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영남의 명찰순례2:팔공산 은해사’ 특별전

‘은해사 괘불'과 추사 현판 등 363점 전시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 박물관 첫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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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에선 지난달 8일부터 2009년 명찰순례전 이후 13년 만에 열리는 은해사와 주변 암자, 거조사를 아우른 특별전 ‘영남의 명찰순례2:팔공산 은해사’를 열고 있다. 은해사와 공동 마련한 전시에선 박물관에선 처음 공개되는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과 은해사 괘불,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등 126건 363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이어지지만,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은 1월 15일까지만 공개된다.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영남의 명찰순례2:팔공산 은해사’ 가운데 보물 ‘은해사 괘불’ (사진=정용태 기자)

박물관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물 ‘은해사 괘불’(높이 11.6m, 넓이 5.5m, 1750년)이 우뚝하다. 설명에 따르면 너비 62cm 삼베 아홉 폭에 아미타불 한 분만을 그린 탱화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불교 의례는 야외에 단을 마련하고 진행하는데, 이때 괘불대에 높이 걸려 부처의 강림을 상징한다.

추사 김정희가 쓴 ‘불광’, ‘대웅전’, ‘은해사’, ‘산해숭심’ 등 은해사 현판도 눈길을 끈다. 은해사의 혼허 지조 스님과 교유하던 추사가 1847년 화재로 사찰을 중수할 때 쓴 편액 글씨다.

1월 15일까지만 공개 예정인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의 박물관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천 거조사 영산전(국보 제14호)에 모셔진 526위 나한상 가운데 십대제자 10위, 십육나한 16위, 오백나한 4위 등 30위만 전시했다. 나한은 수행 끝에 불교의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를 가리킨다.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영남의 명찰순례2:팔공산 은해사’ 가운데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 가운데 30위. 이들 모두 밝고 즐거운 얼굴이다. (사진=정용태 기자)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영남의 명찰순례2:팔공산 은해사’ 가운데 추사가 쓴 ‘산해숭심’ 편액 (사진=정용태 기자)

영천 거조사 영산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불전으로 맞배지붕, 주심포 양식의 목조건축물로, 고려 우왕 원년(1375)에 창건됐다. ‘영천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3월 23일 문화재청이 공식 명칭을 영천 거조사 영산전으로 바꿨다.

이번 특별전 구성은 제1부 ‘야단법석을 아십니까’부터 제2부 ‘시작하고 연을 맺다’, 제3부 ‘만나고 모이다’, 제4부 ‘은해사를 이루다’, 제5부 ‘염원하다’까지 5개 주제로 이뤄졌다.

제1부 ‘야단법석을 아십니까’는 박물관을 ‘팔공산 은해사’로 느낄 수 있게 중앙홀에 걸린 괘불과 미디어타워의 연출 영상으로 꾸몄다. 제2부 ‘시작하고 연을 맺다’는 은해사의 역사를 소개한다. 은해사의 옛 흔적을 찾아서 고려시대 묘지명부터 근대에 기록된 사적기를 전시하고, 조선 왕실과 인연을 보여준다.

제3부 ‘만나고 모이다’는 은해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시, 유산기遊山記 등 각종 기록과 편액 등으로 꾸몄다. 부처님께 시주한 사람들, 수행한 이들과 승려 등 은해사 사람들을 소개한다. 제4부 ‘은해사를 이루다’는 문헌과 불교회화를 통해서 은해사 산내암자를 살펴본다.

제5부 ‘수행하고 염원하다’는 은해사의 수행과 신앙을 담았다.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 고려시대 거조사에서 정혜결사를 시작한 보조 지눌(1158-1210), 조선 후기 불상을 만들고 불화를 그리던 승려 장인 퇴운 신겸이 필사한 경전 등을 전시했다.

전시 마지막에서 다시 추사의 현판을 만난다. ‘산해숭심'(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팔공산 속 자연과 어우러지는 은해사를 표현한 글이다. 특별전은 무료 관람이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