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온다] (상) 가구업계 종사자 만나보니···수요 달라 영향 적다면서도 불황 호소

텍스빌, 칠성가구거리, 원대가구명물거리에서 만난 상인 16명
다수 의견은 "영향을 없을 것"···명시적 반대는 4명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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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케아코리아가 대구점을 낸다는 소식에 지역이 들썩였다. 대구시는 의기양양하고, 시민들은 늘어날 일자리와 새로운 소비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케아의 대구 입성은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뉴스민>은 두 차례 걸쳐 지역 업계의 의견과 부산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우려점을 짚어본다.

(상) 가구업계 종사자 만나보니···수요 달라 영향 적다면서도 업계 불황 호소

지난 7월 이케아코리아(이케아)가 대구점을 낸다는 소식에 지역이 들썩였다. 협약에 따르면 이케아 대구점은 2025년 상반기 오픈 예정으로, 동구 안심뉴타운에 지어질 예정이다. 7월 28일 협약식을 진행하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만면에 미소를 띄어 보였고, 시민들은 늘어날 일자리와 소비에 기대감을 표했다.

이케아의 대구 입성은 대구에 긍정적인 영향으로만 다가올까. 현재까지 지역 가구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부터 21일 사이 칠성가구거리, 원대가구명물거리, 텍스빌에서 만난 업계 종사자들은 대체로 이케아 유치가 지역 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북이나 청년 소비층의 ‘이케아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뉴스민>이 만난 상인 16명 중 이케아 유치를 명시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4명에 그쳤다.

#지역 가구업계 “수요층 달라 영향 없을 것”

대부분의 상인은 “이케아 유치 소식을 듣고 어땠냐”는 질문에 수요층 차이, 상품의 질, 대구 시민들의 성향 등을 언급하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구 유통단지 내 혼수백화점(텍스빌)에서 판매일을 하는 박민영(가명, 43) 씨는 “여긴 중장년층이 가구를 바꾸거나,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가 혼수용 가구를 사러 온다.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우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칠성가구거리나 원대가구명물거리에서 만난 상인들도 수요층이나 오래된 역사로 만들어진 단골 수요가 이케아로 빠지진 않을 거라 추측했다. 칠성가구거리에서 40년간 중소형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한 서영진(57) 씨는 “여긴 중저가 가구 위주인데, 이케아를 가는 사람과 이 골목을 오는 사람이 겹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원대가구명물거리에서 유명 브랜드 가구대리점을 14년 운영한 김경진(47) 씨는 “원대가구거리에 가게를 낸 건 ‘가장 오래된 가구골목’이라는 이름값 때문이다. 옛날 만큼은 아니지만, 역사 때문에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텍스빌에서 유명 브랜드 가구대리점을 운영하는 이현석(가명) 씨는 가구의 질 차이를 강조했다. 이 씨는 “가구 질이 확실히 떨어져서 장기적으론 타격이 전혀 없을거라 본다. 마음 먹고 사는 장롱이나 소파 같은 가구를 이케아에서 구매하진 않을 것”이라며 “눈으로 가구를 보고 사는 사람들은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케아 제품이) 마음에 들 수가 없다”고 전했다.

원대가구명물거리에서 10년 넘게 가구점을 운영한 이왕표(가명) 씨도 “품질도 차이가 나지만, 디자인도 다르다. 이케아 가구는 20대에게 인기 있는 디자인으로 트렌디할 순 있지만, 그 수요층은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이케아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은 계속해서 기존 가구 브랜드로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17일 토요일 북구 칠성시장 인근의 ‘칠성가구거리’를 방문했다. 대로변에는 중저가형 가구대리점이, 골목 안쪽에는 사무용 가구와 중고 가구를 매입·판매하는 가게들이 있다. 이날 가구거리에서 만난 6명의 상인 중 이케아 유치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대구 시민들이 갖는 보수적인 태도도 이케아가 지역 가구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거란 이유가 됐다. 서영진 씨는 “대구는 보수적인 동네라 가는 곳만 간다. 이 골목(칠성가구거리)도 그렇게 운영되어 왔다”고 했고, 김경진 씨도 “조립하고, 멀리 가는 걸 귀찮아하는 대구 사람의 특징도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오히려 시장이 커질 거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주변으로 브랜드 가구점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도 시장 자체가 커지고,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소수지만 반대 의견도···
“거리 방문객 줄어들 것”
“가구 산업 어차피 힘들다”

타격이 있을거라고 전망하는 이도 없진 않았다. 특히 가구산업 자체의 위기를 말하는 상인이 많았다. 텍스빌에서 7년간 중가형 가구점을 운영한 조효성 씨(50)는 “일단 사람들이 와서 구경을 해야 지갑도 열린다. 대구에선 가구하면 텍스빌이 가장 규모가 크니 일단 가보자는 인식이 있는데, 이젠 다들 이케아에 먼저 가지 않겠나”며 우려를 표했다.

