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부려대구 시즌2] 교권을 바라보는 학교 안팎의 이야기 (2)

#과중한 업무 속 늘어나는 교사의 고민
#여전히 엄마에게 지워지는 육아 책임, 사회적 신뢰 문제도 있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학교 밖의 역할은 무엇인가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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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려대구]는 대구‧경북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씨부려대구 시즌2] 교권을 바라보는 학교 안팎의 이야기 (1)에서 이어집니다.

#과중한 업무 속 늘어나는 교사의 고민

김보현: 마침 오늘 낮에 초등 돌봄교실 운영과 관련된 취재를 했거든요. 바뀐 사회 분위기에 따라 초등학교에 돌봄 영역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는데, 그 부담이 교사에게 지워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어요. 교사들은 못 살겠다 하는데, 정부는 학부모 반응이 좋다며 내년에 바로 전면 확대를 하겠다고 밝혔거든요. 그래 놓고 내년도 교육부 예산은 확 줄였어요. 취재를 하면서 ‘학부모 눈치는 보는데 교사 눈치는 안 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관련기사=대구 돌봄전담사 269명 중 83%, “근무시간 8시간으로” (‘23.09.19))

박효경: 경력이 있는 선생님은 1시간 만에 하는 일을 전 신규니까 헤매면서 2~3시간씩 걸리거든요. 학교 행정업무 특성상 각자 얼마나 떼 가느냐에 따라 한 해 업무가 정해지는데, 그러다 보니 학년말에 눈치싸움을 하기도 해요. 전 신규 치고는 좀 많은 업무를 배당받았어요.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서 생활지도나 수업 준비, 교과활동을 신경 쓰고 싶은데 그럴 시간에 행정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교육 활동을 포기하고 행정업무를 마무리한 뒤 정시 퇴근할 것인가’ 아니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정시 퇴근을 포기하고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까지 마무리할 것인가’ 항상 고민하죠. 저의 노동권과 질 좋은 교육활동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힘든 것 같아요.

▲9월 19일 화요일 저녁 7시,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4층에서 ‘학교’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설기: 문득 궁금한데요. 일반적인 사기업에 입사를 하면 뭔가를 배우고 깨지고, 회사나 개인이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고 업그레이드가 되면 이직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직장인으로 거듭나잖아요. 교사는 임용시험에 통과해서 발령을 받은 다음의 디벨롭을 어떻게 하나요? 모두가 자질이 뛰어난 상태에서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효경: 저는 임용됐을 땐 3일 정도 연수를 급박하게 받고 9월 1일 자로 던져 졌어요. 모르는 용어나 업무, 학생과 관계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참다 참다 동료 선생님을 찾아가 물어보면 알려주시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주변 동료가 중요한 환경인 것 같아요. 특별한 인수인계 체제가 정립돼 있지 않아서 동료 선생님이 친절하면 편안한 신규 생활을 보내고, 무심하면 좀 더 속상하고 고립된 신규 생활을 보내는 거죠.

설기: 웃픈(웃기고 슬픈) 커뮤니티 글을 봤어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주인공 동은이가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잖아요. 교사로 부임하면 수업을 해야 하고 행정업무도 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도 해야 해서 연진이를 감시하는 사적 복수를 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인 거죠.

성민아: 전 반대로 답답한데요. 다른 직장과 비교해 보면요. 초등교사가 고립돼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은 똑같이 맨땅에 헤딩해요. 좋은 상사를 만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도 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죠. 저도 정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행히 상사들이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어요. 제가 거부했을 뿐. ‘그걸 다 배워서 책임지고 싶지 않아요. 이건 잘라주세요’라는 식으로요. (웃음)

어쨌든 좋은 상사들을 만나 차근차근 업무를 배웠지만 제 주변만 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제 동생은 좋은 상사가 없어서 혼자 배우고 처리하다가 이직을 했거든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오히려 악성민원은 시스템과 체계에서 관리해 줘야 한다고 봐요.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교대, 사대 등 학교에서부터 정확한 업무 내용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점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실습을 나갔을 때 교사 실습일지를 쓰고 담당 선생님이 매일 코멘트를 달아주셨거든요. 담당 선생님은 저를 포함한 8명의 실습생의 일지에 초등학생 일기 코멘트 달듯 매일 피드백을 주신 거예요. 본인의 원래 업무에 추가된 업무였겠죠. 학교에 다닐 때 이런 업무가 있을 거란 건 잘 모르잖아요. 닥쳐서 밀려드는 일을 하게 됐을 때 받는 충격이 그래서 생기는 것 같아요.

