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중 느는 계명대 동산병원···경북대는 줄고, 대가대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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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소재 상급종합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곤 있지만,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반대로 증가하는 모습이어서 우려를 낳는다. 의료연대본부가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비정규직 현황 집계에 따르면 영남대병원을 제외한 상급종합병원의 비정규직 비중은 3년 동안 감소추세지만, 동산병원은 증가했다. 뚜렷한 감소세인 경북대병원(칠곡 포함), 정체 상태인 대구가톨릭대병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구 소재 상급종합병원 5곳 중 영남대병원을 제외한 4곳이 의료연대 산하 노동조합이다.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노조)가 발표한 ‘대구 상급종합병원 비정규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병원(성서·대구·경주)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총 직원(의사 제외) 3,047명 중 720명으로 23.6%에 달했다. 2021년 22.4%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2022년 20.3%로 주는 듯했지만, 올해 23.6%로 늘었다. 경북대병원이 21년 7.6%에서 22년 7.0%, 올해 6.2%로 감소하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이 16.2%, 16.4%, 16.1%로 정체 상태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산병원의 경우 의사에 간호사까지 제외하면 비정규직 비율은 더 커진다. 2023년 기준 간호사를 제외한 총 직원 1,446명 중 비정규직은 645명(44.6%)이다. 성서동산의료원에서 일하는 응급구조사 19명 중 정규직은 2명 뿐이며, 재활치료사 20명 중에도 정규직은 11명 뿐이다. 심지어 의료조무원, 일반조무원, 조리원, 보육교사, 운전원, 장례지도사는 전부 비정규직이다.

배윤주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경북대병원은 2020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당시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문제는 사립대병원”이라며 “사립대병원 내에서도 의사, 간호사를 제외한 직종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특히 성서동산의료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어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형철 동산의료원분회 분회장은 “동산의료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23%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 산하 병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며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방치하는 동산의료원 사측을 규탄했다.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면 그만큼 노동 강도가 늘어서 환자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가 비정규직 조합원 2,9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의 잦은 이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잦은 이직으로 숙련도가 떨어져서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비정규직의 잦은 이직으로 업무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비정규직의 잦은 이직으로 반복적인 신규직원 재교육으로 부담이 지속된다’는 질문에 80% 이상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면 그만큼 노동 강도가 늘어서 환자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료=의료연대 대구지부)

17일 오전 노조는 동인동 대구 시청사 앞에서 ‘2023년 임·단협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 병원 필수인력 충원, 반노동 윤석열 퇴진’을 결의대회 구호로 삼았다.

노조는 “코로나19를 겪고도 환자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병원에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 병원 필수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현장 실태를 고발한다”며 “이같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핵심 요구안으로 ▲비정규직 철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6명 ▲보건의료 인력기준 마련을 꼽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간호 인력 부족 문제도 고질적으로 언급된다. 곽효선 대가대의료원분회 문화부장은 “대가대의료원 간호사들은 갑작스러운 병가나 사직 등의 이유로 간호사 1인당 환자를 15명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순환 인력이 부족해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5명 정책이 말뿐이 아닌 당장의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장은 “코로나19 3년을 겪고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대구 병원의 현장 실태를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환자, 노동자 모두 안전한 병원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6명, 보건의료 인력 기준 마련, 의료민영화 저지, 노동개악 저지, 반노동 윤석열 정권 퇴진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17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2023년 임단협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