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홍준표] 대구퀴어축제 훼방 나선 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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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당시 대구퀴어문화축제 홍 시장의 반응
-퀴어문화축제 장소에 대한 경찰의 버스 우회 요청 거부
-8개월 사이에 왜 적극적인 반대론자가 되었을까?
-대구지방법원의 집회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
-“사회보수는 4~50년 간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만 집착했을 뿐 게을렀다.”

안녕하십니까? 주간 홍준표 뉴스민의 못된 질문 마흔여섯번째 시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뉴스민 이상원 기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주에는 우리 시장님이 허락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해봤는데요. 오늘은 시장님이 허락하지 않은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축제 관리를 위한 경찰의 버스 우회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고도 밝혔어요. 우리 시장님이 최근 퀴어축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난해 10월 우리 홍 시장님이 한창 대구시의 온갖 기득권 카르텔과 싸우고 있을 때 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거든요. 그때 우리 시장님 이러진 않으셨단 말이죠. 그 무렵 청년의꿈에 관련 질문도 있었는데 우리 시장님,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홍준표 시장 임기가 갓 시작된 7월 22일 청문홍답의 한 사용자가 임기 동안 ‘대구퀴어축제 반드시 막아 주십시오’라고 요청을 했는데요. 그 글에 홍시장이 쓴 댓글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거 허가사항인가요? 라는 의문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집회는 경찰 신고사항이고 시장은 시설 사용 허가권만 있다, 서울광장 사용허가권은 서울시장에게 있지만 대구는 어디에서 하는지 그게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같은 날 또 다른 사용자도 대구 퀴어축제를 허가하면 안 된다 라는 글을 올렸는데 해당 글에도 홍 시장은 그거 허가사항인가요? 라고만 되묻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아무런 문제 없이 대구에서 퀴어축제가 열렸고 홍 시장도 별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장님, 올해는 꽤 적극적인 축제 반대론자가 되어서 적극적으로 축제를 훼방놓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이란 게 다소 위험한 결정으로도 보이는데요. 집회 현장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우회시키지 않고 그냥 진입시키도록 하겠다는 거니까요. 홍준표 시장은 본인 스스로도 경찰에서 원만한 질서 유지를 잘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시기 바란다라고 쓴 것처럼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결정인데 그냥 그렇게 내지른 겁니다.

시장님이 약 8개월 사이에 퀴어축제에 이렇게 적극적인 반대론자가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지난 주 방송과도 연동이 됩니다. 바로 이슬람 문제죠. 우리 시장님, 연거푸 이슬람에 대해서 포용적인 발언을 하면서 소위 극우적 기독교단체로부터 퇴진 요구까지 받는 실정이 됐습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광훈 목사를 위시한 극우적 기독교세력의 영향력이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를 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준 걸로 봐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장님과 전광훈 목사 측은 2017년까지만 해도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전 목사가 후원회장으로 있던 기독자유당이 당시 홍 시장을 지지 선언하기도 했고요. 전 목사는 홍 후보만 당선과 관계없이 한국 교회가 원하는 정책을 100퍼센트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지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전 목사가 말한 한국 교회가 원하는 정책이란게 이슬람과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였죠.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이슬람에 대해 전향적인 의견을 연거푸 냈고요 곧장 퀴어축제 반대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태도를 강경하게 드러냈습니다.

마치 이슬람은 어쩔 수 없으니 좀 이해해줘, 대신 동성애는 절대 반대해라는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지난 12개월 사이 홍 시장의 입장이 이렇게 크게 변할 정도의 큰 변수랄 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 홍 시장님은 원래 2017년 대선 때부터 강경한 동성애 반대론을 폈습니다.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선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동성애에 찬성하느냐고 물은 게 크게 화제가 됐고, 한 방송에 출연해선 아들이 성소수자라면 이라는 물음을 받고 나는 그것 싫다 안 한다라면서 하늘이 정해준 것을 동성애자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분이 작년에 이 방법을 알지 못했을까요? 우리 홍 시장은 1퍼센트도 안 되는 성소수자권익만 중요하고 99퍼센트 성다수자 권익은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묻고있지만 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이번에 대구지방법원이 내린 가처분 기각 결정에서도 확인이 된다는 것, 우리 시장께서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문의 한 대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이 사건 집회와 같은 경우 그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집회가 실제로 열리는 경우 상인인 채권자들의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집회가 1년에 1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이 사건 집회의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그로써 실현되는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1년에 한 번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허락하는 정도로 다수자의 이익이 크게 침해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죠. 굳이 이 결정문이 아니어도 우리 시장님, 2008년에 하셨던 말씀만 되새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 시장님,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평하면서 안보보수, 시장보수, 사회보수의 실패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사회보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는데요.

“사회보수는 4~50년 간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만 집착했을 뿐 게을렀다.”

시장님, 집착하지 마셔요. 안전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기원합니다.

제작 : 뉴스민
출연 : 이상원
촬영·편집 : 천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