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괴담 유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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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怪談)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괴담은 괴상한 이야기를 말한다. 여름 더위를 식히는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괴담으로 통용했는데, 이제는 상대의 주장을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9일 “거짓 괴담으로 국민공포 조성하는 민주당 때문에 정작 국민 위협하는 진짜공포를 망각해 버렸다”는 논평을 냈다. 10일자 조선일보에는 “지성으로 괴담을 물리쳐야 민주공화국이 산다”는 칼럼이 실렸다.

지난 6월 28일 유승민 전 의원은 과학의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면 이런 글을 남겼다. “과학은 인간이 경험한 것들의 원인을 규명하면서 발전합니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만유인력을 발견했고, 먼 바다로 항해해도 배가 절벽에 추락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원전의 폭발로 발생한 오염수 문제를 바다에 투기하는 것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니 과학자들도 겸손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이 괴담 때문이라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괴담 유포자가 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십니까, 걱정되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에 “걱정된다”는 응답이 78%(“매우 걱정” 62%, “어느 정도 걱정” 16%)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53%)과 보수층(57%)에서도 “걱정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폭력, 공갈, 갈취로 매도하고 대대적인 범죄화에 나섰다. 건설노조는 정부의 폭력 집단이라는 낙인에 ‘괴담’이라는 말 한마디로 대응할 수 없었고, 그러지 않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구조가 만든 고용 불안, 중간착취,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해 왔음을 치열하게 설명하고 전달에 애를 쓰고 있다.

불안한 미래,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모두 괴담으로 치부하는 일은 손쉬운 방법이다. 본인에게 불리한 뉴스가 나오면 ‘페이크 뉴스(Fakenews)’로 단정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흡사한 태도다.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염려에 대해서는 차근하게 그 어려움을 풀어주는 과정과 이해를 동반해야 한다. ‘괴담’이라는 단어로 단정 짓는 행위는 도리어 맹신과 음모론을 정당화하는 효과만 낳을 뿐이다. 괴담 유포자는 누구인가.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