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8월 5일 25R. 대구FC vs 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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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하는 기대치는 승점 3점이었다. 팬들은 1점도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민낯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선수들의 투혼이 돋보였다. 덕분에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홈팬들의 귀갓길이 침울하지 않았다.

대구FC는 5일(토) 저녁 7시 30분 기세등등한 울산현대를 DGB대구은행파크로 불러 K리그1 25라운드를 치렀다. 경기 전 2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오승훈이 팬과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사진=대구FC 페이스북]

02년생 이종훈이 데뷔 첫 선발 출전했다. 세징야, 바셀루스와 함께 전방에서 오른쪽 윙포워드에 배치됐다. 에드가는 벤치에서 시작했고 출장 정지를 당한 고재현은 응원석에 있었다.

휘슬이 울렸다. 양 팀의 전술이 그라운드에 표현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구 윙백들의 1차 임무는 상대 윙의 저지에 뒀다. 샅바는 움켜쥐었지만 한 발은 뒤로 뺀 형상이었다. 볼은 우리 진영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9분경 울산이 유효슛을 날렸다. 사냥감을 모는 호랑이처럼 우리 골문을 향해 쉼 없이 빈틈을 노렸다. 상대의 기력을 소진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둔 최원권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내심을 강요했다.

20분 우리 문전에서 이진용이 넘어졌다. 울산의 정승현과 충돌했다. 고의적 가격을 의심한 팬들은 붉은색 카드를 연호했다. VAR을 거쳤지만, 노란색으로 확정됐다.

오승훈은 공격수들의 체력 소모를 피하고자 센터백부터 빌드업을 노렸지만,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다. 최원권 감독은 에드가 없이 전반을 버티고 싶었지만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에드가의 조끼를 벗겼다. 29분경이었다. 이종훈의 역할도 멈추었다. 에드가를 향해 롱볼로 배급이 시작됐다. 울산의 홍명보 감독도 교체카드를 꺼냈다. 강윤구 대신 엄원상을 투입했다.

잔뜩 움츠렸던 우리 선수들이 간헐적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매끄럽지 못한 소통은 쉽게 개선되지 못했다. 중원에서 짧은 패스에 능한 이용래와 빈 곳에 찔러주길 원하는 바셀루스의 호흡이 번번이 빗나갔다.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이 한우리에 기거하는 느낌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인 울산도 결정적 찬스는 만들지 못했다. 회심의 한방은 우리 몫이었다. 38분 바셀루스가 역습으로 슛까지 연결했다. 골문을 반 뼘쯤 비껴갔다. 인근에 있던 원정석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전기 충격을 받은 물고기처럼 멘붕에 빠진듯했다.

42분 혼전 상황 중 볼이 골문을 향하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수비 맞고 굴절됐다. 편안하지 못했던 전반이 종료됐지만 수박화채가 근심을 덜어줬다.

후반이 시작됐다. 양 팀 모두 교체선수는 없었다. 분위기를 바꿀 교체 카드 4장은 뒤로 숨겼다. 후반 4분경 볼이 우리 골문을 통과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직전에 있었던 경합이 파울로 선언됐다. 곧이어 이동경의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울산은 선제골 욕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역습 리스크는 감수하는 듯했다. 우리 문전의 혼란스러움이 더해졌다. 오승훈의 관록과 수비진의 헌신이 이어졌다.

울산의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던 후반 18분경 케이타와 장성원을 투입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홍철과 이용래는 주어진 임무를 마쳤다. 굳건한 팔공산성을 공략하기 위해 울산은 센터백까지 수시로 우리 진영에 올려보냈다. 울산 진영을 엿보던 세징야와 에드가까지 내려서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반 22분 홍명보 감독이 감춰두었던 히든카드를 꺼냈다. 주민규와 이청용이었다. 마틴과 이동경이 역할을 마쳤다. 교체된 선수들의 자리 배치가 완료되기 전 대구가 결정적 역습 기회를 포착했다. 후반 24분이었다. 세징야, 에드가, 바셀루스가 동시에 울산 골문을 향했다. 셋 중 누가 때려도 무방했지만, 고향 후배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던 형들의 배려가 아쉬움을 남겼다. 결정적 찬스에 흥분한 바셀루스의 자세가 높았다. 볼은 골문 위로 지나갔다.

고조됐던 열기를 쿨링 타임이 식혔다. 관중석에서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다급한 홍명보 감독은 중앙 수비수 김영권을 우리 진영에 고정 배치했다. 울산 진영엔 조현우뿐이었다. 장성원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후반 29분경이었다. 특유의 폭발적 드리블로 우측을 돌파했다. 다급했던 김영권이 파울로 막아섰다.

후반 33분 울산은 마지막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기희, 조현택이 들어오고 김민혁, 이명재가 나갔다. 대구도 3분 후 이근호와 김강산을 투입했다. 바셀루스와 이진용이 축구화를 벗었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의 분발이 돋보였다. 장성원은 상대 우측을 흔들었고 이근호는 왼쪽에서 슛을 날렸다. 김강산은 중앙에서 치고 달렸다. 한여름 밤의 동화를 만들고 싶었던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버거운 상대였다.

종점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는 쪽은 공세를 편 울산이었다. 후반기 역전당했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울산은 2위 팀들과 격차를 벌리고 싶었다.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울산은 골키퍼를 제외한10명의 선수가 우리 골에어리어 앞까지 전진했지만 킬 체인이 가동된 팔공산성을 넘지 못했다. 오승훈도 200경기 출전은 시간만으로 도달하는 고지가 아님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홈에서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