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무더기 정책토론 미개최 결정, 행정심판대 오른다

8건 중 7건 미개최 결정 청구인 대표자들, 행정심판 청구 마쳐
대구시가 밝힌 미개최 결정 사유 불분명···“위법, 부당한 조치”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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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구시의 무더기 정책토론 미개최 결정이 행정심판위원회 판단을 받게 됐다. 정책토론 신청을 주도한 대구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의 결정이 비례의 원칙을 포함한 다양한 행정 원칙을 어긴 행정처분이라면서 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미개최 결정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있어서 행정심판 과정에서 대구시의 조치가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동인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대구시의 일방적 정책토론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대구시는 정책토론청구 제도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시민 토론 청구 장벽을 높이는 ‘개악’을 추진했다. 지난 3월 공식화된 조례 개정은 5월 청구인원수 4배 증가 등으로 결론 났다. 시민사회단체는 조례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 8건의 정책토론을 청구했지만, 7월 대구시는 8건 중 7건 미개최 결정했다. (관련기사=대구시의회, ‘정책토론제도 개악안’ 일부 수정 처리·· “제안 설명 궤변에 그쳐”(‘23.5.1), 대구시, 정책토론 무더기 불가 통보···제도 유명무실화 우려 현실화(‘23.7.7))

정책토론청구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가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힌 미개최 결정 근거가 조례상으로도, 법률상으로도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대구시는 각 청구 대표자에겐 개정 전 대구광역시 정책토론청구 조례 6조 3항 및 8조 2항에 근거해 미개최 결정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해당 조항은 정책토론청구 심의위원회가 정책토론 실시 여부를 심의, 결정할 수 있고(6조 3항),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8조 2항)는 심의·의결 절차를 설명하는 조항일 뿐이다. 조례에도 토론회 미개최 사유는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조례 4조가 청구할 수 없는 대상을 5가지로 밝히고 있지만, 8건의 토론은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7월 11일 대구시는 정책토론청구 청구인 명부를 검증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긴 했지만, 해당 회견에서도 뚜렷하게 미개최 근거가 설명되진 않았다. 대구시는 8건 토론청구 서명부에 중복된 서명이 확인되고, 주소 오기 등이 확인됐다며 ‘불법허위서명’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 7,310명 서명 중 5명의 명의 모용 사례가 있고, 이것이 사문서위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복 서명의 위법성은 대구시 스스로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브리핑에서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중복 서명이 금지되어 있느냐’는 물음에 “금지는 아니”라고 답했다. 모용 사례 역시 청구인 대표자가 허위로 서명을 했다는 근거가 없고, 서명인 중 누군가 다른 정보를 작성하더라도 청구인 대표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 대구시가 문제 삼은 서명을 제외하더라도 청구인원수(300명)를 충족해서 공무 방해의 근거가 희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7건을 불허하면서 여러 이유를 들었다. 주소 불일치를 가짜 주소라고 이야길 하면서 굉장히 악의적으로 표현했다. 3차에 이어 검증을 한 것도 지금껏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일로 대구시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는 기자회견(7.11)에서 국가사무라고도 했는데 7건을 불허하면서 어떤 것이 국가사무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한 것도 아니”라며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대한 토론은 국가사무도 아니여서 어떤 이유로 불허한 건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준표 시장은 그동안 스스로 법을 잘 안다고 자부해 왔다. 스스로 자신의 SNS에 당당히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법원과 경찰, 검찰 등 관련기관뿐 아니라 법제처마저도 홍 시장과 대구시의 법률 해석과 적용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구시는 시민의 정당한 정책토론 청구를 부당한 사유와 가혹한 검증으로 기이한 행동을 한 것과 청구인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불허한 정책토론회 개최를 촉구한다”며 “황순조 실장은 이번 사태를 몰고 온 당사자인 만큼 책임지고 조례를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