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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을 해온 마루시공 노동자가 돌연사 하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노조와 정치권에선 한 노동자가 과로로 돌연사했지만 원청사부터 하청사까지 책임지는 이가 없는 실태를 지적하면서, 이른바 ‘가짜 프리랜서’로 주 80시간 가까이 일하는 노동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 숙소에서 마루시공 노동자 A 씨(49)가 숨진채로 발견됐다. 한국마루노동조합은 불합리한 마루시공 과정이 A 씨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마루시공은 원청사가 마루시공업체와 용역 계약을 하면 시공업체가 불법하도급 업체에 일을 맡기고 하도급 업체가 노동자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일을 준다.
이러한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를 거치면서 일을 맡게 된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주 6일 이상 70~80시간 가까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A 씨 역시 약 4개월 동안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A 씨가 숨진 건설 현장 사무실 앞에선 마루노조와 권리찾기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더 이상 일하며 죽는 현장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개월 동안 A 씨와 함께 일한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은 “원청사와 마루시공업체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현장에서 연장 근로를 거부하고 있다”며 “전국 5,000여 명의 마루시공자가 이렇게 일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당 단가에 대한 결정 권한이 마루시공업체에 있어서 평당 약 1만 원이 10년째 고정이다. 경력이나 숙련도와 관계 없이 모두 동일하다”며 “현장소장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사업소득자로 신고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쉬운 해고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13시간과 주 80시간 노동, 칼질(임금깎기)과 임금 체불, 인변과 우물이 난무하는 불쾌한 작업장, 인격모독과 갑질, 화장실 차별의 수모를 감당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차별적인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권리찾기유니온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자지위확인 공동 진정을 제기했다. 실제 노동 현실과 달리 마루시공 노동자는 사업자로 신고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지난해부터 가짜3.3프리랜서(3.3% 사업소득세를 내는 노동자) 계약 근거를 찾고 함께 싸우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동료노동자를 허망하게 잃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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