박소영: 교사가 여자 직업으로 좋다고 인식되는 이유가 ‘다 똑같기 때문’이거든요. 승진하면 교장, 교감이 되지만 그전에는 모두 똑같은 지위의 교사예요. 시스템상 각자가 완벽히 동등한 위치인 거죠. 내가 가르쳐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똑같은 교사인 거예요. 신규교사이지만 그 학급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내가 선배라고 해서 배 놔라 감 놔라 할 수 없어요.

다만 점점 전산화되면서 행정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었잖아요. 옛날엔 행정실에 서무직원이 있어서 학교에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사주었는데 이젠 교사가 직접 물건을 사서 행정 기록을 남기고, 생기부도 한 마디로 ‘착함’이라고 썼다면 요즘엔 1,000자, 1,500자 기록을 하게 됐으니까 그게 다 업무가 됐어요. 지금의 관리자는 그런 경험을 안 해봤으니 이해를 잘 못하고, 늘어나는 업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룰이 없다 보니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기도 해요.

#여전히 엄마에게 지워지는 육아 책임, 사회적 신뢰 문제도 있어

오현주: 아이를 공립 병설유치원에 보냈는데, 그즈음이 코로나19 시기였거든요. 코로나로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보내지 마세요’라고 공지가 오니, 계속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어요. 등원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출석 인정은 돼야 하는 거예요. 아이가 집에서 놀 수 있는 교과를 보내서 놀이 하는 모습을 인증샷으로 찍어서 선생님에게 계속 보냈어야 했어요.

마지막엔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서 졸업식에 못 갔거든요. 그때는 코로나에 걸리면 마녀사냥식 문자가 왔어요. ‘우리 반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등원을 어쩌고’하는 내용인데, 그때 마침 우리 아이가 걸렸고, 졸업 사진에는 우리 아이만 없었던거죠. 친구들과 엄마들이 우리 애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알 수 있는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 거예요. 그때 ‘유치원에 사설 어린이집의 교육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둘째는 ‘병설 유치원을 안 보내야지’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정규수업, 돌봄교실, 방과후수업을 4시까지 하고 학원에 갔다 어머니집에 갔다가 제 퇴근시간에 집에 데려왔어요. 상대해야 하는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 돌봄 선생님, 방과후 선생님, 학원 선생님인 거죠. 아이가 아프면 학교를 결석하잖아요. 그럼 다 연락을 돌려야 해요. 전 이런 걸 되게 못 하는 사람이에요.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놓치기 시작하면 선생님들이 계속 저한테 연락이 와요. 선생님도 엄마와 사적인 번호로 연락하는 게 당연한 거죠. 전 살뜰한 엄마는 아니라서 아이를 약간 방목하는 스타일인데, 가정 보육을 하고 학교만 보내는 엄마들도 있잖아요. 돌봄을 안 하고 방과 후에 학원을 몇 개 돌리는 엄마들은 돌봄친구들과 관계를 차단하기도 해요. 돌봄에 다니는 아이들은 워킹맘 아이니까 케어를 잘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나마 남편이 좀 자유롭게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데려올 수 있는데요. 부부 모두 ‘9 투 6’에 매여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다가 전화를 받고 문자를 나누고 아이를 마스크 씌워서 데려올 수 있나요. 돌봄교실에도 지금 대기 인원이 줄을 서 있다고 하는데, 그조차도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현장학습을 가면 엄마들이 자차를 끌고 학교 버스를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 비행기를 타고 따라가서 지켜본다는 거죠.

▲민아 “모든 해결 방식이 사법적 처리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예전엔 ‘다르게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제 그조차 없는 거죠”

설기: 세월호 참사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수학여행을 가는 길에 사고가 터진 거니, 아이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심정적으론 이해가 되기도 해요.

김인혜: 과도한 안전주의가 느껴져요.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원래 해야 하는 안전을 못 지키고서 과도한 안전주의가 생긴 것 아닐까요? 이번 서이초 사건에서도 연필을 갖고 놀다가 긁힌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하더라고요. 전 옛날 사람이니까 ‘그 정도는 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도 학교 안에서 그런 부분을 느끼시나요?

효경: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20~30분 쉴 수 있거든요. 제 마음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면 좋겠어요. 예전엔 점심시간에 축구하러 가고 운동장을 걷는 게 일상이었잖아요. 그런데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놀이터에서, 교사 눈 밖에서 사고 나면 바로 교사 탓이니 우리 학년은 다 같이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게 하자’고 약속했어요. 물론 저도 힘들지만 아이들이 네모난 공간에서 쉰다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요.

민아: 모든 해결 방식이 사법적 처리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예전엔 ‘다르게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제 그조차 없는 거죠. 신고하고 법대로 처리하자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효경: 학부모님마다의 반응이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들이 살짝 한 대라도 때렸으면 먼저 가정에 연락을 드려요. 제가 연락하지 않으면 집에서 연락이 올 수 있고, 그럴 경우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작은 몸싸움일지라도 지도하고 사과시키고 바로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게 기본인 거죠.

