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을 후원합니다] 뉴스민 독자는 광고주보다 강하다 / 김동은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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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완용 기자가 최고야. 홍경래 기자는 통 말을 알아듣지 못한단 말이야.”

‘가진 자’와 ‘지배하는 자’는 은밀한 방에서 함께 나온 ‘이완용 기자’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고 득의만면해서 돌아서는 그의 등 뒤에서 회심의 웃음을 짓는다. ‘참 언론인’ 리영희 선생은 1971년 집필한 ‘기자 풍토 종횡기’라는 글에서 당시 언론의 타락상을 이렇게 비판했다. 선생의 일갈 후 40여 년이 지났지만, 자본과 권력에 편승하는 언론의 모습이 그때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던 지난 2012년, 20대 청년 셋이 뉴스민이라는 독립언론의 간판을 대구에 내걸었다. ‘자신의 몫을 주장하지 못하는 민중을 대변하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뉴스민이라는 이름에 담았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일부의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키고 뉴스민은 ‘핍박받는 민중,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싣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도 독자 후원 회원의 대열에 합류해 뉴스민을 응원하게 되었다.

뉴스민은 안락한 기자실이 아니라 고통의 현장, 기쁨의 현장에서 기사를 썼다. 2017년 9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소성리 주민들을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자 뉴스민은 현장으로 곧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자들이 1년 넘게 교대로 성주로 출근하며 ‘저항의 땅’ 소성리의 투쟁을 기록으로 남겼다. 2019년 12월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은 182일째 영남대병원 옥상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박문진 해직간호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대구까지 7일간 도보 행진을 펼쳤다. 뉴스민의 기자들은 중계 장비를 들고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걸으며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고, 감격스러웠던 두 해고노동자의 상봉 장면까지 전국에 생생하게 전했다.

아울러 뉴스민은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지난해 ‘탈시설, 황무지’라는 제목의 연제 기사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동권 보장뿐만 아니라 탈시설,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함을 전했다. 아울러 농촌 지역을 찾아가 한겨울 난방 장치도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취재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뉴스민의 시선은 늘 대구·경북을 향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대구·경북의 변화를 꾸준히 모색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도한 선거 특별 페이지 ‘경북 민심 번역기’가 대표적이다. 세 명의 기자가 두 달간 경상북도 13개 시군을 직접 찾아가 민심 탐방 형식으로 취재한 후 지역의 현안과 의제를 지역민의 목소리로 풀어냈다. 소위 ‘중앙 메이저 언론’이라 불리는 언론사들이 최악의 선거 보도로 일관한 데 반해 뉴스민은 지역에서 빛나는 선거 보도를 했다며 민주언론운동연합은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여했다.

무엇보다 뉴스민은 단순한 뉴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기획 탐사보도에 집중해 왔다. 2020년 9월부터 기획 보도한 ‘코로나19 대구보고서’는 팬데믹이 가장 먼저 강타한 대구의 이주민과 난민, 장애인, 특수 고용 노동자의 고통을 취재해 그동안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냈다는 평을 들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제10회 인권보도상도 받았다. 2021년 6월부터 연재한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기획 기사는 대구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심층 진단하고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묵묵히 독립 언론의 길을 걸어온 뉴스민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고성 기사를 실어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는 등 자본과 거리를 두어왔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모든 기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취재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스 배달 기사, 학원 강사 등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아무리 저널리즘의 참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독립 언론이라 하더라도 구성원 전체의 희생적 삶이 계속 요구된다면 지속되기 어렵다.

“광고 수익 의존은 저널리스트에게는 위기다. 우리의 구독자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지난 2008년 프랑스 독립언론 ‘메디아 파르트’를 창간한 에드위 플레넬(Edwy Plenel)의 말이다. 광고를 배제하고 독자의 구독료에 기반한 새로운 독립언론의 모델을 제시한 인터넷 신문 ‘메디아 파르트’의 유료 구독자는 이미 20만 명이 넘었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부탁드립니다. 뉴스민의 가치와 간판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지난 1월, 뉴스민 기자가 고민 끝에 쏘아 올린 ‘SOS 신호’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구·경북에 참된 독립 언론이 존재함에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만 했을 뿐 뉴스민이 겪고 있을 어려움에 너무 무심했기 때문이다. 뉴스민의 사라짐은 수많은 인터넷 매체 중 하나가 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울 대로 기울어진 대구·경북의 언론 지형에서 균형추의 사라짐이자 대구·경북의 변화를 비춰줄 ‘희망의 불빛’이 사그라짐을 뜻한다.

“끊임없이 그 신문 곁을 지키는 독자 집단은 어떤 광고주가 휘두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이 그의 저서 ‘여론’에서 남긴 말이다. 독립언론은 시민과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500여 명인 현재의 독자 후원 회원이 1,000명으로 늘면 우리가 뉴스민의 좋은 기사를 계속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뉴스민의 ‘홍경래 기자’들이 자본과 권력의 외압과 유혹에 굴하지 않고 뉴스민을 대구·경북의 ‘메디아 파르트’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 독자들이 생명수가 되고 자양분이 되어 줄 때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