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최외출 총장 비판 교수회 전 임원들 중징계

징계위, “사실 아닌 또는 근거 부족한 주장 반복···매우 부적절”
이승렬 교수, “대학 발전 위한 역사적 상상력 억압하는 것”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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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남대학교가 학교와 특정교수 명예훼손 등으로 해교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전 교수회 의장과 사무국장을 지낸 이승렬, 김문주 교수를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중징계 처분했다. 이들이 명예훼손을 했다고 지적한 특정교수는 최외출 현 영남대 총장이다.

이승렬 교수와 김문주 교수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영남대 교수회 의장과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학내 민주화 문제를 지속해 제기해왔다. 특히 영남대의 설립 역사에 기반해 전신인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19년 5월 대학본부가 불허 결정했지만 최염 선생을 초빙해 강연을 열었다. 최염 선생은 최준 대구대학 설립자의 손자다.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최염 선생은 “영남대는 대구경북 도민의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며 “영남대는 영남학원 자체가 주인이다. 돈 한 푼 안 낸 박정희가 설립자가 될 수 있느냐”고 민립대학으로서의 영남대 정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최염 선생 영남대서 첫 강연 “박정희 설립자 될 수 없다, 도민이 주인”(‘19.5.8))

▲지난 2019년 영남대학교에서 최염 선생의 강연이 열렸고, 이 강연 개최도 이승렬 교수 징계의 사유로 포함됐다.

영남대는 이날 강연을 포함해 이 교수가 의장으로 있으면서 개최한 강연회, 기자회견, 대중 발언 등이 학교와 동료교수 명예를 훼손했다고 문제 삼았다. 영남대는 지난해 2월 관련 내용을 근거로 감사 및 징계를 추진했지만, 논란이 일면서 실제 징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관련기사=영남대, 최외출 총장 비판한 전 교수회 의장 감사 논란(‘21.3.5)

해를 넘긴 영남대는 지난 7월 다시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앞서의 명예훼손 문제뿐 아니라 이 교수와 김 교수가 교수회 임원으로 있을 당시 회계 처리 문제도 함께 징계 사유로 삼았다.

학교 측은 이들이 김 교수에게 2019년 2, 3월분 활동비와 3월 출장비를 부당지급하고, 평의원회 회의비로 모바일 커피쿠폰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재항목을 누락했으며, 교수회 계약직 직원에게 부적절하게 수당 80만 원을 지급한 일 등을 ‘공금 유용’,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징계 사유로 설명했다.

이 교수와 김 교수는 “징계사유 설명서에 언급된 대부분의 내용은 공적 영역에서 활동”이라며 “대학 명예를 지키고 대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활동비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교수회 임원 선출과 학기 시작일의 불일치로 인해 그간 관행처럼 이뤄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교수회 의장은 홀수년도 2월에 선출되고, 사무국장의 업무 역시 2월에 시작되어서 3월 학기 시작 후 교수 평의원회를 열어 사무국장을 사후 승인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해 현 총장이 사무국장 승인에 대해 문제삼고, 이례적으로 표결까지 거쳐 승인이 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영남대 징계위는 “교수회 의장으로서 소속 기관과 동료교수에 대해 사실이 아닌 또는 근거가 부족하여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의혹을 지속 제기함으로서 그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징계를 결정했다.

▲영남대 사태 공대위가 결성돼 영남대가 사유화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징계 결정 통보를 받은 후 이 교수는 본인의 SNS를 통해 “저와 김문주 교수를 중하게 벌하려는 근본적 사유는 결국 최외출 총장과 그 측근 세력이 우리 대학 역사의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정통성을 결여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를 대학 명예를 더럽힌 중죄인으로 심문하려면 저의 비위 사실이 무엇이며 그로 인한 학교의 손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엄한 문책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징계위원들과 저는 우리 대학의 정체성과 학교를 지배하는 세력의 정통성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며 “최외출 총장은 이성에 근거한 토론과 논쟁의 영역에 사법적 형벌을 끌어들임으로서 대학 발전을 위한 역사적 상상력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단 한 푼의 교수회 운영비를 허투루 쓴 사례가 없는데도, 최저임금 받는 계약직 사무원에게 2년간 총 80만 원 명절 상여비를 지급하면 그게 죄가 될 수 있는 걸까요? 규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에 평의회 승인 이전 두 달 간 교수회 사무국장에게 수당을 지급한 것이 공금 유용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수고하신 평의원님들에게 사은의 뜻으로 커피 쿠폰을 선물한 것 역시 죄가 되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영남대는 1967년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설립했다. 대구대학은 1947년 최준 등 유림들의 모금으로 출범했고, 청구대학은 최해청(1905~1977) 선생이 시민대학으로 설립했다. 1960년대 최준 선생은 “한수(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좋은 학교로 가꾸겠다”는 삼성그룹 이병철의 제안에 대구대학 운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이병철은 청구대학 경영권을 가진 박정희에게 대구대학을 넘기면서 영남대 설립자로 박정희가 등장했다. 영남학원 정관 1조에는 1981~2011년까지 박정희가 ‘교주’(현 설립자)로 명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 영남학원 이사장을 맡았다가 1988년 물러났다. 2009년 6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설립자 유족이자 종전 이사라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전체 7명) 추천권을 주기도 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