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돼지머리는 빼고 유엔인권위 ‘무슬림 인권침해 우려’ 질의 답변

유엔인권이사회는 돼지머리 게시 우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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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이사회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과정에서 무슬림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한국 정부가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돼지머리 등 돼지 사체 게시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문제 관련 유엔인권이사회에 전달한 정부 측 답변

지난 5일 유엔인권이사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의 답변 원문에 따르면 정부는 “북구청은 주민들과 사원 간 4차례 조정회의와 3차례 갈등관리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답변서 제출 시점에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현수막은 게시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는 “문체부는 대구시와 북구청 등을 만나기 위해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경찰관을 파견하는 등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는 종교적, 신념적 소수자에 대한 존중 방안 등의 질문에 “국가인권위 진정 제도 등 구제 절차를 통해 사회 전반의 평등 원칙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사안과 무관한 일반적 제도에 대해 답변한 것이다.

정부 측 답변이 알려지자 대구북구이슬람사원문제의평화적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는 “무성의한 소명이자 거짓 소명”이라는 반발했다. 대책위원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성의 없고 부실할 뿐만 아니라 거짓 소명을 한 북구청과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대구시나 북구청은 공사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돼지머리가 공사장 바로 앞에 전시되어있는 엽기적인 상황에서 처리를 요청해도 소관 사항이 아니라며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정으로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인종차별과 종교차별 등 혐오와 갈등 속에서 시름하는 동안 정부는 단 한 차례도 공식적 입장이나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출 시점에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이 없다고 한 답변과 관련해서는 “명백한 거짓 해명으로, 지속적으로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이번 답변을 반박하는 서면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조만간 예정된 대한민국 유엔자유권규약심의에서 실태를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한국은 UN의 자유권규약에 가입된 나라이고, 이 규약은 법률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정부는 UN에 제출하는 답변서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답변을 한 것으로, 이는 여전히 북구청과 중앙정부는 이슬람 사원 문제 근본적 해결 문제를 위한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이 문제 출발점은 북구청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일인만큼 지급이라도 반성하고 성찰하고 책임있게 화합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