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방문 점검원, “인간 이하 임금 조건으로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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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년 동안 관행처럼 미팅 강요, 영업 압박, 계정 갑질, 가스라이팅이 이어졌다. 자가 관리 때문에 (방문 점검원이) 관리하는 계정(방문 점검 일감)은 점점 줄어드는데, 회사는 유류지원비도 식비 지원도 없다. 인간 이하의 임금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 (설은경 코웨이 방문 점검원)

29일 오전 코웨이의 렌탈제품을 방문 점검하는 노동자들이 코웨이 본사에 계정 갑질 근절, 최소계정 최저임금 보장, 점검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대구, 서울, 부산, 광주, 경기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으며, 대구에선 두류동의 코웨이 대구 서부총국 앞에서 진행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코웨이의 ‘코디코닥’(방문 점검원)은 고객 시간에 맞춰 방문해 렌탈 제품을 점검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기본급 없이 점검·영업 수수료를 받으며, 노조에 따르면 계정당 수수료는 7,300원 정도다. 계정이란 코디코닥이 고객을 방문 점검하는 일감을 뜻한다.

코디코닥은 대략 한 달 평균치인 220계정 기준으로 월 160여 만 원의 점검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에서 업무 처리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을 빼면 실제 수령하는 수익은 더 적다. 노조는 “단체협약으로 얻어 낸 통신비 4만 원과 업무지원비 2만 5,000원이 있지만, 올해 상반기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실제 업무에 사용되는 비용은 1인 평균 38만 원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월 160만 원에서 38만 원을 제한 120만 원 정도가 평균 순수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최소 계정의 기준을 정하고, 그 최소 계정에 대한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조성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들은 “고객이 약속 시간에 부재중이면 차에서 다음 고객과 약속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대기시간에 대해 금전적 보상은 없다”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계정 기준이 없는 조건에서 관리자의 갑질 또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생존권을 미끼로 한 영업 강요, 부대공사 추가비용 떠넘기기 등 온갖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전 코웨이의 코디코닥 노동자들이 두류동의 코웨이 대구서부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이소정 방문 점검원은 “대구 황금지국에서 일한 지 2년 된 신입이다. 입사 전 코웨이 고객일 땐 브랜드 이미지가 좋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입사했는데 유니폼, 물품 가방, 뭐 하나 공짜로 주는 게 없다. 게다가 영업 회사인지 점검 회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회의에 들어가면 온통 영업 이야기”라며 “일하며 사표를 두 번이나 썼다. 고객이 12시 반에 오라고 하면 점심도 못 먹는다. 기름값을 주는가, 밥값을 주는가. 회사에서나 고객한테나 우린 항상 을”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우린 육체노동자이자 감정노동자이다. 집에 와도 밤낮 없이 전화가 온다. 회사에 ‘어떻게 일하냐’ 물으면 ‘너의 고객이고, 너의 계정이니 너의 책임’이라는 답만 돌아온다. 그러면서 회사가 불리할 땐 ‘이 계정이 니 계정이냐’며 갑질을 한다”고 덧붙였다.

코웨이 홍보팀 측은 “매년 코디코닥의 점검, 영업 수수료를 인상해 왔다. 특히 2021년에는 점검 수수료를 14.7%로 대폭 인상하는 등 고충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코디코닥은 위임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방문 판매와 방문 점검을 수행하는 자유직업소득자이기에 영업에 대한 언급 없이 선택적으로 점검 업무 만을 내세우거나 그 수수료로 최저임금을 언급하는 건 왜곡된 주장”이라고 전해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