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의 앞으로 Afro] 한국 만뎅씬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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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프리카 음악씬은 젬베를 주축으로 발전되어 왔다. 아프리카는 리듬 위주로 음악이 발달해왔으며 이 씬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유율악기보다 접근성이 좋은 타악기가 보급이 빨리 되었다. (우리나라보다 그 역사가 오래되고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이 많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타악기뿐만 아니라 유율악기 위주의 공연도 많이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서아프리카씬(만뎅씬)의 그룹은 젬베 외 만뎅 타악기와 춤의 퍼포먼스팀으로 시작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체별로 팀의 색깔, 연주역량, 리듬 편곡, 비주얼 등이 다르지만 일단 악기 구성이 대체로 비슷비슷하고 리듬 위주의 음악에 만뎅 전통장단, 전통춤이라는 틀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에 대중이 봤을 때는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영용, 곽연근 두 선생님만 존재하는 젬베 1세대 연주자에서 양성된 2세대 연주자들(현재 2세대의 연주자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씬의 중심에 있다.)이 각자의 팀을 이루고 그 팀 안에서 3세대 연주자들이 현재 양성되고 있다. 여전히 퍼포먼스 위주의 공연이 주를 이루지만 근래에는 젬베 초창기 시절 보다는 좀 더 팀들 간의 색채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양해지기는 했다.

내가 비주류의 서아프리카 만뎅씬을 대구에서 처음으로 구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정적인 재원이었다. 이미 장르예술가로서 완성된 예술가들을 모아 각자 맡은 포지션으로 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유사 장르(국악타악, 클래식타악, 드럼, 실용무용, 현대무용 등)로 활동하던 멤버를 데리고 악기의 기초적인 연주법부터 만뎅리듬의 그루브 등 모든 것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합을 맞춰야 하는 만큼 한 명의 팀 멤버를 길러내는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기존 멤버가 이탈하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 올 때마다 기존 레퍼토리를 새로 익히고 합을 맞추는데 연습시간을 써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활동 기간에 비해 곡 레퍼토리가 한정적이라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들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팀의 수장이 모두 공감하고 고민하는 지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구 젬베, 만뎅씬의 선두주자로서 인재를 양성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아붓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필자의 숙명이나 취미악기로써 젬베가 아닌 무대에 설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 방법에 있어서 더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이다. 젬베라는 악기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프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정도(젬베의 세 가지 기본소리인 베이스, 톤, 슬랩을 정확히 낼 수 있으며 젬베의 중급이상의 솔로 테크닉과 프레이즈 연주가 가능하고 즉흥연주가 가능한)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 정도의 경지로 양성한 연주자는 지금까지 대구에서 강은영, 김경민 두 사람뿐이라는 점은 선두주자로서의 스스로 돌이켜 보게 하며 제일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전체를 보아도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온 아티스트 몇 명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이 장르에 몰두하여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연주자 또는 무용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단 두 명 뿐인 1세대 젬베 연주자로부터 파생된 1.5세대, 2세대 연주자 수에 비해 2세대가 양성해 낸 3세대 연주자는 아직 2세대 연주자 만큼도 되지 않는 점이 2세대가 돌이켜보고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프리카음악이 리듬 위주로 발달해 오고 그 리듬으로만 봐도 수준이 굉장히 높지만 한국에서 타악음악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전국의 규모가 있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아프리카 씬의 팀이 올라간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바꿔 생각해보면 해외에서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하는데 서양인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음악팀을 부를리 없지 않은가.

이런 점을 봤을 때 타문화의 전통예술을 공부하는 자들이 한국에서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는 끝없이 지속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타국의 예술을 존중하고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것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토착화하는 것, 개성을 가지는 것,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만 한쪽만을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