조 씨는 “경북에서 오는 손님 수요가 빠질 게 가장 우려된다. 인근 경산, 포항, 구미 등에서 가구를 사러 온다면 한 동안 이케아부터 들르게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힘든데 당장 그 한두 해 타격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20일 화요일 오후 북구 종합유통단지에 위치한 ’텍스빌 오케이혼수백화점‘을 찾았다. 1층부터 3층까지 가구판매점이 자리하며, 중가형부터 고가형 가구 브랜드로 구성됐다. 1층에는 이불과 그릇, 소품을 파는 가게도 다수 있다. 이날 만난 4명의 가구대리점 사장과 1명의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3명이 이케아 유치에 우려를 표했다.

원대가구명물거리에서 15년간 중소형 브랜드 가구점을 운영한 이안나(가명) 씨는 “코로나19와 가구백화점 때문에 거리가 많이 죽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케아가 생긴다니 반가울 수 있겠냐”며 “일단 젊은 손님들은 거의 뺏긴다고 봐야 한다. 서구청에서 명물거리로 선정했지만 그다음 별 지원이 없다. 이케아 오고서 다 굶어 죽고 난 뒤에야 (구청에서) 한 번 와볼까.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칠성가구거리에서 10년 넘게 저가형 가구 브랜드판매점을 운영해 온 김영탁(가명) 씨는 “우린 어떤 수를 써도 이케아 단가를 맞출 수 없다. 손으로 제작하는 인건비와 배달하는 물류비가 너무 올라 대기업의 유통 과정 마진을 따라갈 수 없다”며 “경쟁사회에서 이케아를 오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업계 자체가 어려운 건 (지자체에서)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구 외 비중 높은 이케아
지역 조합에선 상황 살피는 중

가구업계에선 큰 영향이 없을거란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이케아가 취급하는 생활용품이 많은 만큼 소상공인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역시 소상공인 중심으로, 유명 브랜드(침구, 그릇) 판매점은 “수요층이 달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케아가 밝힌 가구 외 생활용품 비중은 60%다. 주방용품, 패브릭, 침구, 액세서리 등이 포함된다.

▲원대동의 ‘원대가구명물거리’는 서구에서 지정한 명물거리인만큼 입구에 큰 안내 입간판이 있었다. 서구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대구의 가구골목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서구청은 “1950년대를 전후로 골목에는 직접 가구를 제작하는 소규모 공장이 많다. 당시 경상도 일대의 가구는 모두 이곳에서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고 소개한다. 5명의 상인 중 이케아 유치를 반대하는 이는 1명뿐이었다.

대구경북가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아직은 협약이 진행된 정도라 특별히 대응하고 있는 건 없다. 먼저 이케아가 들어온 부산 쪽 협동조합에 연락해 정보를 얻고 있다”며 “이케아는 가구보다 생활용품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지역 내 다른 산업군과 같이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칠성가구거리 인근에서 20년간 생활용품점을 운영한 이해찬 씨(61)는 “지역에 대기업이 들어와야 상권이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생긴다”면서도 “인근에 다이소가 생긴 뒤 식당용 미니 쓰레기통, 플라스틱 용기가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텍스빌에서 19년간 유명 그릇 브랜드 판매점을 운영한 허태석 씨(65)는 “그릇은 품질 차이가 크다. 그릇, 수저를 이케아 제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우리 고객 중에는 잘 없을 것”이라며 “우리보단 비교적 저렴한 그릇, 이불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이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역시 텍스빌 인근에서 17년간 이불 판매점을 운영한 유순덕(52) 씨도 “우리 브랜드 제품만 사용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없다. 이케아는 대량 생산하는 저가형 제품 위주”라며 “생활용품도 종류별로, 가격대별로 타격 입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