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우리집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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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지난 1년 동안 틈틈이 산책을 시켜주던 녀석으로, 지인의 집 마당에 묶여있던 개다. 새로운 가족의 적응을 위해 나는 소중한 ‘안식휴가’를 사용했다. 뉴스민은 3년 만근 시 14일의 유급 안식휴가를 받을 수 있다.

지인이 아는 지인에게 2019년에 얻어온 ‘요미’는 줄곧 1m 쇠줄에 묶여 마당에 살았다. 지인의 집에 드나들면서 몇 번 쓰다듬어 주다 보니 몇 번 산책을 하게 됐고, 그러다 산책 횟수는 점차 늘어갔다. 어느덧 내게도 요미와 산책은 규칙적이고 중요한 일정이 됐다.

요미와 산책을 하며 시골 동네를 돌아보면 서너 집 걸러 한 집씩 요미와 비슷한 처지의 마당개들이 많다. 시베리안 허스키나 보더콜리, 푸들 등 온갖 종류의 품종견이고, 불과 몇달 사이에 묶여 있던 개가 바뀌는 일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마 요미처럼 지인에게 얻어왔거나,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키우다 시골로 보내진 것이 아닐까 짐작됐다. 1m가 자신의 세상 전부인 녀석들은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컹컹 짖어댔다. 시골에선 마당개 보다 산책하는 개가 더 특이한 일이다.

고양이 집사 13년차, ‘베테랑 집사’를 자부했지만 개는 공부가 필요했다. 꼬리 언어에서부터 행동, 훈련, 먹거리 등 ‘요미’와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그 사이 ‘요미’는 죽을 고비도 두 번이나 넘겼다. 반려견에게 필수적인 심장사상충 예방에 대한 인식이 요미 주인에겐 없어 요미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기도 했다. 또 목줄이 풀린 옆집 개 2마리가 요미를 공격한 일도 있었다. 마당개의 삶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몇주 전 새로운 강아지가 ‘요미’가 묶여 살던 마당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또 목욕을 위해 우리집으로 몇 번 데려온 ‘요미’가 실내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고민이 시작됐다. 동물을 집에 들이고, 그 삶을 책임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13년 전 첫째 고양이를 입양하던 그때처럼 무거운 마음이 앞섰다.

난관은 또 있었다. 요미의 주인은 요미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깨끗한 물과 사료, 꾸준한 산책 등 충분한 돌봄을 해주지 못했지만 ‘매일 반겨주는 정든 개’를 다른 집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했다. 묶여 사는 마당개들이 일으킬 수 있는 개 물림 사고 문제, 동물을 키우는 책임과 동물의 입장에서 필요한 돌봄 문제에 대해 설명을 했다. 결국 요미의 주인은 수긍했다.

2주 간의 휴가가 오늘로 끝난다. 요미는 집 안에서 살았던 개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집에서 짖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도 없다. 실외배변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나가는 산책에선 전에 없던 여유도 생겼다. 특히 시골길과 달리 도시에선 산책하는 개나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아 걱정도 됐는데 다른 개가 짖어도 잘 교육받은 강아지처럼 의젓한 모습도 보인다.

다만 오랫동안 목줄에 묶여 지낸 탓일까. 목줄이나 리드줄 채우는 것에 이빨을 드러내고 때때로 입질도 한다. 이 또한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실내견이 된 이후로 생전 처음 해본 ‘산책 후 발 씻기’를 3일 째 부터 금세 적응했던 것처럼. 단지 그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