현주: 하이클래스 앱을 보면 ‘자‧칼‧가위 가져오지 않기. 필요 없는 건 가져오지 않기’ 안내가 있어요.

설기: 교도소 아닌가요. 슬프네요.

현주: 저희 아이가 2학년인데 1학기 때는 선생님이 아이들 마음이나 감정 중심으로 지도를 하셨어요. 공개수업에서도 ‘감정’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수업방식이 되게 좋았어요. 아이들이 코로나 영향으로 감정표현에 서툴고, 저희 아이도 그러니 선생님을 잘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2학기 때는 (선생님이) 지치셨는지 금지에 대한 알림만 계속 오는거예요. 1학기 때는 칭찬일기 써오기, 엄마에게 OO하기가 숙제였다면, 2학기 때는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배우더라고요.

아이랑 잘 때 10분씩 얘기를 하고 자는데, 어느 날은 ‘오늘 반에서 돌발 행동을 하는, 장애가 있는 친구가 다른 친구랑 싸웠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다음날 알림장에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자제시켜 주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이 적혀 왔어요. 물론 선생님도 고충이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러면서 배우잖아요. 갈등을 교실 안에서 풀어나가는 연습을 시켰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겠죠.

효경: 작년 학급에 자해를 가끔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다른 친구가 가져온 칼을 갑자기 뺏어서 순간 화를 못 참고 자기 목에 가져다 댔어요. 제가 그 순간을 봐서 이까지 간 칼을 확 잡아챘어요. 다행히 큰일이 일어나진 않았어요.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학부모 상담도 했는데, 학부모님은 ‘그 친구는 왜 칼을 들고 있었대요’라고 반응했요. 위기관리위원회를 통해 학생 상담도 알아봤는데, 간부 교사가 ‘칼이나 가위는 교실에 배치해 둘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교사가 미연에 방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저에게 책임을 돌리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저도 알림장에 ‘칼이나 가위 같은 위험한 물건은 웬만하면 가져오지 마세요’라고 적었던 것 같아요.

민아: 어렵네요. 이런 식으로 무언갈 못 하게 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져도 될까요. 칼과 가위의 본래 목적은 종이를 자르기 위함이잖아요. 가위질을 많이 해야 손 근육이 발달한다는 말도 있고요. 감정 조절을 잘할 수 있는 나이는 대체 언제이며, 그때까지 ‘가위는 위험한 물건이니 사용해선 안 돼’라고 하면 10년 후쯤 가위와 칼을 쓸 수 있는 어른이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요새 아이들이 타자를 못 친다는 기사도 봤어요. 휴대폰을 주로 사용하니까, 독수리 타법을 쓴다더라고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면 PPT나 한글을 활용한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독수리 타법을 사용하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해요. 타자도 1대 1 과외를 붙인다는 내용의 기사인데, 일부 사례더라도 함의가 있죠.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학교 밖의 역할은 무엇인가

민아: 결국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 곳이어야 하는가, 초등학교는 돌봄도 섞여 있는데, 그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봐요. 어린이집에선 밥을 잘 먹고 잘 자는 걸 배운다면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싸웠을 때 갈등을 해결하는 법, 화가 난다고 해서 칼을 휘두르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교과 과정은 아니지만 사회의 좋은 어른들이 알려주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워야 하잖아요. 그게 돌봄의 영역이잖아요. 사회성과 도덕규범을 가르치는 것까지 교사의 역할인 거죠. 교사도 물론 노동자지만, 이것만으로 교권을 해석하는 건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 싶어요.

소영: 교육청 안에 보호센터가 있고, 심리상담 지원도 해주는데 사실 개인심리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상담을 받고 학교에 오면 똑같은 상황이 되니까 막상 이용하는 교사가 적어요. 실효성 문제도 있고요. 검사를 받고 상담을 2~3회 진행하면 끝나는 거예요. 지원 금액의 문제여서, 지금 이를 확대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어요.

인혜: 무엇보다 학교가 관계에 대한 교육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봐요. EBS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아이들이 우정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내용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개인화된 사회에서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어린 세대에는 없어진 거나 다름없는 것 같고요. 변화한 방식 속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영: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 나온 ‘하이클래스’ 앱은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만든 게 아니라 사설 앱이에요. 고등학교에서 많이 쓰는 앱은 따로 있는데 거기선 성적을 볼 수 있고요. 가정통신문, 방과후학교 신청 등 다 사설업체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이걸 에듀테크라 해요. 이 시장이 엄청나게 커요.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기도 해요. 학교에서도 학생 1인당 태블릿 PC가 들어오는 식으로 예산이 계속 들어가죠.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기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교육도 물론 중요해졌어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교육이 학교의 본질이고, 이건 정보화 시스템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생각해요. 교사 한 명이 학생 하나를 옛날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 전체 예산은 내년에 대폭 줄어든다고 하죠. 교사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교육권 보장 대책도 마찬가지예요.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결국 응보적인 방식으로 뭔가를 누르고 처벌하고 분리시키는 방식이 되겠죠.

