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① 대구·경북 검찰청 ‘제멋대로’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 검증 시작

1,000만 원 넘는 거액 수령증 1장만 남기고 집행
누가, 어떤 이유로 썼는지는 먹칠해 알 수 없어
‘기밀 수사’ 목적으로 ‘엄격하게’ 썼다지만,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는 달라
대구·경북 10개 검찰청 중 2017년 상반기 자료 보유한 곳 없어
10개 검찰청이 보유한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도 제각각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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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1,317만 원.

2017년 12월 21일, 대구지방검찰청에선 누군가에게 한 번에 거금이 건네졌다. 지난해 4월 기준 대구 임금 근로자 월평균 급여가 342만 6,000원. 대구의 평범한 노동자가 넉 달은 일해야 벌 수 있는 거금의 명목은 검찰 특수활동비.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다음과 같이 정히 수령하고, 집행하였음을 확인함”이라고 쓴 집행내용확인서(영수증) 1장만을 증빙자료로 남긴 채 누군가에게 이 돈을 줬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돈을 썼는지는 까맣게 먹칠해 알 수 없게 했다. 대구지검은 2018년 6월 19일에도 1,000만 원을 누군가에게 건넸고,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도 2018년 4월 19일 1,230만 원이 누군가에게 건네졌다. 모두 구체적인 사유와 수령인 정보는 먹칠했다.

1,000만 원 넘는 거액 수령증 1장만 남기고 집행
누가, 어떤 이유로 썼는지는 먹칠해 알 수 없어
‘기밀 수사’ 목적으로 ‘엄격하게’ 썼다지만,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는 달라

거액의 세금을 달랑 수령증 1장만으로 쓰면서, 검찰은 기밀 수사 목적으로 ‘엄격하게’ 썼다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한 전국 6개 언론으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전국 67개 검찰청을 상대로 진행한 검증 취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공동취재단은 오는 14일 확인된 오남용 사례를 일제히 보도할 예정이다.

큰 검증 수고를 하지 않아도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문제는 특활비 기록 불법 폐기 문제다. 뉴스민은 지난 7월부터 전국 67개 중 대구고등검찰청, 대구지방검찰청,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안동지청, 경주지청, 포항지청, 김천지청, 상주지청, 의성지청, 영덕지청 등 10개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 등을 1차적으로 수령했다. 대구·경북 검찰청은 편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2017년 상반기 자료는 모두 ‘증발한’ 상태로 확인된다. 불법 폐기 의혹이 인다.

지난 7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불법 폐기 의혹에 대해 “2017년까진 2개월마다 특활비 자료를 폐기하는 게 원칙이었다”고만 할 뿐 법에 따라 적어도 5년은 보관해야 하는 자료가, 적절한 폐기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사라진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2개월마다 폐기가 원칙이었다는 장관의 설명과 달리 개별 검찰청마다 사라진 자료는 일률적이지도 않다. 기준 없이 검찰청마다 임의로 특활비를 운영하면서 자료 관리도 임의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검찰이 2017년 ‘이영렬 돈 봉투 만찬 사건’ 이후 그해 9월 특활비 관리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히곤 있지만 그전에도 특활비를 사용하는 정부 기관이 따라야 할 정부 지침은 존재했다. 양보해서 9월부터 관리를 시작했다면 9월 이후 자료는 개별 검찰청이 차이 없이 관리하고 있어야 하겠지만, 이 역시 아니다. 대구·경북 검찰청만 해도 10개 검찰청이 제각각 보유한 자료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북 10개 검찰청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도 검찰청마다 제각각이다.

대구·경북 10개 검찰청 중 2017년 상반기 자료 보유한 곳 없어
10개 검찰청이 보유한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도 제각각

대구·경북 검찰청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10곳 중 단 1곳도 2017년 상반기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 2017년 9월부터 자료를 공개한 대구고검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만 하고, 대구지검 역시 “보유하고 있는 2017년 자료를 모두 줬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대구고검과 지검처럼 2017년 9월 이후 자료를 공개한 곳은 포항지청과 의성지청 등 4곳이고, 영덕지청은 2017년 자료가 없다고 했다가, 지난달 11일 준비된 자료 수령 과정에서 “2017년 9월 이후 자료를 찾았다”면서 추후 공개를 약속한 상태다. 경주지청도 9월부터 자료를 공개했지만, 9월 자료 중 8월에 사용한 특활비 4건의 내역이 포함됐다.

