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경산 박사리 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 결정

유족,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희생...보상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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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가 경북 경산 와촌면 박사리 일대에서 빨치산에 의해 죽거나 다친 마을주민 34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희생됐다는 사실이 인정됐으니, 사과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43차 위원회를 열어 ‘경북 경산 박사리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전남 강진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전남 무안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박사리에 있는 반공희생자위령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1949년 10월경 박사리 인근 마을주민이 빨치산 근거지를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군경합동으로 빨치산 토벌을 진행했다. 팔공산 및 인근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49년 11월 29일 박사리 마을을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박사리와 음양리, 대동리 마을주민의 피해가 발생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총 34명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32명은 희생되었고 2명은 상해를 입었다. 희생자는 10대에서 60대 남성으로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국민이 희생되고 유족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추모 사업 지원과 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박기옥 박사리사건유족회 간사는 “진실규명이 내려졌으니까 조금은 보람이 있다. 단순히 사과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해서 제주4.3희생자에 준하는 보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이 내려져도, 보상에 대한 특별법이 없는 희생자 유족들은 다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박 간사는 “보도연맹이나 제주4.3 희생자들이 경찰, 군인과 같은 국가폭력으로 억울한 희생을 당했다면, 박사리 사건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희생된 사건”이라며 “부상자 가운데 사진 등이 남아 있지 않은 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진실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사리사건유족회에 따르면 박사리 사건으로 사망자는 모두 38명이었지만, 32명의 유족만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부상자는 16명 중 15명의 유족이 신청했지만, 2명만 진실규명 결정이 나왔다. 의료기록과 사진 등이 없는 13명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된 정부 조사기관으로 신청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후 후속조치를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 항일독립운동과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기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로, 진실화해위원회와 17개 시청·도청과 시청‧군청‧구청,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 접수를 받는다. 사건 희생자나 유가족, 피해자나 가족·친척, 목격자나 사건을 전해 들은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문의 02-3393-9700)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