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부려대구] 챗GPT, 이전의 세계론 돌아갈 수 없겠지?

AI가 내 직업에 어떤 영향 미칠까?
빛과 어둠, 우린 같이 고민하고 있는가
챗GPT가 가져올 미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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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려대구]는 대구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2주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김보현: 3월 28일, 여섯 번째 모임입니다. 오늘은 저를 포함해 4명이 참석했습니다. 유경진, 조영태, 그리고 게스트 유정은님(여, 30대)입니다.

유정은: 안녕하세요. 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근처라서 놀러 왔습니다.

보현: 오늘 이야기 주제는 챗GPT, 이전과 이후의 세계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챗봇이죠. 챗GPT, 나아가 AI가 내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부터 다가올 미래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까지 토론해보려 합니다.

유경진: 처음 화제가 되고서 여러 방법으로 사용해보다가, 최근엔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직장에서 다 같이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공유해서 업무에 쓰고 있거든요. 챗GPT를 적용해서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고요. 이 밖에도 ‘뉴스레터 써 줘’를 실험해 봤죠. 엑셀 수식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있어요.

보현: 올 1월에 동종업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 써 봤어요. 이야기 지분의 80% 이상이 챗GPT일 정도로 다들 관심이 많더라고요. 기자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선 ‘그렇다면 AI가 쓰지 못하는 무엇을 쓸 것인가’로 한참 토론했던 기억이 나요.

▲챗GPT에 ‘독립언론 뉴스민’에 대해 물어봤더니,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섞인 답이 나왔다. 뉴스민은 2017년이 아닌 2012년 창간했다. 시민기자나 편집자를 모집한 적이 없다.

오늘 모임 전에 ‘뉴스민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어봤는데 사실관계가 대부분 틀리더라고요.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조금 안심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챗GPT가 재밌는 게 꼬리물기 질문이 된다는 점이잖아요. ‘독립언론 뉴스민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라고 물었을 때 원론적이지만 쓸모가 있는 답변이 나왔어요, ‘독립언론은 광고를 받지 않으니 후원자를 늘리고~’ 이런 내용으로요.

조영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데 주차가 끝날 때마다 과제가 있거든요. 유용하게 참고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글을 써야 할 경우 챗GPT에 ‘인간이 왜 존엄하다고 생각해?’ 물어보면 답변을 줘요. 참고해서 가이드라인 정도는 빠르게 적을 수 있죠. 보현님이 말한 것처럼 ‘(어떤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줘’라고 꼬리물기 질문을 할 수도 있어요.

만약 잘못된 정보가 답변으로 나오면 제가 ‘그게 아니고 이거야’라고 정정을 해요. 그렇게 입력한 다음 다시 질문을 하면 좋 더 정확한 답변이 나오기도 해요. 처음 사용할 땐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정하는 게 어려웠는데, 쓸수록 ‘어떻게 하면 더 뽑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강의계획서에 교수님이 ‘챗GPT를 쓰지 마세요. 논문 표절 프로그램은 강력합니다’라고 빨간 글씨로 적어두셨는데요. 정말 감시가 가능할까, 의문이에요.

보현: 고등학교에서 실제 걸린 사례가 있다던데요. 아니 그보다 영태님,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요? (웃음)

영태: 찾은 자료를 가지고 응용해서 재작성하는 과정을 거치니 괜찮습니다.

▲정은 “올해 초 사업홍보용 웹포스터에 넣을 슬로건을 고민하다가 사용해봤어요. 퀼리티가 괜찮은 걸 보고 위력을 느꼈죠”

정은: 올해 초 사업 홍보용 웹포스터를 만들어야 해서, 회사 식구들이 슬로건을 고민하던 참에, 누군가 챗GPT 링크를 공유했어요. ‘마을 공동체를 나타낼 수 있는 슬로건을 말해줘’라고 물어보니 진짜 예시 몇 개가 1초 만에 뜨더라고요. 곧바로 하나를 골라 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퀄리티가 괜찮았어요. 실제 그 슬로건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위력을 느꼈죠.

