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 “식수원 오염, 생태계 파괴” 우려에도 파크골프장 공사 시작

다산면 호촌리 일대 27홀 규모로 오는 8월 완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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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이 식수원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낙동강 달성습지 인근 파크골프장 공사를 시작했다. 고령군은 파크골프장 수요가 많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 하천점용허가를 문제 없이 받았다는 입장이다.

고령군은 5월부터 다산면 호촌리 592-1번지 일대에 파크골프장 공사를 시작했다. 8월 완공·10월 개장 예정이다. 27,630㎡, 27홀 규모로 사업비 10억을 들여 지을 계획이다.

▲ 경북 고령군이 지난 5월부터 다산면 호촌리 592-1번지 일대에 파크골프장 공사를 시작했다. 파크골프장 예정 부지.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현재 고령군이 운영하는 파크골프장은 대가야파크골프장(대가야읍 장기리 121)과 다산파크골프장(다산면 호촌리 30) 2곳이다. 현재 공사 지점과 가까운 다산파크골프장은 불법 확장 등의 문제로 이달 30일 철거를 앞두고 있다.

고령군 가족행복과 체육담당자는 “2019년 무렵부터 파크골프장 붐이 일면서 수요가 많아졌고, 인근 파크골프장이 철거되는 상황이라 절차에 따라 새로 짓는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은 친수공간이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 하천점용허가도 문제 없이 마쳤다. 하천이 아닌 다른 곳은 토지 보상 비용 문제가 있어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8월 완료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를 보면 ‘조건부동의’로 승인이 이뤄졌다. 다만 검토 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국가하천 낙동강 둔치에 조성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협의 내용에서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수체에서 완충구역을 충분히 확보하고, 운영시 농약,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파크골프장으로 지속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를 주문했고, 운영 시에 화장실, 주차장, 쉼터 등 수질오염 유발시설 설치를 지양하도록 했다.

자연생태환경과 관련해서는 계획 구간 일원에서 수달, 삵, 귀이빨대칭이 등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생물 서식이 확인된다며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했다.

특히 “사업 시행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민원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의 책임 하에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대책을 강구한 후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 파크골프장 예정 부지 일대에서 찍힌 야생동물 발자국.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16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식수원 오염과 야생동물 서식지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 둔치이자, 국내 최대 내륙습지 달성습지에 파크골프장이 건설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구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 같은 복원 사업도 벌이는 마당에 지척에서 습지를 훼손하는 공사가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한 대구지방환경청과 하천점용허가를 내준 낙동강유역환경청(당시 부산지방국토관리청)도 문제”라며 “달성습지를 보전해야 할 환경당국이 어떻게 허가를 내줄 수 있냐. 고령군의 파크골프장 건설사업은 근시안적 행정으로 오히려 달성습지 복원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