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골프 선수 ‘세계 제패’ 끌어들였다 ‘자진 삭제’

“비상 2단계는 단체장 역할 없다” 매뉴얼 곡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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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 주말 골프’ 비난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거듭 반발하고 있다홍 시장은 17일 오후 6시쯤 페이스북에 남여 (골프)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데 공직자가 골프하고만 연결되면 벌떼 같이 덤빈다” 적었다. 글은 오후 6 30분쯤부터는 읽을 없었다. 사이 시장이 스스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가 활약하는 스포츠면 비상시 단체장이 해도 된다?
골프 아니라도 문제, 빗속 야외에서 심각성 못 느낀 것도 문제  

자진 삭제’는  시장 자신이 해당 게시물의 과격함이나 설득력 부족을 인정한 데서 비롯되었을 있다. “벌떼 같이 덤빈다” 표현은 오히려 시장이 비판하는 시민들에게 맞서 덤비는 인상을. 뿐만 아니라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한국 골프 선수들을 억지로 끌어왔다 비판을 면할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7월 17일 오후 6시쯤 게재했다가 삭제한 페이스북 게시물의 앞부분

게시물을 포함한 여러 입장 발표에서 시장이 시종등산이나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되나?’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도 논란의 본질을 비켜난 것이다. 재난에 따른 비상상황에서는 골프가 아니라 다른 종목의 여가를 즐겼더라도 책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은 따르기 마련이다. 

골프가 비난받을 소지도 있다. 골프 라운딩이 자연환경과의 접촉 수준이 높은 행위라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기상 상황의 심각함과 산사태 자연재해가 일어날 있는 가능성을 체감 또는 연상할 개연성이 넓다. 그런데도 홍 시장은 중단하지 않았다. 골프가 아닌 등산이나 패러 글라이딩을 했어도 비난받았을 것이다.

만약 골프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비난 훨씬거세었을 것이다. 사고와 골프 사이의 대비 효과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삭제된 게시물에서미국 대통령은 전쟁중에도 필드 나가서 운동을 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본토에서 전쟁 중인데 골프를 쳤거나, 혹은 해외 전장의 인근에 가서 골프를 쳤다면 곧바로진퇴 거론되었을 것이다.

해외 군사작전국내 골프 크게 비난받은 전례가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 8 미군이 이슬람국가(ISIS) 공습하기 시작한 직후 2주간 휴가를 떠났고,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국제 이슈에 무관심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칼럼을 내보냈고, 허핑턴포스트는부끄러운 알아야 한다. 휴가를 중단해야 한다 비판했다.

홍준표비상 2단계 매뉴얼에서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 없다주장
단체장은후보 선수아닌리베로’… 배후 점검하고 다른 업무도 챙겨야

밖에도 시장은 단체장의 책무와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반적으로 곡해하고 있다. 18 오전에는 매뉴얼에 따르면 일정 단계까지는 단체장에게 부여된 역할이 없다 취지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시장은호우경보가 발효 되면 부단체장이 업무 총괄하고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이 없다비상 2단계 발령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상관 없다”, “(골프 치던) 당시는 비상 2단계에 불과했다” 덧붙였다.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서 비상 2단계 발령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책무가 따로 부여돼 있지 않다면 이유가 뭘까. 지자체장은 후보 선수’가 아니라리베로’. 축구의 리베로 수비수이면서 공격에도 가담한다. 비상상황 총괄대응을 1차적으로는 부시장(부단체장) 맡되, 단체장은 전체 재난 상황을 점검하면서 적정 개입을 해야 한다. 재난 대응 태세 가운데 소홀할 수 있는 사안과 업무까지 살펴야 한다. 그래서 2단계까지는 단체장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단체장이 쉬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상 근무 태세에서 시장이 여가를 즐겨서 이유는 시장이 18 올린 게시물에도 드러나 있다. “비상 근무 2단계시는 재난 안전실을 중심으로 65 정도가 조를 짜서 근무하고 부단체장은 상황이 있을 단체장에게 통신으로 보고를 하거나 직접 현장에 나갑니다.” 첫째, 일선 공무원들이 주말 없이 일하는 동안 단체장이 휴식할 권리 당연하다는 듯 누릴 수는 없다. 둘째, 단체장이 부단체장에게 통신으로라도 보고를 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은 단체장이 언제든 재난에 대응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은 지난 7 19-33 공무원들과 가진소통공감 토크에서4 근무제 부탁드린다 요청을 “, 퇴직하세요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4 근무제가 도입되어도 재난 상황의 공무원은 6~7 근무하게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의 힘으로 선출되고 계속해서 시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선출직 공무원의 도리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이를 사반세기 넘게 정치를 해온 인사에게 되물어야 하는 것이 대구시의 현실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