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산책로 사업지에서 멸종위기종 ‘담비’ 발견

대구환경운동연합, "사업 중단하고, 사계절 생태조사 필요"
낙동강환경유역청, "환경 영향 최소화해 사업 추진할 것"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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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가 대구 수성구 금호강 산책로 조성 예정지에서 ‘담비’를 목격하고, 생태 파괴 문제를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낙동강 유역환경청 측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실사팀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았다가 20m 거리 산지 절벽 능선에서 담비를 발견했다. 담비는 멸종위기 2급으로 삵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담비의 출몰은 팔현습지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인지 보여준다”며 “팔현습지는 ‘제봉’이라는 낮은 산지와 금호강이 만나는 곳으로 산과 강의 생태계가 연결된 중요한 생태 핵심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생태조사에 따르면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와 수리부엉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수달(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삵(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남생이(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원앙(천연기념물)까지 총 9종 법정 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이 일대의 법정보호종 서식은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구지방환경청 협의 의견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협의의견을 보면 “현지 및 문헌조사를 통해 계획 구간 및 주변에서 법정보호종(수달, 삵, 큰기러기, 큰고니,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생물의 서식이 확인된다”고 서술돼 있다.

팔현습지 일대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동 ~ 동구 효목동 일원 약 5.5km, 14만 2,867㎡규모로 자전거도로 등이 포함된 산책로 조성 계획이 진행 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3,973m의 제방을 보강 구축하고, 보도교 836m를 포함한 1,585m의 산책로 연결도로를 만든다. 사업비는 보상비를 포함해 약 287억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보도교 공법을 강관 거더교에서 아치교 형식으로 바꿔 교각수를 당초 45개에서 6개로 줄이고, 공사 기간을 줄여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어류 이동통로 확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저감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기사=낙동강유역환경청장, “환경 이익 없지만…” 금호강 산책로 추진 논란(‘23.05.30))

▲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산책로 조감도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생태 보전을 위해 산책로 조성 공사 중단과 함께 생태 조사를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팔현습지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슈퍼제방 확장 공사에 이어 교량형 보도교 건설사업까지 벌이려 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공사를 벌이는 희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동강 유역환경청은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며 “팔현습지의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생물에 대한 사계절 전면 생태조사를 실시해 개발이 아닌 보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내달 제방 공사를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보도교 공사를 계획 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1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제방 공사는 침수 피해 방지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공사로, 주민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보도교 역시 현재 공법을 변경하는 단계로 환경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