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호 쓰레기고객센터로 놀러오세요, 입장료는 ‘쓰레기'”

동아홀딩스 기부금 활용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한 사업
"PE, PP, PS 차이를 몰라도 괜찮아요"...자원순환교육도 진행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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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구 수성시장 내에 ‘쓰레기 고객센터’가 문을 열었다.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현금 적립을 해주는데, 지난해부터 대구에도 생기기 시작한 ‘순환자원 회수로봇 자판기(현재 15대)’와 유사하다. 차이라면, 로봇이 아닌 사람이 점포에서 다양한 종류의 재활용 쓰레기를 취급한다. 동시에 자원순환교육도 이뤄진다.

쓰레기 고객센터는 (주)동아홀딩스가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한 1억 원 가운데 2,000만 원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재활용정거장’ 사업으로 명목으로 확보해 기획한 사업이다. 운영자들도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이자, 환경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오던 이들이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쓰레기 고객센터’ 운영국장을 맡아 직접 사업 계획서를 쓰고, 운영진을 모았다. 김민조 국장은 “주민참여예산 등을 통해 이런 사업을 제안하는 주민들도 있더라. 자원순환에 대해 주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회수로봇 확대를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대구 1호 ‘쓰레기 고객센터’의 운영진들. 왼쪽부터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박소영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위원회 위원장,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정경은 수성구의원.

김 국장은 “로봇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원순환의 중요성이나, 어떻게 재활용을 해야 하는 지 등에 관한 교육이 빠져있고, 로봇 수거도 제한적이다. 계속적으로 기계를 돌리고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며 “‘쓰레기 고객센터’가 널리 알려지고 자원순환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쓰레기 고객센터 전임강사’로 나선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이번 쓰레기 고객센터를 개소하면서 환경교육강사 3급 자격증도 땄다. 벌써 인근 초등학교에서 이곳 견학과 교육 문의도 들어오고 있단다.

장정희 강사는 “‘순환자원 회수로봇’은 사람들에게 재활용의 의미나 방법, 쓰레기 등에 대해 설명해주진 못한다. 재활용과 관련해 교육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직접 쓰레기를 들고 와서 여기서 분리수거를 해보면 좋겠다. 이곳 입장료는 ‘(재활용)쓰레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소영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위원장은 ‘쓰레기 고객센터’ 센터장이다. 박 센터장은 물건을 받아 들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으면서 적립 안내를 돕는다. 방문자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을 꼼꼼히 확인하고 분류하는 게 그의 업무다. 플라스틱 페트병만 해도 PP, PE, PS 등 소분류가 더 있다.

박 센터장은 “PE는 생수병 뚜껑, PP는 배달용기, PS는 요구르트병이 대표적이고, 기타 PET로 투명커피컵과 유색으로 나눠 분류한다. 캔 종류도 알루미늄과 철로 종류가 나뉜다”면서 “아무래도 평소에는 이렇게 세분화해서 분류를 하지않으니 생소할 수 있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물건을 모으면 재활용 선별센터에서 선별작업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구 1호 ‘쓰레기 고객센터’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활용 정거장’이 알려지고, 각자 가까운 동네 곳곳에 생겨나길 기대했다. 이곳 개소를 준비하면서 확장성과 지속성을 위해 수성구청에 문의하기도 했지만 당장은 추가 설치는 여의치 않았다.

쓰레기고객센터 ‘고문’을 받은 정경은 수성구의원(더불어민주당, 파동·지산1,2동·범물1,2동)은 “이곳을 일단 1년 정도 운영할 계획인데, 지속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재활용 쓰레기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며 “수성구를 시작으로 대구 전역에 확산할 수 있도록 이곳이 계기가 되면 좋겠다. 지자체와의 연결 등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 박소영 센터장이 ‘쓰레기 고객센터’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PET를 비롯해 PP, PE, PS 등이 적힌 투명한 상자가 비치되어 있다.

‘쓰레기 고객센터’는 매주 수요일(오후 5시~8시), 토요일(오전 10시~오후 1시)에 문을 연다. 이용 방법은 온라인 앱스토어에서 CO2CO2(씨오투씨오) 앱을 내려받아 가입하고, 잘 씻은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이곳으로 가져오면 된다. 무게와 수량에 따라 금액을 적립하고 모인 적립금은 연말에 현금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주요 취급 품목은 투명PET병(개당 10원), PE(1kg당 250원), PP(1kg당 250원), PS(1kg당 250원), 기타PET(1kg당 105원), OTHER(1kg당 105원), 알루미륨캔(1kg당 105원), 철캔(1kg당 75원) 등이다. 자세한 내용과 공지는 ‘쓰레기 고객센터’ SNS 공식계정(인스타그램 @waste_center)을 확인하면 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