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민주당 경북위원장, “선거제도 개혁, 국회 로텐더홀 농성하겠다”

허대만 전 위원장 부고 후 민주당에서도 선거제도 개혁 관심
중대선거구제도 가장 좋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라도
내부 공론화 후 국민의힘 호남 정치인들과도 힘 모을 생각
이재명 대표, 선거제도 개혁 비전 제시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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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이 말을 인터뷰 내내 화두에 올렸다.

지난 22일 53세라는 이른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허대만 전 경북도당 위원장을 회고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임 위원장은 “스물여섯 살, 시의원이 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28년 정도 삶 전체가 거기 고스란히 다 녹아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의지와 결단으로 제도와 부딪혀서 싸워보고자 했으나, 결국은 그것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지금의 제도로는 또 다른 허대만을 만들뿐, 그 벽을 뛰어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렵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임 위원장은 지난 4월 30일 도지사 후보 공천이 확정되고 포항에 갔다. 그때 만난 허 위원장은 병색이 더 짙어지고 있었다. 임 위원장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 우리 민주당은 저런 분의 인생이 정말 갈아 넣어져서 여기까지 온 거구나, 도당 위원장 선거를 하면 선거제도 개혁 싸움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2년마다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험지에 대한 배려 이야기는 매번 나왔다. 보통 비례대표 안배로 끝나곤 했다. 임 위원장은 “시혜하듯이 비례대표 한 석을 주는 게 아니라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중대선거구제로 가면 제일 좋지만, 안 된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그것도 안 되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동한 석패율제라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대만 위원장 부고 소식이 알려진 후 민주당 원내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임 위원장은 “제가 당대표 후보자들한테도 그랬고 최고위원 후보자들한테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전당대회 끝나면 그 길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곡기를 끊고 농성을 하겠다. 누구 하나 죽어 나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런 각오로 싸우겠다고 했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움직이는 건 움직이는 대로 하고, 싸우는 사람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연대의 뜻도 적극적으로 밝혔다. 임 위원장은 “선거제도는 양당 합의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내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호남의 정치인들과도 접촉해볼 생각”이라며 “이정현 전 의원도 좋지만, 천하람 변호사 같은 분들, 젊은 정치인들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다. 때문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임 위원장은 “없다. 제가 요청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제안이 오면 수락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수락하겠다. 당 지도부에 선거제도 개혁 이야기를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게 제 역할이니까”라고 말했다.

이재명 신임 당 대표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도 ‘선거제도 개혁’이란 답이 돌아왔다. 임 위원장은 “정치인은 어렵더라도 비전과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며 “단적인 예로 선거제도와 관련한 비전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발의하더라도,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민주당 내) 반대가 있다면 경북 입장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끝으로 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임 위원장은 “선거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남편이 지역위원장인데 부인이 도당 위원장을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다”며 “남자 정치인은 오롯이 평가받는데 여성은 남편과 끼워 부록으로 평가받는 느낌이다. 정치인 임미애로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미애 위원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Q. 허대만 전 경북도당 위원장이 지난주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를 치르면서 허대만 위원장이 남긴 민주당 경북의 민주당 당원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추도사에도 그 얘기를 했는데요. 돌아가시기 전인 5월 16일, SNS에 올린 글에 보면 ‘내가 다시 나갈 수 있을까. 지방선거 앞두고 다들 이렇게 뛰는데 내가 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메시지를 썼어요. 그러고 나서 ‘지금의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의 그 지역주의를 더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니 선거제도 개혁해야 된다. 이 문제는 누군가 개인의 결단과 희생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 개혁하자’ 이 얘기를 써놨어요.

허대만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스물여섯 살 시의원이 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28년 정도 삶 전체가 보여준 게 거기 고스란히 다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의 의지와 결단으로 이 제도와 부딪혀서 싸워보고자 했으나, 결국은 한계에 부딪혔고, 지금의 제도로는 또 다른 허대만을 만들 수 있을 뿐 그 벽을 뛰어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 거잖아요.

제가 도당 위원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첫 번째 했던 얘기가 선거제도 개혁 싸움 시작하겠다. 이거였어요. 그렇게 결심하게 된 데는 허대만의 영향이 큰 거였죠. 전략공천받고 4월 30일 도지사 선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포항으로 갔었거든요. 가서 만난 허대만 위원장의 모습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병색이 완연했어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때 그 생각이 든 거죠.

아, 지금 우리의 민주당은 저런 분의 인생이 정말 갈아 넣어져서 여기까지 온 거구나. 그때 제가 결심한 거예요. 도당 위원장 선거를 하면 선거제도 개혁 싸움을 해야겠다.

Q. 정치를 시작하실 때부터 허대만 위원장과 에피소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있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인가 오징어가 구룡포에서 많이 잡혔어요. 그 오징어가 수협 창고에 쌓여 있었고, 이 창고 임대료만 많이 나가는 거죠. 이걸 팔아야 된다고 전화가 왔어요. 제가 그때 ‘아니, 위원장님은 참 속도 좋다. 이런다고 찍어준대요?’ 그랬어요. 내 딴에는 서운한 마음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데, 허대만 위원장은 씨익 웃으면서 저한테 ‘에이 그런 거 생각하면 안 되고,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답답하니까 나 같은 사람한테까지 찾아왔겠지’라고 했어요. 그때 서울광장에서 장터 열고 오징어를 팔았어요. 그래서 최근 김태일 선생(장안대 총장) 칼럼도 나오고, TK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요청하면서 허대만법 이야기도 당내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Q.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반응이 있나요?

