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돌봄전담사 269명 중 83%, “근무시간 8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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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교실 운영을 두고 대구지역 교사, 돌봄전담사들이 업무 분리와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했다. 대구 돌봄전담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은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교사 중 76% 가량도 돌봄전담사 근무시간 확대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부가 2025년으로 예정된 ‘늘봄학교’ 전면시행을 내년으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대구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19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공동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대구 교사 업무 정상화와 돌봄전담사 근무 여건 개선’을 대구교육청에 요구했다.

19일 오전 돌봄업무 정상화를 요구하는 공동교섭단(민주노총 대구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은 대구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정적인 돌봄교실을 위한 교사-돌봄전담사 공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돌봄전담사 근무 조건 개선과 교사의 부담 완화를 주문했다.

노조는 “타 시·도 교육청은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확대하는 추세인 데 반해 대구교육청은 6시간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돌봄교실이 명확한 지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교사들은 공문처리‧인력 채용‧예산 신청‧민원 등 보조를 맡고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이 돌봄교실 운영으로 인한 교직원 사이 갈등을 방치하고 서로 간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초등돌봄의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돌봄업무 정상화는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초등교사 99.1% ‘교사에게서 돌봄업무 배제해야 한다’ 
돌봄전담사 73.2%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확대가 필요하다” 

전교조 대구지부가 9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대구의 초등교사 1,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가 돌봄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교육청 의견에 대해 응답자의 99.1%(1,159명)가 ‘교사에게서 돌봄업무를 배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사가 돌봄업무를 담당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문제점으론 ▲수업·학급 운영·생활지도 등 업무 수행에 지장 초래(82.3%) ▲돌봄은 전담사, 행정업무는 교사가 맡는 비효율적인 이중 체계(76.15%) ▲긴급 돌봄 발생 시 대체인력 투입 등에 대한 부담(68.85%) ▲학교 구성원과의 갈등 심화(42.65%)가 높은 비율로 중복 선택됐다.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기존 6시간에서 8시간으로 확대해 돌봄 관련 업무 전부를 돌봄전담사에게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선 76.3%(891명)가 찬성, 10.8%(127명)가 반대 의견을 냈다.

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는 9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대구의 돌봄전담사 2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중 일 근무시간이 6시간인 경우가 74.1%, 학기 중 6시간·방학 중 8시간인 경우가 1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양질의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73.2%가 ‘매우 그렇다’, 10.4%는 ‘그렇다’로 답해서 83.6%가 근무시간 확대를 요구했다. 근무시간 확대를 통해 확보해야 할 업무는 ▲각종 행정업무(68.7%) ▲돌봄교실 준비와 정리(16.6%) 외에도 ▲학부모 및 학교 소통 ▲돌봄프로그램 연구 등이 꼽혔다.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69.9%가 ‘8시간’이라고 답했으며, ‘행정업무시간 별도 확보와 전일제 전환으로 돌봄전담사 중심 방과후돌봄 운영체계를 만들고 교사는 교육과정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 변화에 찬성하는지’에 대해선 70.4%가 ‘매우 찬성’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 지부장은 “최근 잇따라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의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업무 부담이다. 교육청도 이를 알고 계속해서 업무 경감을 외치고는 있다. 업무 경감 대책이 업무가 될 지경”이라며 “현장에 있는 교사는 실제 업무가 줄었는지 체감하지 못한다. 절대적인 양이 많기도 하지만 ‘이게 교사의 일인가’ 싶은 정도로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돌봄교실 업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윤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돌봄전담사)은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대구 돌봄전담사의 근무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돌봄전담사는 근무시간 확대를 통해 행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른 보상도, 안정적인 노동 조건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따라 돌봄전담사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시도교육청이 있지만 대부분은 6시간과 8시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전담사는 돌봄교실 내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담당하고, 교사는 교실 외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예시안이 나갔다. 예를 들면 교사는 돌봄교실 운영 계획, 예산, 강사 선정 등의 업무를 맡고 전담사는 돌봄교실 내 교구 정리, 물품 구매 등의 업무를 맡는 식이다. 물론 학교 여건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