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유역환경청장, “환경 이익 없지만…” 금호강 산책로 추진 논란

주민설명회에서 찬성 주민들 "개발 해달라"
환경단체, "멸종위기종 환경영향평가 제대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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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고모지구 산책로 조성 계획을 두고, 찬성 주민들과 환경 단체가 맞섰다. 30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선 주민들은 산책로 조성이 필요하다며 촉구했고,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 서식 등 생태 파괴 문제를 걱정했다.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대구 수성구 매호동 ~ 동구 효목동 일원 약 5.5km, 14만 2,867㎡규모로 자전거도로 등이 포함된 산책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계획에 따르면 3,973m의 제방을 보강 구축하고, 보도교 836m를 포함한 1,585m의 산책로 연결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사업비는 보상비를 포함해 약 287억이다.

지난 2022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 따라 공사 전 법정보호종 조사에서 법정보호종 얼룩새코미꾸리(어류, 멸종위기 1급)와 큰기러기·큰고니·새매·흰목물떼새(조류, 멸종위기 2급·천연기념물)이 발견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보도교 공법을 강관 거더교에서 아치교 형식으로 바꿔 교각수를 당초 45개에서 6개로 줄이고, 공사기간을 줄여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어류 이동통로 확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저감 대책을 내놨지만 환경단체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30일 오후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주민설명회가 예정된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책로 조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 30일 오후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책로 조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고, 멸종위기종 수달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목격됐다. 사업 예정지는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라며 “공사 구간은 산지와 강이 연결된 생태 민감 지역으로 교량형 산책로를 내겠다는 것은 명백한 생태환경 파괴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산책로 사업을 안 하겠다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돌연 입장을 바꿔 공사를 재개하려 한다. 환경부이길 포기한 직무유기”라며 “원래 산지 절벽으로 길이 없는 곳에 환경부가 나서서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것은 부끄러운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행정복지센터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선 조성사업 찬성 주민 측과 반대 환경단체가 참석해 긴장감도 조성됐다. 찬성 의견을 표한 주민 측은 “환경과 내 삶 중에 내 삶이 더 중요하다. 환경 훼손 안 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냐”, “이쪽 동네에서 6km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산책로가) 잘 되어 있으면 설악산이나 제주도나 비행기 타고도 간다”,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해야 하지만 개발과 공존해야 한다, 어류도 환경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찬성 주민들과 환경단체 측은 생태계 파괴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생각을 전했고, 발언 기회나 질문 순서 등을 놓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주민설명회 모습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환경단체 관계자의 질문에 “환경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는 지 물으셨는데, 환경에 이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이걸 가만히 놔두는 게 환경에 맞는 것 같다. 경치 좋은 절벽에 굳이 자전거 도로길을 만들어야 하냐는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대구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오케이’ 해줬다”고 답했다.

홍 청장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제가 잘못됐다고, 환경적 피해가 많다고 할 권한은 없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적 피해를 감내할 수준이냐 아니냐를 판단한다”며 “하천 안전 문제에서 제방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자전거 도로는 주민들이 요구를 해서 설계를 하게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자료 공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주민설명회를 공사 업체 관계자가 나와 진행했음에도 환경청 관계자는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설명회 자료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하천공사1과 관계자는 “오늘 주민설명회를 한 건 맞지만 아직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서 자료나 관련 내용을 언론에 제공할 수 없고,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산책로 조감도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