공인들이 입점한다거나 제조를 하는 등 대책이 새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시는 지역 분위기를 반영해 유치 단계에서부터 지역에 더 나은 조건으로 협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 부산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유치 언급 과정에 지역 소상공인의 반발이 있었고, 시민단체와 시의회에서도 현지법인 형태로 이케아가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규모 점포가 들어오려면 지역 3km 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상생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규모 점포를 등록할 때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꼭 협약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에 유리한 조건을 위해 일찍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 지역의 중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이케아 동부산점이 오픈한 뒤 점진적으로 지역 산업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케아 공식 유튜브)

#동부산점 오픈 2년 차, 지역 가구산업 영향은

물론 현지법인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실제로 이케아 현지법인화로 인한 효과에 대한 분석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생활용품, 외식업, 침실과 주방용품 브랜드 등 이케아가 가구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사업을 영유하는 만큼 지역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에 이케아가 들어올 당시 부산 가구업계는 현지법인화 외에도 다양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이케아 간 협약식이 있고 두 달 뒤 부산가구공업협동조합은 조합원 의견을 모아 상생을 위한 논의 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법적으로 이케아가 입점하는 부산시 기장군 내로 제한되는 상생협약 대상 업체를 부산시 전체 업체로 확대하고 지역 가구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케아가 받아들인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게 지역 업계의 설명이다. 박찬원 부산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케아 유치 협약식 이후부터 오픈까지 지역과의 상생 방안을 여럿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케아가 받아들인 건 없었다”고 말했다.

박찬원 이사장은 “이케아가 부산에 옴으로써 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홍보하는데, 상식적으로 지역 내 어디선가는 그만큼의 비용이 빠져나간 것 아닌가. 직접적인 타격은 대기업이 아닌 지역 중소상공인이 입는다. 논의는 열심히 했지만 그만큼 분명한 대책이나 가이드라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현지법인의 장점을 짚으면서도 이케아 효과가 부산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정식 협회장은 “부산시 유통상생발전협의회에 가보면 유통기업에서 대표로 나오는 게 대부분 점장 혹은 부점장이다. 결정권이 없으니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없다. 반면 현지법인으로 오게 되면 결정권 있는 대표자가 나온다는 점이 가장 기대한 바”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유통기업이 들어온다고 지역 상권이 한 번에 무너지거나 변화하진 않는다. 대신 서서히 재편된다. 충격을 완화하고 상생하기 위해선 지역의 관련 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계속해서 상생에 필요한 걸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논의 끝에 이케아의 현지법인화라는 결론까지 이끌어 낸 부산과 달리 대구는 아직 의회나 지역 사회에서 이케아 대구점 유치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 대구경북가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사의 우려점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대구경북 가구산업은 중소형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케아가 판매하게 될 저가형 조립식 가구와 정면으로 붙게 된다. 대구시에서도 논의해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협약식을 진행한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건 어렵다. 상생협력계획서에 담길 내용은 차차 논의할 계획”이라며 “소상공인과 협의 등의 과정도 필요하다면 추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