개인적으로도 영어 공부에 잘 활용했어요. 한국어보다 영어로 질문, 답변을 이어갈 때 내용이 풍부하다고 하더라고요. 영어로 질문을 하면 답변을 길게 해줘요.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느낌이에요. 영어공부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유튜브에 검색하면 활용법이 나와요. 그중에서도 오픽 공부 용도로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대본 연습용 스크립트를 써주거든요.

AI가 내 직업에 어떤 영향 미칠까?
영태 “사람 하나 쓸 돈으로 프로그램 몇 개 사는 게 낫겠구나” 생각
경진 “데이터가 쌓이면 사람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 넓어질 것”

보현: ‘AI가 내 직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들 이런 고민 해 본 적 있으실 거예요. 벌써 로봇이 스포츠 기사를 쓰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잖아요. 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해요. 치킨집이나 카페 창업기를 유튜브로 찾아보곤 합니다.

영태: AI 프로그램으로 영상을 만들어봤는데, 완성도가 높더라고요. 심지어 1분 만에 만들었어요. 아나운서 캐릭터와 보이스를 선택한 뒤 작성한 대본을 넣으면 절로 영상이 완성돼요. 블로그나 뉴스레터를 완성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미리캔버스’는 많이들 쓰실거에요. 미리캔버스에도 최근 AI 기술이 도입돼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없으면 ‘귀여운 느낌의 이미지를 원하는데 만들어줘’라고 요구하면 돼요. 심지어 ‘노션’에도 AI가 도입돼서 자동으로 원하는 양식을 만들어줘요. 저는 사실상 혼자 일을 하거든요. 업무량에 비해 사람이 부족한데,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니까 ‘사람 하나 쓸 돈으로 프로그램을 몇 개 사는 게 낫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현: 사람이 둘까지도 필요가 없네요. 지금 더 위기감이 느껴지네요.

경진: 복지 관련 일을 하니까 고독사에 관심이 많아요. 어제 컨퍼런스에 가서 이야기한 주제이기도 해요. 고독사를 방지하려면 복지사업 대상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 되거든요. 지금은 사람이 전화를 하도록 권하는 시스템이에요.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미니 같은 AI 스피커 기계를 집에 두고 필요에 따라, 혹은 위급상황에 자동으로 전화가 연결되도록 하는데 우선 개인이 기계를 들이는 데 비용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 네이버 클로바에서 개발한 게 AI 자동안부전화 서비스에요. AI가 먼저 전화해서 ‘요새 기분은 어떠세요?’라고 묻는 거죠. 대구시와 협약을 해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물론 민간 기업이다 보니 여기에도 비용이 발생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사무실에 전화가 있으니, 전화 돌리는 사람의 역할을 챗GPT가 하는거죠. 전화 목록을 만들고, 전화해서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변을 분류하는지 알고리즘만 짜면 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챗GPT처럼 저렴하거나 무료인 오픈 API가 늘어나면 우리와 같은 비영리 조직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보현: AI가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넓게 커버할 수 있겠지만 좁고 섬세하게 사람이 들여다봐야 하는 영역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1인 가구에 안부를 묻는 전화라면 ‘예’라는 답변이 오더라도 그 말 사이의 미묘한 행간을 읽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거죠. AI로 전부 대체하면 사실상 놓치게 되는 게 생길 것 같아요.

경진: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그걸 하려면 일단 전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인력과 예산으론 그것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복지관,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의 바운더리에 케어가 필요한 사람 100명이 있어요. 이 상황에선 전화해서 상황을 살피는 업무까지도 절대 못 닿거든요. 따라서 AI를 통한 데이터가 쌓이면 사람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거에요.

