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부터 찾는 교실···’교육 사법화’ 해소 방안은

"교실 내 아동학대 신고, 형사사건화 대신 교육청 별도 기구 필요"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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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의 사법화도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 마찰이 사법기관으로 향하는 경향이 늘면서 교사들의 고충도 늘고 있다. 현행법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경찰이나 공무원이 출동해 교사 격리 조치를 하도록 돼 있어, 교사가 교실 내 여러 문제에 적극적인 지도 없이 방임하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오후 6시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교육권 관련 법개정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신병교 전교조 대구지부 교권국장이 아동학대 관련 대구 현장 사례를,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이 교육의 사법화 문제에 대해, 강영구 전교조 상근 변호사가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10일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교육권 관련 법개정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신병교 국장은 직접 접수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사례와 해당 사례에서 교사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신 국장은 잘못된 신체적 학대 신고 사례 중 하나로 2021년 사건을 제시했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 팔목을 잡아 자리에 앉힌 일을 두고 학부모가 신고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입회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후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아동보호기관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교육공무원 보통고충심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는 오히려 ‘교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학생 간 다툼이 발생해 두 학생에게 있었던 일을 적도록 한 일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일도 있었다. 신 국장은 잘못된 정서적 학대 신고 사례로 이 사건을 소개했는데, 해당 사건은 무혐의 처분에 교권 침해 사례로 인정됐다.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아동의 생활 습관을 살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데도 아동이 이를 정서적 학대로 느낄 수 있다며 지도를 꺼리게 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지도 과정의 맥락부터 살펴야 하는데, 우선 수사기관에 신고부터 되는 ‘교육의 사법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봉석 정책실장은 “실제로 사실이 아닌데도 학부모가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해 교사가 충격을 받는 일도 확인된다. 어려운 점은 교사가 교육적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교사 입장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이 신고 되면 철저히 개인으로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수업이나 활동만 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강영구 변호사는 ‘교육의 사법화’ 경향이 현행 아동학대 관련 법령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가 아닌 가정 내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제도인데 이를 학교에서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법에 따르면 교장 등 학교 종사자는 아동학대 의심 시 즉시 지자체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나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행위자로 지목된 이를 격리해야 한다. 이는 은폐성을 띠는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 적정한 대처이지만, 학교 내 사건의 경우 피해 정도가 가정 내 학대에 비해 비교적 적은 점을 고려하면 교사의 위축 등 부작용이 더 커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 변호사는 “관련 법 개정으로 교육청에 아동학대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학부모의 민원이 곧바로 형사사건화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교원의 생활지도가 학칙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표 이후 서홍일 어린보라 활동가가 공동체적 해법에 대해, 서영화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이 학생 인권과 교권의 공존에 대해, 구본열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연구국장이 교육권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대립되지 않는데도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교육 주체 간 갈등으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권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있고, 기대와 우려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