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주인은 누구지?”⋯“학생!”, 작은 학교 지키는 주인

작은 학교 통폐합, 어려움 겪는 대동초-유가초 공대위 결성
대동초 학생들 대구교육청 앞 모여, “학교는 학생이 지킨다”

09:04

“국가의 주인은 누구지?”

“우리요!” “나다!” “국민!”

“그럼 학교의 주인은 누구지?”

“우리요!” “학생!”

묵직한 성인 남성의 질문과 앳된 목소리에 답변이 이어졌다. 난데없는 질문이지만,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침없이 답을 이었다.

“그럼 학교를 누가 지켜야지?”

“우리요!”

▲대동초등학교 재학생들이 학교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대동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15일 오후 4시 30분께, 대동초(대구 북구 소재) 재학생 30여 명이 소풍이라도 가는 듯 삼삼오오 손을 잡고 대구교육청 앞 광장을 찾았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래된 천막 농성장 옆으로 나란히 줄을 맞춰 들어선 학생들은 그대로 광장 바닥에 앉았다. 어머니들이 깔고 앉을 깔개를 나눠주고, 학생들을 감싸 안듯 둘러앉았다. 학생과 학부모는 약 90여 명, 학부모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개중에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들도 보였다.

그들 주위를 다시 “대동초 입학시켰더니, 산격초 졸업장 웬 말!”, “잘 다니는 학교에서 느닷없이 팔려가는 대동초”, “아이 미래 고려 없는 경제 논리”, “나라 미래 팔아먹는 통폐합 논리”라고 적힌 현수막이 둘러쳐졌다. 흡사 작은 학교 대동초를 지키기 위한 ‘요새’가 교육청 광장에 세워졌다.

대구교육청, 독단적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아이들까지 광장으로

대구교육청의 독단적인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은 끝내 아이들까지도 광장으로 불러냈다.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으며 한 마디씩 보탰다. 3~5학년 10여 명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았다.

“선생님 친절하고, 공부를 잘 가르쳐 줍니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좋은 학교가 대구 대동초라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적으니까 친구들 이름을 다 외울 수 있고, 다른 학교보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는 유기농 급식이고, 대구에서 세 학교밖에 없는 디지털 교과서 연구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밥을 적당히 주고, 신선한 재료로 요리도 잘하는 것 같고, 급식이 대구 학교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학교 폭력이 없어서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가 6학년인 보연이와 수민이에게도 돌아갔다. 의젓한 언니(누나), 형(오빠)은 ‘작은 요새’의 한 쪽 축을 맡아 “대동초 입학시켰더니, 산격초 졸업장 웬말!” 현수막을 양쪽에서 지켰다.

“우리 학교는 넓고, 깨끗한 게 장점이고, 학생들이 많이 없다 보니까 친구들이랑 깊게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학교 폭력이 없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지도를 잘해주시니까, 이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학교를 6학년 졸업하고 나서도 후배들 모두가 우리 학교 지킬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주었으면 합니다.” (박보연)

“제가 할 말은 저의 모교가 없어진다는 게 정말 슬픈 일인 거 같고, 나중에도 대동초 통폐합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폐교 반대를 시위가 일어날 것 같은데, 그때도 이렇게 같이 시위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수민)

▲15일 오후 대동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동초 통폐합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15일 오후 대동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동초 통폐합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동초 학생, “우리 학교는 친구들이랑 깊게 사귈 수 있다”
“사교육, 학교 폭력, 교육청 수십 년 해결 못한 문제점 해결”

어른들이 굳이 말을 보탤 필요 없을 정도로 명료하게 아이들은 작은 학교 대동초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각각 할 말을 뱉어낸 아이들은 한동안 어른들 이야기도 경청했다.

이주호 대동초등 폐교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산격동은 값비싼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들, 결손 가정, 조손 부모들 우리 시대 서민들, 보호해야 할 약자들이 사는 곳”이라며 “오늘 이곳에 온 학생 중에는 부모님은 일하고 있고 혼자서 온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교육 문제, 학교 폭력 문제 같은 대구교육청이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결해왔다”며 “작은 학교가 가지는 장점은 또 있다. 학교가 작아서 모든 일이 투명하게 처리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 발대식도

▲15일 오후 2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 발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15일 오후 2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 발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오후 2시, 어른들은 아이들이 지키길 원하는 작은 학교를 지키는 데 힘을 모으기 위해 ‘작은 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 발대식 기자회견도 열었다. 공대위는 대동초 폐교 반대 학부모 대책위뿐 아니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도 함께 했다.

또, 전교조 대구지부,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녹색소비자연대, 인권운동연대, 행복한마을공동체북구IN, 수성주민광장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과 녹색당 등 정당도 참여했다.

김수옥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 대표는 “유가초는 못해도 80년이 된 학교다. 대표적인 농촌 지역인 달성군 유가면에 있고 유일하게 남은 학교”라며 “대구교육청은 교육부 통폐합 정책을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로지 돈의 가치로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학부모가 통폐합 소식을 접한 건 불과 올해 3월이다. 4개월밖에 안 된 것”이라며 “80년 넘은 학교를 불과 3개월, 4개월, 6개월 만에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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