영태: AI의 학습량이 많아지면 목소리의 떨림, 동공의 움직임, 답변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 등을 다 고려해서 데이터를 쌓고, 섬세한 분류가 가능해질 거라고 봐요. 개개인의 데이터가 쌓이면 ‘짜장면 먹고 싶다’는 말의 함의까지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빛과 어둠, 우린 같이 고민하고 있는가
보현 “질문이 중요해지는 시대 오는 것 같다”
정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건 맞지만 격차는 분명 벌어지고 있다”

영태: 최근 한 시사주간지 기사 중에 오픈 AI(챗GPT를 만든 회사)가 챗GPT의 유해성을 낮추기 위해 케냐 노동자에게 시간당 2달러 미만의 급여를 주고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맡겼다는 내용을 봤어요. 저임금으로 쓰레기 데이터를 정리하는 노동과 AI가 내놓은 결과값을 ‘공식 팩트’로 증명해주는 전문직의 고임금 노동의 격차는 더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진 “AI를 통한 데이터가 쌓이면 사람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효율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거죠”

경진: 빛과 어둠, 양면을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요. 또 자기의 일에서 혹은 삶에서 이런 기술 발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 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해 보여요.

영태: 저는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나면서 기술 발전이 요샌 좀 무섭더라고요. 다만 막을 수 없으니 최대한 활용하자는 입장이에요. 유튜브에 ‘챗GPT 이용해서 1억 벌기’ 같은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왔던데. (웃음)

경진: 대기업은 시스템을 빠르게 바꿀 수 있잖아요. 삼성이 직원 4만 명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바꿨다면, 효율은 한 번에 확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우리 같은 작은 중소기업, 혹은 비영리 조직은 무언가 하나 바꾸려면 일이 엄청 많아지거든요.

정은: 맞아요. 그런 변화를 쫓아가는 것도 투자니까요. 말씀하신 대기업은 기업 문화를 연구하고 시스템을 손보는 팀이 별도로 있지만 우린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데서 기술 발전에 따른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는 것 같아요.

보현: ‘질문’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전 낯선 분야를 찾아볼 땐 책을 찾거든요. 당연히 구글을 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구글은 너무 다른 답을, 심지어 대량으로 내놓기 때문에 오히려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차라리 주제에 맞는 책을 보면 목차만 봐도 도움이 돼요. 즉, 기술 발전을 할수록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해지고, 그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곧 시간이 많은 사람과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될 거라는 거죠. 챗GPT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기술 발전이 필연적으로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갈 텐데,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여기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가장 후순위죠.

정은: 어떤 기술이든 내용에 따라 활용성이 달라질 것 같긴 해요. 같은 기술이더라도 고급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단순히 오늘 날씨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분명 분리되잖아요. 모두에게 열려있는 건 맞지만 그 속에서 격차는 분명 벌어지고 있고요.

마을공동체 사업은 여전히 대면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아직 저희 센터에서 이걸 언급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만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들이 대부분이긴 해요. 다만 ‘이 흐름이 더 오래간다고 하면 우리라고 오프라인을 고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은 해요. 코로나19로 비대면 흐름이 강화되던 시점에 저희도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서 사업을 했었어요. 실무를 배우기가 힘들어서 오래 가진 못했지만 앞으로 또 만나야 하는데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가상의 공간, 혹은 캐릭터를 활용해 모이는 사업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챗GPT가 가져올 미래
영태 “시간 지날수록 리터러시 기능 떨어져”

보현 “직업군 안에서 저숙련-고숙련 차이가 생길 것”

보현: 챗GPT 기술의 윤리성, 혹은 과대평가된 부분, 우려스러운 지점도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영태: 옛날엔 신의 말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철학, 과학, 인문학이 발전하면서는 사람의 말에 신빙성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AI가 발전하면서 사람보다 AI를 믿게 되는 흐름은 좀 무서워요. 지금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 스마트폰으로 찾아본단 말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흐름이 강화되는 것 같아요. 아침이면 AI가 내 기분을 분석하고 혈압과 수면 패턴을 알려주는 것, 지금도 가능하잖아요? 우리 다음 세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는 이 과정이 당연해서 오히려 리터러시 기능이 떨어지더라고요. 사회 전반이 경각심을 갖지 않았던 탓인 것 같아요.

▲영태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기능이 떨어지는 건, 사회 전반이 경각심을 갖지 않았던 탓인 것 같아요”

경진: AI라는 건 나무위키의 연장선이라고 봐요. 딥러닝을 하면서 데이터양이 방대해지고 사용하기 쉬워진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요. 검증된, 옳은 자료만 모으는 게 아니라 그 정반대의 자료도 함께 모으니까 리터러시 영역이 점점 중요해질 거에요. 또한 알고리즘이 돌아가는 구조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겠죠.

