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축구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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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한다. 우리는 어느새 하나가 된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하는 날이면 깊은 밤에도 집집마다 응원 소리가 넘쳐난다. 선수들은 유유히 공을 돌리다가 거침없이 돌진한다. 과감하게 몸을 던져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다. 먼저 실점해도 위축되지 않고 다시 뭉쳐 반격한다. 선수들은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축구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라고 흔히 말한다. 22명이 하는 스포츠이니 룰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룰도 간단하니 누구나 지킬 수 있다. 운동장과 공만 있으면 누구나 축구를 할 수 있다. 오늘날 축구가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가 된 것도 이런 연유가 크다.

축구를 잘하려면 드리블도 중요하지만, 패스를 잘 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각국의 선수들은 한 경기 당 패스가 평균 550회 이상 나오고 있다. 한 경기장에서 패스가 1000회 이상이다. 선수 개인의 기술만큼 상호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최근에 우리는 끼리끼리만 모였다. 어디를 가도 말조심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았다. 어떤 모임에서도 헤어질 때는 개운하지 않았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편이 갈라졌다.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나뉘다 보니 소통이 없고 협력이 안 되었다. 뜻밖에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거침없이 질주하며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은 바가 크다.

필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승패보다 선수들이 어떻게 패스하고, 기회를 만드는지 중점을 두고 시청한다. 덧붙여 심판은 룰을 공정하게 적용하는지 지켜본다. 관중들의 반응도 살펴본다. 경기를 관전할수록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와 군 복무 33년 동안 군대스리가(군대+분데스리가)에서 얻은 산 교훈이 오버랩된다.

사실 군대에서 축구는 전쟁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지는 경기’를 전투에서 패배로 여겼다. 축구를 통해 전략, 전술을 익히고 체력을 기르며 전투 의지를 다지는 계기였다. 이를 알면서도 한때 “축구로 쌓인 스트레스를 근무로 푼다”고 말하곤 했다. 결과에만 집착하여 ‘축구의 맛’을 몰랐다.

이러한 편견이 완전히 깨지고 축구의 매력에 빠져든 계기가 있다. 2006년 전방 열쇠부대에서 근무할 때이다. 당시 사단은 민간인 월북사고에 이어 귀순자 유도 실패로 사단장까지 교체되었다. 이 무렵 취임한 전종기 사단장은 축구를 통해 장병들을 단결시켰다. 축구장에서 엄격하게 룰을 적용했다. 본인부터 솔선수범했다. 시합이 끝난 후에는 ‘소통의 시간’을 꼭 마련했다. 소통은 협력으로 이어졌다.

장병들은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한 전우 외엔 잘 모를 수 있다. 군사작전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더 그렇게 되고 있다. 이를 무너뜨리고 응집력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축구이다. 축구장에서는 서먹서먹함이 일시에 풀려 버린다. 공을 패스하고 기회를 만들 때 그 집중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축구의 힘이자 매력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혼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보고 또 본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대한민국의 심장이 뛰는 소리다.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 등의 부상투혼을 본다. 선수들은 아픈 곳이 있어도 팀워크에 누가 될까 말하지 않는다. 승패를 떠나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 심정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선수들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무엇이든 함께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카타르 월드컵 선수들에게 보여 주자.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