서부지청과 김천지청, 상주지청은 더 상황이 나쁘다. 이들 지청은 보유하고 있는 2017년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지만, 사라진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서부지청은 “찾을 수가 없다”며 “폐기 기간이 만료된 건 맞지만, 폐기를 해서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찾을 수 없다”고 말했고, 김천지청과 상주지청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만 반복했다.

안동지청은 유일하게 8월부터 자료를 공개했다. 안동지청은 10개 검찰청 중 유일하게 ‘특수활동비 집행계획(실행예산서)’ 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집행계획 문서는 2018년 1월부터 매월 작성됐고, ▲특수활동비 사용 필요성 ▲예상 소요액 ▲산출근거 등을 작성해 기관장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다.

안동지청 관계자는 “2017년 9월부터 지침이 나와서 2017년 8월부터 자료를 갖고 있다”며 “(집행계획은) 또 다른 지침을 통해 2018년 1월부터 계획을 마련하라고 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 증빙 자료 관리도 차이를 보이는데 경주지청은 카드 전표를 증빙 자료로 보관하고 있는 반면, 포항지청은 임의로 개별 지출 건을 정리한 문서를 증빙자료로 내놨다. 두 곳을 제외한 다른 8개 검찰청은 모두 현금 수령증만 증빙 자료라며 공개했다.

즉, 2017년 9월 이후부터 관리 제도가 마련돼 이전 자료 보관이 미비하다면, 2017년 자료 일체가 없는 검찰청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고, 안동지청처럼 집행계획 문서까지 별도 보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주지청, 포항지청처럼 카드 전표나 지출 정리 문서를 별도 관리하는 등 검찰청마다 관리하는 증빙자료가 다른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처럼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각 검찰청은 해마다 자신들이 쓴 특활비가 얼마인지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별도로 대구·경북 각 검찰청에 201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용한 연간 특수활동비 총액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2017년의 경우 증빙 자료를 보유한 만큼의 금액을 ‘연간 총액’이라며 공개했다. 자료가 없는 서부지청, 김천지청, 상주지청은 당연히 공란이다. 한 지청 관계자는 “2017년 자료가 없어서 그해 총액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공개된 특활비 검증 자료의 오류도 ‘사소한 오기’인지 자료의 누락인지를 확정해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구고검의 경우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수령증에 기재된 날짜가 상이한 것을 두고 “단순 착오 기재”라고 했지만, 착오 기재인지를 증빙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지출내역기록부상 기록된 특활비의 수령증이 누락된 것인지, 수령증이 있는 특활비의 기록부가 누락됐는지, 정말 착오 기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뉴스민도 대구·경북 검찰청의 제멋대로 사용 실태를 14일부터 공개한다.

전국으로 확대된 검찰 예산 검증 작업이 의미를 갖는 건 이같은 검찰의 부실한 예산 사용 실태가 일부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검찰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은 특활비가 ‘떡값’처럼 나뉘어졌다는 국회의원 지적을 두고 “뉴스타파 ‘뇌피셜’일 뿐”이라고 했다. 14일부터 공동취재단이 확인한 전국 검찰청의 제멋대로 특활비 사용 실태에는 ‘공동취재단의 뇌피셜’이라고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연말이니까, 명절이니까, 임기 마치니까, 누가 왔으니까. 떡값 주듯 격려금으로 사용된 특활비 사용 실태는 대구·경북에서도 확인된다. 뉴스민이 확보한 10개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는 지난 69개월(2017년 8월~2023년 4월) 동안 쓴 약 17억여 원에 대한 5,000여 페이지 분량이다. 자료 오류 등을 바로 잡거나 미수령 자료를 고려하면 20억 원이 넘는 돈이 이 기간 대구·경북 검찰청 특활비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도 대구·경북 검찰청의 제멋대로 사용 실태를 14일부터 공개한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