보현:챗GPT를 두고 사람들이 AI의 진화로 가장 타격을 입을 직업은 변호사라고 얘기하거든요. 법률 해석도 결국 데이터잖아요. 저는 어떤 직업군 하나가 직격타를 입는다는 관점보다 직업군 안에서의 저숙련자와 고숙련자의 차이가 생길 것 같아요. 필요한 저숙련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든다면, 고숙련자들은 더 귀해지고 그에 따라 높은 연봉을 받겠죠. 영상제작 업종을 예로 들면 80% 이상이 반복되는 부분을 쳐내고 붙이는 단순 작업이라 하더라고요. 나머지 20%는 사람의 마음에 닿기 위한 기획, 마무리 편집 작업이잖아요. 이걸 잘하는 고숙련자만 남는거죠.

정은: 오히려 단순노무, 서빙과 같은 시급제 아르바이트가 받는 영향이 클 것 같아요. 이미 서빙로봇이 보편화됐잖아요. 거기에 AI기술이 도입돼서 지금보다 활용도가 높아지면 사람이 필요 없어질 것 같아요. 도배, 타일과 같은 고급 기술도 기계가 나왔다 하더라고요. 아직 디테일이 좀 떨어지겠지만요.

경진: 어떤 게 대체되고 어떤 게 남느냐 했을 때,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알고리즘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사람은 살아남는다’일 것 같아요. 방금 말한 알고리즘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일의 전체 흐름을 짤 수 있느냐’거든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알고리즘을 짤 필요가 없고, 짤 수도 없죠. 쉽게 표현하면 알고리즘 하에 나오는 결정품, 부속품이잖아요. 아까 정은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제든 대체될 수 있죠. 다만 맥도날드에서도 상급자, 이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은 필요하죠. 도배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요. 기계가 상용화된다 해도 좀 더 쉽게 일하는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살아남을 거에요.

보현: 마지막 질문입니다. 챗GPT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논의는 주로 세 가지 가정으로 귀결되더라고요. ‘기술과 정보를 장악한 중앙집권형 데이터 사회가 될 것인가’, ‘지금의 암호화폐 논의처럼 탈중앙화, 분산화 블록이 흥행해서 국가 간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흐름이 주류가 될 것인가’, 혹은 아까 잠깐 언급한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 비관화, ‘어느 쪽의 기술에도 들어갈 수 없다, 혹은 들어가지 않겠다는 운동이 힘을 얻을 것인가‘ 이렇게 셋입니다. 어느 하나가 메인이 될 수도 있고 셋이 공존할 수도 있겠죠. 나는 어느 미래에 살고 싶은지 이야기해볼까요?

경진: 가능성을 따진다면 1번과 2번 사이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요. 미래 인류는 거대한 데이터의 노예가 될 것 같아요. 노예가 아닌, 제대로 된 노동자가 되면 좋겠지만 그건 한끗 차이니까요.

정은: 저는 노예가 될 것 같아요. 구글이 이미 많은 걸 장악하고 있잖아요. 대안적 움직임이야 나오겠지만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겠다는 생각이에요.

보현: 이미 데이터의 노예라고 봐요. 배달의민족 알고리즘의 지시로 일하는 사람, 카카오택시 알고리즘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이들이 기술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가?‘ 묻는다면 이미 노동의 영역이 그렇게 재편됐기 때문에 어렵다고 봐요.

영태: 조금 다른 관점인데 전 중앙집권형 데이터 사회 속에서 편리한 점도 있다고 봐요. 갤럭시 워치를 쓰는데 쓰기 전의 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잠을 잘 때, 운동할 때 등 삶의 패턴 자체를 바꾼달까요.

보현: 대학 수업에서 마셜맥루한의 이론을 배운 게 생각나네요.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게 핵심인데, 모든 미디어가 그 자체로 우리 인식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에요. 갤럭시 워치도, 챗GPT도 하나의 미디어라고 본다면 우리는 그걸 사용하기 전의 나로 돌아간다는 게 불가능하죠.

정리=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