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임금체불’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금속노조 조끼입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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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비전문취업비자(E-9)를 얻어 지난해부터 대구 성서공단 한 식품공장에 취직한 A(24), B(25) 씨는 근무하는 동안 공장 사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임금체불도 있었다. 평일 만근, 토요일 8시간 업무에도 최저임금을 받았다.

개인적인 경고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A, B 씨는 고민하다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노조와 함께 투쟁을 시작했다. 노조 상담과 추후 노동청 확인 결과, 임금체불 금액이 각자 900여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노조의 도움으로 기숙사에서 나와 거처를 옮겼고, 이후 사장을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과 성희롱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17일부터 성서공단지역지회는 회사 앞에서 매일 집회도 열었다. 집회에는 인근 공장 금속노조 가입 사업장에서 연대했다. 27일, 결국 사장이 성희롱에 대한 사과, 체불임금 지급 등을 약속했고 성서공단지역지회는 28일 낮 12시 A, B 씨 회사 앞에서 투쟁 승리 보고 집회를 열었다.

투쟁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한 A, B씨는 이날 노조에서 전달하는 조끼를 입으며 소감을 전했다. A 씨는 “앞으로 사장이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에게 사과하겠다고도 했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도 보호를 받을 거 같아 안심된다. 앞으로 옮겨갈 곳은 다른 것보다 그저 좋은 사장님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 씨는 “처음에는 겁도 먹었다, 회사 안에서 다른 (이주노동자) 동료들은 조심하라는 말 정도밖에 이야기하지 못 했다”며 “금속노조와 함께하는 마음이 너무 컸고, 감동했다.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응원해주셔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 등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금속노조로부터 노조 조끼를 받았다.
▲28일 정오 성서공단 한 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가 투쟁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김현봉 금속노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차별,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에 찾아가서 해결하고, 만국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모습도 앞으로 보여주고 싶다. 대구지부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장은 “고용허가제가 아니었다면 한 업체에서 참고 버티고 있을 이유도 없다. 우리가 여기서 외친 것은 노동자가 하나라는 것,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금속노조가 사업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공단 안에서 함께 투쟁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직도 노조가입을 하지 못하는 성서공단 수 만명 노동자에게 금속노조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서공단노조는 민주노총 직가입 노조로 운영됐지만, 지난해 말 전국 단위 이주노동자 투쟁과 금속노조 차원의 이주노동자 운동 확장 등의 고민 속에서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