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사수동 파크골프장 공사장에 ‘수달·삵’···”보호대책 필요” 목소리

북구청, "입장 밝힐 단계 아냐"
대구환경청, 북구청에 협의의견 이행계획서 제출 요구
국립생태원서 조만간 관련 결론 낼듯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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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환경단체는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일대 파크골프장 조성 공사장에서 법정보호종 수달과 삵을 포착했다며, 공사 축소와 인공 둥지 등 보호 계획을 촉구했다. 환경단체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자, 대구지방환경청은 북구청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 이행계획서를 요구했고, 현재 국립생태원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관련 내용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정수근)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21일~23일 조사에서 수달은 3일, 삵은 2일 동안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일대에 수달 집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1급이고, 삵은 멸종위기종 2급이다.

▲ ‘금호강 난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정수근)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고, 수달과 삵이 해당 지역에 출몰했음을 알렸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이다.

이들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서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되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해당 종 특성에 따른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실시 후 공사를 실시하라고 되어 있다'”며 “북구청은 공사 규모를 30% 축소하고, 인공 서식처를 조성해서 수달과 삵이 이곳을 떠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구(구청장 배광식)는 구체적 계획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현미 북구 체육진흥과장은 “대구지방환경청 요구에 따라 협의의견 이행계획서를 제출했고, 지금 국립생태원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중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은 지금으로선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대책위와 북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지방환경청은 대책위가 여러 차례 야생동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자 북구에 지난 1월말 협의의견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야생동물 보호 대책 방안을 북구에 요구한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달 말쯤 이에 관한 결론을 낼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협의의견 내용에 따르면, 자연생태환경(동·식물상)과 관련 내용에 “현지 및 문헌조사에서 계획 구간 일원에서 법종보호종(수달, 삵, 원앙, 흰꼬리수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생물의 서식이 확인되었다”며 “공사 전 법정보호종의 서식 여부를 면밀히 재조사하고, 서식이 확인될 경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해당 종의 특성에 따른 적정보호 대책 수립·실시 후 공사를 실시”라고 돼 있다. 다만 언급된 내용처럼 파크골프장 건설 계획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구는 금호강 금호대교와 와룡대교 사이(금호동 609-19번지)에 파크골프장 36홀(3만 3,392㎡)과 야구장(8,977㎡)을 짓는 계획을 갖고,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갔다. 앞서 금호강 하천기본계획을 복원지구에서 친수지구로 변경하고, 지난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올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하천점용허가를 완료했다. 2024년 5월 완공이 목표로, 예상 사업비는 25억이다.

▲ ‘금호강 난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정수근)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고, 수달과 삵이 해당 지역에 출몰했음을 알렸다.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삵 모습. 삵은 멸종위기종 2급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