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백선엽 동상 제막 기해 ‘친일 전력 지우기’ 나서나

국가보훈부, "백선엽 장군 친일파 기재, 국민 정서상 맞느냐"

18:11
Voiced by Amazon Polly

윤석열 정부가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을 기해 백선엽 장군의 친일 전력을 지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을 친일파로 기록한 국가보훈부 안장 기록에서 친일 기록 삭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보훈부가 주관한 제막식에선 “문재인 정권이 전쟁 영웅을 친일몰이했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정부 차원의 ‘백선엽 친일 기록 지우기’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5일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선엽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식에는 백 장군 장녀 백남희 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종식 경북교육감,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군사령관 등 정부 여당과 군 관계자가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냈다.

참가 인사들이 밧줄을 잡아당겨 천을 벗겨내자 황색의 백 장군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상은 전국 사방을 두루 살핀다는 취지에서 360도로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높이 4.2m, 너비 1.5m로, 건립에 5억 원이 사용됐다. 5억 원은 국비 1억 5,000만 원, 도비 1억이 들었고, 성금 모금액 2억 5,000만 원이 더해졌다.

▲천에 가려진 백선엽 장군 동상
▲베일을 벗은 故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 이후 박민식 장관은 기자 질의응답에서 백 장군에 대한 ‘친일’ 수식을 수정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백 장군 서거 시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 백 장군이 친일파라고 기재했다.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그것이 맞느냐,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심도있는 검토를 거의 마쳤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도 특설대 활동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말이냐”라는 물음에 박 장관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우경 동상건립추진위원장(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회장)은 제막식에서 “구국 영웅을 우리는 영웅으로 마음껏 부를 수 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전쟁 영웅을 친일몰이하면서 백선엽 이름을 지우려 했고, 모두가 서슬 퍼런 정권의 눈치만 보며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고 언급했다.

백남희 씨는 “아버님 동상은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의 동상이며 다부동 전투 투혼의 상징”이라며 “전우와 함께 못다 한 통일의 꿈을 이루고자 하늘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을 수호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백 장군 3주기 추모식에서 김기현 대표는 “병사들을 뒤로 물리고 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당신의 그 헌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의 숨결은 장군님이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을 지켜달라 했던 장군님의 마지막 유언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국민의힘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이 백 장군 추모식에 참석했다.
▲제막식장 입구에 욱일기가 등장했다.

한편 제막식 행사장 입구에는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동상 제막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백 장군의 행적을 비판하며 “친일 미화, 역사 왜곡”에 혈세를 들였다고 지적했다. 집회에는 백 장군 친일 행적을 비판하는 뜻에서 욱일기와 군인 인형도 등장했다. (관련 기사=5억 들인 백선엽 동상 제막식···“친일 장교→반공 영웅으로” 반발도(‘23.7.4.))

노무현 정부 당시 구성된 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따르면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평양사범학교, 봉천군관학교 등을 나왔다. 1941년 만주국군에서 임관했고, 1943년 간도특설대에 전임됐다.1944~1945년 간도특설대원으로서 일본군의 대륙타통작전의 일환으로 토벌 활동에 나섰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이 1941~1945년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며 이를 친일반민족 행위로 규정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