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⑦ ‘내가 쓴 거 아니다?’···지청장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

서부지청, 김천지청, 안동지청서 셀프 수령 의혹
특활비 영수증에서 발견되는 지청장 이름은 왜?
당사자는 “수사활동 관계자에게 나눠줬을 것”

20:00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뉴스민이 확보한 대구·경북 10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자료를 보면, 한 번에 1,000만 원이 넘는 돈이 건네지기도 하고, 기백만 원이 건네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확인이 된다. 이 중에는 각 청의 장, 지청장에게 건네진 돈도 꽤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선 수사에서 거리를 두고 ‘검사장 명을 받아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지청장이 특활비를 수령해 어디에 쓰는 걸까?

대구·경북 10개 검찰청이 공개한 특활비 자료 중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안동지청, 김천지청에서 지청장에게 지급된 특수활동비 내역이 확인된다. 검찰이 미처 다 가리지 못했거나 허술하게 가린 증빙자료에서 확인되는 정보여서 실제는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영수증 일부에서 수령인 서명란에서 지청장 이름이 확인된다. 이준엽 지청장의 서명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서부지청에서 가장 많은 내역이 확인된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 사이 특활비 현금 수령 영수증 중에는 수령인란에 당시 지청장의 이름이나, ‘지청장’ 이라 적힌 문서가 여러 건 확인된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사례만 19건, 합계 1,386만 원의 영수증 수령인에 지청장 이름이 적혔다.

이 기간 서부지청장은 이준엽 검사. 같은 기간 서부지청이 사용한 전체 특활비 5,373만 원의 25.8%에 해당한다. 적어도 서부지청 특활비의 ¼이 지청장에게 전달됐다는 뜻이 된다. 특히 2022년 6월 30일에도 100만 원이 지청장에게 지급됐는데, 이때는 고위 검사 인사 발표 후 이틀 뒤다. 이 검사는 7월 4일자로 서부지청장에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전보 발령이 난 상태였다.

지청장을 포함해 검사 3~4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청의 경우 지청장이 직접 수사 업무를 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서부지청은 상황이 다르다. 서부지청은 대구·경북 검찰청 중 대구지검 다음으로 많은 검사가 근무하는 검찰청이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검사 근무인원은 대구지검 58명, 서부지청 29명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돈을 받았는지는 검찰이 먹칠해 가렸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지청장에게 특활비가 지급됐는지는 이 자료만 놓곤 알 수가 없다. 검찰은 “특수활동비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수사에 사용되는 경비’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정보 비공개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기관장에게 사실상 ‘셀프 지급’한 이 같은 사례는 특활비가 실제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에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공교롭게도 이 지청장은 2020년 2월부터 8월 사이 김천지청장으로도 일했는데, 이 기간 김천지청 특활비 수령 영수증에서도 지청장이 수령한 영수증이 2건 확인된다. 6월과 8월 각 40만 원씩 합계 80만 원이다.

이준엽 지청장은 관련한 <뉴스민> 질의에 “특활비 수령자가 저로 되어 있더라도 제가 사용하진 않는다”며 “당시 수사활동 관련자에게 나누어 지급했을 거다. 검사에게 매번 직접 수령증을 받지 않는다. 실무관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 일일이 수령증을 작성하지 않고 간부나 제가 합해서 서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수령 서명은 자신이 했더라도 실사용자는 자신이 아니라는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이 지청장 설명은 기획재정부 지침과 2017년 이영렬 돈봉투 만찬 파동 이후 특활비 사용에 있어 최소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검찰이 마련한 개선 방안에 부합하지 않는다.

해마다 기획재정부가 정부가 법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활비를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도록 정해뒀다.

또 대검이 2017년 9월 각 지방검찰청으로 전달한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기관장이나 부서장 책임 하에 특활비 집행일, 금액, 지급대상자, 지급사유 등을 기재한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를 5년간 작성, 보관해야 한다. 즉 이 지청장 말대로 수사 관련자들에게 지급했다면 그들이 서명한 증빙자료를 마련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미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보공개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은 검찰총장이 법무부로부터 특활비를 받으면 더 이상의 자료는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론 총장 비서실이 관리하면서 직접 수령한 사람에게 영수증을 다 받았다”며 “지청장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특활비 집행에 대한 기재부와 검찰청의 지침에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관리하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지청장의 말 말곤 없게 된다”며 “실제 수행자에게 지급하라는 게 기재부 지침이고 검찰총장도 직접 쓰는 사람에게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관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부지청과 김천지청 외에도 안동지청에서도 2022년 3월부터 9월 사이 집행된 특수활동비에서 지청장 서명이 담긴 수령 영수증이 확인된다. 합계 7건, 140만 원이다. 이 기간 안동지청은 매달 두 차례 2명과 3명으로 나눠 20만 원씩 합계 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지급의 제일 앞단에는 매번 지청장 서명이 들어간 영수증이 자리했다.

안동지청 공보검사는 관련한 문의에 “구체적인 사안은 알지 못하고, 관련 내용은 대검으로 문의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이상원, 박중엽, 김보현, 장은미 기자 /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