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홍준표 불참, 대구시 추도사도 빠져

김종한 행정부시장, 전날 불참 통보
“추모의 시간, 갈등 표출은 정치가 제 역할 못해서”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들, 2.18 추모식 반대집회 열어
지난해 2월 대구시-상인 간 협약 이행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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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2.18합창단의 노래와 상인들의 집회 소음이 공중에서 섞였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식’이 진행된 1시간 30분간 펜스 건너편에선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상인 20여 명이 대구시에 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추모탑 앞 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유족과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 3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장 참석은 부적절하다고 밝힌 홍준표 대구시장은 불참했다. 추모식순에는 홍 시장을 대신해 김종한 행정부시장이 추도사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전날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 부시장을 대신해 시민안전실장이 참석했지만 대구시 공식 추도사는 없었다.

▲추모식은 18일 오전 9시 53분, 사고가 발생한 시간에 맞춰 시작돼, 1시간 30여분 가량 진행됐다.

김종한 행정부시장, 전날 불참 통보
“추모의 시간, 갈등 표출은 정치가 제 역할 못해서”

추모식은 사고 시각인 9시 53분에 맞춘 묵념으로 시작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이 경과를 설명한 다음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등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김태일 이사는 “지난 20년간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하늘에 별이 된 영령들께 부끄럽다. 재난 예방, 대비, 대응, 회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지난 12주기 추모식에서 대구시장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사과했고, 2.18안전문화재단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과거를 잊은 도시에 미래는 없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재구성해 미래로 가야 하며,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해, 당당한 실천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구 위원장은 “갈등의 표출은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장이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인들은 추도사를 통해 정치의 부재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강민구 위원장은 “유가족도, 옆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상가번영회도 힘이 없고 돈이 없고 빽이 없는, 힘 없는 약자다. 이걸 해결해야 하는 건 정치인이다. 정치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며 “홍준표 시장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된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대구시장이 나서서 중재해야 함에도 약속된 합의조차 파기하니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게 해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국회의원도 “추모의 시간에 갈등이 표출되는 건 나를 포함해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6번의 참사가 일어났다. 삼성 백혈병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광주에서 일어난 두 번에 참사와 이태원 참사까지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간 이유를 묻지만 정치는 여전히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시 낭송과 합창단 공연도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대구지하철참사 유족과 시민들로 꾸려진 ‘2.18 합창단’ 소속 임연지 씨(고 장정경 양 어머니)는 무대 전 편지를 낭송해 “경아는 성악과 1학년 예쁜 여대생이었고, 유명한 성악가가 되면 매번 공연 때마다 엄마랑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딸이 서야 할 무대를 엄마가 서 있다”며 “딸이 있는 곳까지 들리도록 최선을 다해 불러보겠다”고 전했다.

2005년 퇴임한 조기현 전 행정부시장은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윤석기 위원장은 “당시 부시장님은 ‘유족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라’는 원칙을 문제 해결의 기준점으로 삼았다”며 감사패 수여 이유를 설명했다.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상인들은 추모식 내내 스피커로 노래를 틀거나, 요구사항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들, 2.18 추모식 반대집회 열어
지난해 2월 대구시-상인 간 협약 이행 요구
“유족과 싸우려는 거 아냐···대구시가 협약 시행해야”

한편 이날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상인들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정문 펜스 앞에서 ‘2.18 추모식 반대집회’를 열었다. 반대집회는 추모식이 진행되기 직전부터 끝날 때까지 1시간 30여분간 스피커로 노래를 틀거나, 요구사항을 외치며 지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1일 대구시와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간 맺은 협약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대구시는 동화시설지구 지역 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 트램 설치, 단풍백리길 조성, 동화지구 도시재생 사업 추진을 약속하며 추모식 허용, 안전 상징 조형물 명칭 변경 허용, 2.18 기념공원 병기를 단계적으로 합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대구시는 협약 내용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인회 측은 “협약 내용 중에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 유족들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 대구시가 협약서 내용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