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퀴어축제 현장에 버스 강행…공무원·버스업계도 혼란

대구시, 중구청 축제 당일 행정대집행 준비
공무원노조 중구지부, "행정대집행 강제 동원 반대"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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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집회금지 가처분 기각 등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적법하게 진행되는데도 대구시가 축제 장소를 지나는 버스를 노선 변동 없이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축제를 하루 앞두고도 홍 시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공무원과 버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15일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줄 수 있는 등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공공성이 없는 집회임에도 그간 관행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대중교통을 방해하여 왔다”며 “퀴어문화축제뿐만 아니라 관행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거하여 진행해 온 집회에 단호하게 법적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고, 홍 시장도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권력이 불법 도로점거 시위 앞에 왜 이렇게 나약해졌는지 걱정이다”라고 언급했다.

<뉴스민> 확인 결과 최근 대구시는 경찰, 중구청, 버스사업조합과 26개 버스 업체에 공문을 보내 축제 장소인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대구시, 중구청 축제 당일 행정대집행 준비
공무원노조 중구지부, “행정대집행 강제 동원 반대”

대구시는 중구청과 행사 당일 행정대집행을 위한 대비에도 나섰다. 16일 중구청 내부 연락망에서는 행정대집행 요건 성립 시 대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17일 근무자 명단 취합도 진행됐다.

행정대집행을 통해 행사 부스 등을 강제로 철거하거나, 설치 자체를 막아서 집회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 중구지부는 16일 성명을 통해 “법원 결정에도 홍 시장은 버스 운행을 강행하겠다고 해 사실상 집회를 방해하겠다는 심산이다. 법원, 경찰도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막지 말라고 한다”며 “홍 시장만 차별과 혐오의 말을 내뱉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행정대집행에 대한 직원 강제 동원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중구청은 행정대집행이 기존 노선대로 버스가 운행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홍 중구청 부구청장은 “버스 통행 여부가 관건으로, 현재 시와 경찰 입장이 다르다. 경찰이 버스를 우회 조치한다면 (축제는) 그대로 진행되겠지만 만약 상황 변화가 있어 버스가 시의 입장처럼 기존 노선대로 운행하게 된다면 (축제 물품 등이)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 중구지부장은 “규정상 공무원을 행정대집행에 동원할 수는 있지만, 만약 대집행이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집회를 보장하면서 시민 안전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대구시청과 중구청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서 무대 및 부스를 불법적 행정대집행을 통해 무대 및 부스를 철거할 예정이며,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불법적으로 막을 예정이라고 한다”며 “집회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서 막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장으로서의 자격이 더 이상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 업계도 혼란···노선 변경 안내 못해
“당일 경찰 통제 따를 수밖에”

버스 업계에서도 대구시 우회 불가 방침에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남대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대구경북지부장은 “30년 넘게 운전했는데 이랬던 적이 없다. 시와 다른 기관이 안 맞아서 당장 내일 어떻게 운행될지도 모른다. 황당하다”며 “경찰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용객도 버스 노동자도 다 시민인데 사전에 우회 안내를 해서 최대한 혼란을 막고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게 시 역할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17일 정오부터 대구 중구 반월당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된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