전 인문계고, 특성화고는 근무했는데 특목고는 안 가봤어요. 외고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학생들 만족도가 되게 높대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고 자유롭다는 거예요. 선생님도 편하고요. 일단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으니 끝나고 상담하거나 교재 연구할 시간이 많고, 일반계 학교보다 수업 시수가 적으니 아이들 이름을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수업을 진행할 때 ‘누구야’ 이름을 부를 수 있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 행동은 달라지죠.

제 경험에 따르면 학생 인권이 보장될수록 교권도 같이 보장됐어요. 나누고 분리하고 담장을 높게 쌓아가니 학부모도 불안해서 민원 형식으로 법을 가져오게 되는 측면도 있어요. 학교가 학부모 참여를 높이고 쉽게 찾아와서 논의할 수 있는 형태로 가면 상호 간 신뢰도 생길 거고요.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억울한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겠죠. 결국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고 봐요.

효경: 오늘 내내 이야기했지만 불신이 많이 침투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의 목적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면 주체인 학생, 교사, 보호자가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간 불신과 불통 때문에 ‘악성’이란 프레임이 쌓인 게 아닐까요. 같이 고민하는 장이 시급하다고 봐요.

인혜: 학교 안의 다른 주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요. 사회초년생일 때 학습지 교사를 한 적이 있는데, 어떤 학부모는 믿고 맡겨주시고 어떤 학부모는 돈을 떼먹으려 하기도 했어요. 어떤 학부모는 ‘우리 애가 문제죠’라고 하고 또 다른 학부모는 ‘선생님이 문제’라고도 했죠. 그때가 생각나면서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돌이켜봤어요. 서이초 사건 이후 방과후교사, 기간제 교사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네요. 그 안에서의 차별, 그리고 연대를 우리가 논의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설기: 막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팀워크가 필요하겠다 싶어요. 이 시대에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과 주체를 활용해 무엇을 가르치고, 살아가게 할까. 저출생 시대에 무엇을 남겨 해결해야 할까의 고민을 학교 안팎에서 함께 해야 할 것 같아요. 공동체가 무너지고 각자도생해야 한다지만 어쨌든 우린 사회를 이루면서 살아 생존해 왔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고 남겨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좁게는 교사의 노동자적 지위가 보호받았으면 좋겠어요. 저와 제 주변만 봐도 노동자의 지위가 갈수록 약해져 간다고 느끼거든요. 교사로서의 특수성이란 이름 뒤에 우리가 개인에게 너무 버티라고 요구해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최근 들어요.

▲나빈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교육’을 꼽을 것 같거든요.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뽑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쉽진 않겠죠”

인혜: 전 사실 학부모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기 때문에 아까 한 말들을 다 삭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웃음) 한편으론 학교의 문제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 일련의 사건과 목소리를 발판 삼아 교육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빈: 저도 학부모도 교사도 아니지만. 그동안 다룬 주제 중 오늘이 가장 힘들었어요. 12년간 교육의 주체였던 기억이 나서 그런가 봐요. 학교 다니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저도 힘들었지만 엄마도 선생님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희 때에도 입시에 열을 올렸잖아요. ‘모두가 괴로운 시스템을 왜 유지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20살에는 ‘다시 태어났다’ 생각할 정도의 해방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교육’을 꼽을 것 같거든요.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뽑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쉽진 않겠죠. 이런 생각의 흐름 속에선 학부모도 교사도 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뿐이에요.

민아: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아닌 내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있어요. 당장 힘들고 괴로운 이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형태의 제도적 보완이 한 축으론 필요한데, 어쨌든 그 자체로도 구멍이 생기잖아요. 그 구멍을 메꿀 수 있는 건 분위기라고 보거든요. 문화, 사회적인 분위기를 위해 교육의 주체들 말고도 한때 학생이었던 우리가 동료 시민으로서 제대로 된 응원과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또 다른 한 축으론 교사의 정치 참여가 어떤 형태로든 중요하다고 봐요. 오늘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지금 시점에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학교 현장에서 가장 잘 알잖아요. 교사가 정치 참여를 할 수 없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건 부담스럽겠지만요. 적어도 ‘학교는 이런 모습이어야 해’라거나 ‘에듀테크가 아닌,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데 예산을 써야 해’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시민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정리=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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