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4법보다 평등한 관계, 민주적 교실이 중요”

전교조 대구지부서 교권4법의 학교 현장 영향 살펴보는 토론회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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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교육기본법·교원지위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교권4법이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교실을 사법화 하거나 대결적인 곳으로 만들어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교권4법과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고시 문제와 한계를 살펴보며, 궁극적으로 좀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실이 되는 것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의견이 모였다.

22일 오후 6시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교사 교육권과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대구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이 교권4법과 학생생활지도 고시 문제점을 발표하고 김지원 어린보라 활동가가 교권4법의 학생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해 발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간제 교사 현유림 씨가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민주화’, 변호정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간사가 ‘발달장애학생의 도전행동 특성과 교권침해’,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가 ‘평등 학교를 위한 질문’을 주제로 토론했다.

▲2일 오후 6시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교사 교육권과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대구 토론회’가 열렸다.

김 정책실장은 교권4법이 상정하는 ‘교권’이란 학생과 학부모를 교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해자로 전제한 개념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무와 불이익을 강화하는 방안이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교사는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육청으로부터 권한이나 자율성을 침해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안이 모호하고 포괄적인데도 수업방해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점, 종국적으로는 징계까지도 가능하도록 해 또 다른 문제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정책실장은 “교실에서 교사의 수업과 학생의 소통에는 맥락과 상황이란 것이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규범화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학생을 일시 분리하면 인권침해 논란도 생길 수 있어, 오히려 징계나 소송으로 이어질 여지도 남긴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립 관계로 설정하고 학생을 징계, 학부모는 단절을 바탕으로 하는 규정은 소통 단절만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쿨미투'(교사의 성폭력 또는 폭력) 고발 당사자인 김지원 활동가는 교사가 인권침해 당사자일 수도, 피해자에 대한 조력자일 수도 있어 교권이란 개념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교사가 생활지도 권한이란 이름으로 ‘스쿨미투’ 가해를 할 수도 있어 학생 인권침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권4법은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분리 조치하는 등의 방안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학생이 분리되어 있을 교실이나 관할할 교사를 둘 예산과 규정도 마련하지 않아 그 자체로 한계적이라고도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교권4법은 한계적인 방안으로, 상황을 넘기려는 면피용 정책이다.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대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수많은 맥락을 무시하고 사법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더 많은 반례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괴롭지 않은 학교를 원하며 스쿨미투 고발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배제되는 방향이 됐다. 돌이켜보면 교사와 차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면 다른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며 “스쿨미투뿐 아닌 교실의 다양한 갈등도 사법화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소통과 공론장의 마련이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현유림 교사는 학생 분리 조치 이후 방안이 없어 학교에서는 상담교사에게 분리된 학생을 보내는 식이 돼, 상담 공간이 징벌의 공간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공교육에 정상이라는 상태가 없었으며, 이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교육 주체들의 평등한 관계와 상호 배움이 가능한 ‘공교육 민주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정 간사는 교육부 고시 이후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분리조치가 징벌적인 방식으로 제기될 우려가 있는데, 발달장애 학생의 도전행동 등 특성을 타인을 해치려는 고의로 간주하고 분리하는 조치는 부당한 징계이자 문제해결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창호 활동가는 교실 내부만이 아닌, 윤석열 정부에서의 교육 예산 삭감, 인력 감축과 교육 경쟁 강화가 교육현장을 각자도생의 현장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