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포항 고양이 연쇄 학대범 2년 6개월 실형 선고…역대 최고형

법원, 동물학대죄 엄중하게 판단
동물보호단체 등 방청 시민들, 재판 결과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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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간 경북 포항 곳곳에서 길고양이를 지속적으로 죽인 A(31, 남성) 씨에게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실형 판결은 드물었다. 동물보호단체 등 재판을 방청한 시민들은 최고형에 가까운 실형 판결이 나오자, 환호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했다.

A 씨는 지난 6월 포항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길고양이를 죽이고 노끈에 매달아 전시해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가, 여죄가 확인돼 함께 기소됐다. A 씨는 2019년 포항 한동대학교 일대에서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죽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검찰, 포항에서 수년간 길고양이 죽인 학대범 징역 3년 구형(‘22.08.24),포항 곳곳서 수년간 길고양이 죽인 학대범, 첫 재판 진행(‘22.08.17), 포항 초등생이 발견한 고양이 사체···경찰 수사 나서(‘22.06.24))

구체적으로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수 회에 걸쳐 10여 마리의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였고, 수 십만 원 상당의 물품을 손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절도, 부정사용공기호 행사·공기호부정 사용, 자동차관리법·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등으로도 함께 기소됐다. 피고인은 포항시 로고가 그려진 문서를 활용해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에 부착했고, 보험이 없는 타인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범행을 피한 것으로 확인된다.

2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3형사부 단독(판사 김배현)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서 제출된 증거에 의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동물학대죄를 무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동물학대 범행은 우발적 범행이라기 보다 치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에 따라 반복 진행된 것으로 수법이 잔혹하다”면서 “동물에 대한 범행을 넘어 생명 경시의 잠재적 위험성, 그리고 다수 사람들을 겨냥해서 정신적 충격과 불안, 공포감을 야기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절도와 재물 손괴를 한 점에 비춰 죄책에 상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오토바이를 폐기하고, 절도 피해자와 합의된 점, 벌금형 초과 범죄 전력은 없는 점 그리고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해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선고되자 방청석을 가득채운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환호했다. 해당 사건을 고발하고, 공론화에 나섰던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 일부는 눈물을 보이며 재판 결과에 감격했다.

A 씨는 지난 달 17일부터 이날까지 약 한 달 간 17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고, 동물단체 측에도 자필 반성문을 우편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 2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열린 길고양이 연쇄 학대범에 대한 재판 전후로 동물권행동 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 전후 동물권행동 카라는 피켓팅을 통해 동물학대죄에 대한 강력처벌 요구와 함께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최민경 카라 활동가는 “잔인하게 수 년 간 길고양이 학대 범행을 해온 피고인에게 낮은 처벌이 나올까봐 걱정됐다. 동물보호법 처벌 규정 상향 이래로 역대 최고의 실형이 내려졌다”며 “엄중한 처벌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동물권행동 카라 측은 동물학대죄에 대한 강력 처벌로 동물학대가 근절되길 기대했다. 최민경 활동가는 “이 판결이 앞으로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예고와도 같다. 앞으로도 더 큰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면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일관된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마련과 학대범 신상 공개로 재발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고인은 또 다른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다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A 씨가 2020년부터 고양이 학대 내용이 담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것을 확인해 지난 7월 고발한 상태다. 현재 포항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