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귀촌 감독이 본 사드배치···다큐 ‘양지뜸’ 첫선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초청

16:00
Voiced by Amazon Polly

경북 성주군을 찾아 참외를 먹고 ‘사드 괴담’이라며 꾸짖은 여당 대표. 민주주의 원칙과 전쟁 위험 고조를 지적하는 주민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전자파 문제로 폄하하며 사드 정식 배치를 압박한 군 출신 정치인이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되는 나라. 국가가 소성리 주민들을 적대시하고, 이들을 희화화하는 여론이 이는 동안 주민 목소리와 얼굴은 가려져 왔다.

다큐멘터리 감독 김상패 씨는 2017년 4월 26일, 사드가 소성리에 배치된 직후 소성리에 귀촌했다. 땅을 600평 빌려 마늘과 콩 농사를 시작했다. 3년 가까운 기간 소성리에 머물며 주민들과 일상을 함께 했다.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로 결정된 초기 상황을 다룬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 소성리로 배치 지역이 좁혀진 시기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도 이미 개봉했다.

사드와 소성리가 점차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져가면서, 김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소성리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가까이 가고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때로는 분노했고, 때로는 평화로웠다.

소성리 주민 일상을 기록하려 소성리를 오간 6년 세월 동안 김 감독이 겪은 소성리와 주민의 진짜 모습이 오롯이 카메라에 담겼다. 김 감독은 카메라 프레임을 불쑥불쑥 드나들며, 미디어가 담지 못한 장면을 영화에서 펼친다. 영화에서 김 감독은 관찰자로만 남아있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는 등장인물이 된다. 한 걸음 더 다가간 곳에서 바라보는 소성리의 모습은 어떨까.

▲ 영화 양지뜸.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14일 시작한 제1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김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양지뜸>이 초청돼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다. <양지뜸> 상영은 15일부터 예정돼 있으며,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는 온라인 상영관 ‘보다(http://voda.dmzdocs.com/index.html)’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소성리에서 울고 웃는 경험을 하면서 소성리가 내게 점점 다가왔고, 일단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농사부터 짓기 시작했다”며 “마을회관 앞이 볕이 가장 잘 드는 양지뜸이더라. 양지뜸에서 펼쳐지는 주민의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양지뜸>에 주민들이 국가 공권력과 충돌하는 장면 노출을 의도적으로 지양했다고 한다. 소성리를 찾는 시민들의 요청으로 자료 영상을 상영했는데, 이를 본 주민들이 힘겨워하며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참혹한 장면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을 많이 했다. 소성리의 일상을 담기로 했다. 참혹한 장면을 넣지 않더라도, 내가 관계를 쌓고 같이 농사짓고 밥 먹은 주민들의 모습에서 사드가 망가뜨린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희화화하고 존중하지 않는 주민들의 모습, 실제 소성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국에서 평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세계 여러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소성리에서 촬영 중인 김상패 감독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