허대만 위원장 부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좀 많이 갖게 됐어요. 제가 당대표 후보자, 최고위원 후보자한테 그렇게 얘기했어요. ‘난 전당대회 끝나면 그 길로 국회 로텐더 홀에서 곡기 끊고 농성을 하겠다. 누구 하나 죽어 나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런 각오로 싸우겠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국회의원들이 움직이는 건 움직이는 대로 하고 이 요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저희가 또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2년마다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험지에 대한 얘기는 늘 나왔어요. 험지 배려 몫의 비례대표를 주겠다는 거였죠. 근데, 이번에는 방향이 다른 거예요. 저는 험지 배려라 명목으로 주어지는 비례대표 한 석을 원하지 않아요.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는 거예요. 시혜하듯이 비례대표 한 석을 주는 게 아니라요. 제도를 바꾸자. 중대선거구제가 되든, 아니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든가, 하다하다 안 되면 석패율제로라도 가자. 그런데 이 논의가 옛날에도 있었는데 왜 진행이 잘 안됐냐면, 석패율제를 모든 선거구에서 다 적용을 할 것이냐 이 문제가 있어요. 아쉽게 떨어진 사람으로 치면 수도권이 더 많잖아요. 그러면 제도를 만들어도 수도권에서 혜택을 봐요. 조금 더 구체화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동해서 진행시켜보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경북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영남권 시도당 위원장 5명이 모여서 구체적으로 싸움 일정을 잡아보자고 논의했어요. 이제 시작이죠. 싸워야죠.

Q. 선거제도라는 게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 간 합의가 이루어져야지 여론으로부터 지지도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호남권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연대를 하실 계획은?

있습니다. 민주당 중에서도 정치개혁을 원하는 세력과 연대를 1차로 하고 국민의힘 쪽 관계자들하고도 연대할 생각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어쩌면 비난하는 층이 있을지 모르나 법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려면 국민의힘도 협상 대상이기에 연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이정현 의원도 괜찮지만 저는 천하람 변호사나 이런 분들과 먼저 이야기해보려고요. 새로운 젊은 정치인들한테 이게 문제가 되는 제도이거든요. 새롭게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이재명 대표가 당선됐는데, 대표단 선거를 좀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재명 당 지도부를 만든 가장 결정적인 공로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봐요. 우리 당 지지자 중에서 상당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요. 그분이 5년 동안 이룬 성과와는 별개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증을 이재명이라는 당 대표를 통해서 찾아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민주당이 어떤 가치, 철학, 역사, 신념 등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지만, 너무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쩌면 서민들 아픔에 직접 공감하는 것이 떨어진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새 지도부는 공감하는 능력이 굉장히 예민한 지도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이재명 대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분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약속한 건 지킵니다잖아요. 근데 행정을 할 때는 약속한 건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약속을 안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정치는 다른 영역이죠. 지금 당장은 그것이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기도 해요. 당장은 어려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던지는 게 필요한 거죠.

예를 들면 선거제도 개혁과 같은 거예요. 국민의힘과 우리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려운 거거든요. 그렇지만 어렵다 하더라도 풀어나가야 할 거라면 정치적인 과제로 약속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거제도와 관련된 비전을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지명직 최고위원 제안이 들어왔나요?

안 들어왔어요. 제가 요청한 적도 없고요. 저한테 이런 제안이 들어오지를 않아서 저도 고민해보지는 않았어요. 이재명 당 대표가 당을 어떻게 이끌고 가고 싶은가에 대한 구상 하에서 정하는 거겠죠. (만약 제안이 온다면?) 수락하고 선거제도 싸움을 하겠죠. 그게 제 역할이니까. 요청이 온다면 ‘아 이거는 선거제도 싸움하라는 거구나’ 그런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얼른 하겠습니다.

Q.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안이 발의가 됐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선거 중에 특별법을 내겠다고 했는데, 아직 법안 발의는 안 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낸 법안은 민간공항은 전부 국비로 해라, 군사공항은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하겠다. 그런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좀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 이런 거거든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고, 통합 신공항에 대한 경북 도민들의 요구를 감안한다면 이재명 의원이 발의하더라도 병합 심리가 될 텐데,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도출돼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민주당 내) 반대가 있다면 저희 입장을 설득해야지요.

Q. 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임미애 위원장을 찍어주지 않은 찍지 않은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선거 때 부부 정치인에 대한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남편이 지역위원장인데 부인이 도당 위원장을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어요.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민주당 구미시을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그래서 제가 그때 그랬어요. 그렇게 치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도지사 후보로도 내면 안 되는 거죠. 도지사 후보가 될 수 있는 거라면 도당 위원장 후보도 될 수 있는 겁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냥 저는 임미애인 거예요. 부부 정치인이라는 틀로 저를 평가하지 말고, 그냥 정치인 임미애로 평가해주길 바랍니다. 남자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기로서 평가받는데 왜 여자는 남편과 끼워서 마치 부록으로 평가받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게 아니라는 거죠.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