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세계잉여금, 어디다 쓸까···경산주민대회 요구안은?

22일 경산주민대회 시민 100여 명 참여
일자리 창출, 지역화폐 환급, 대중교통 개선 순 요구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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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규모의 경북 경산시 순세계잉여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시민들이 모여 주민대회를 열고 토론과 투표를 통해 순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을 선정했다. 투표 결과, 일자리 창출, 지역화폐 등으로 환급, 대중교통 개선 등 순으로 나타났다. 순세계잉여금이란 당해 실제 총세입 중 실제 지출액, 이월액, 보조금 집행잔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세금을 말한다.

22일 오후 3시 경산 남매지못 수변광장에서 열린 ‘주민에게 권력을 2023 경산 주민대회’에는 시민 약 100명이 참석했다. 주민대회는 시민 발언, 공연, 토론과 투표 순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순세계잉여금을 시민을 위한 행정과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그 활용처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모으자는 취지로 주민대회를 열었다.

▲22일 오후 3시 경산 남매지못 수변광장에서 열린 ‘주민에게 권력을 2023 경산 주민대회’에는 시민 약 100명이 참석했다.
▲22일 오후 3시 경산 남매지못 수변광장에서 열린 ‘주민에게 권력을 2023 경산 주민대회’에는 시민 약 1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10개 요구안을 도출하고 해당 정책의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최종 투표에는 83명이 참여했으며, 1명당 선호하는 정책 3개를 선정해 투표했다.

투표 결과, 순세계잉여금 사용처로 일자리 창출(45명, 54.2%), 지원금 또는 지역화폐로 환급(41명, 49.4%), 대중교통 증설과 개선(28명, 33.7%), 농민 수당 및 농업예산 확대(26명, 31.3%), 어린이 체험 및 문화시설 확충(23명, 27.7%), 육아 예산 대폭 확대(18명, 21.7%), 집단급식노동자 예산 및 인력 확보(18명, 21.7%), 중고등학교 증설(17명, 20.5%), 생활체육시설 확충(17명, 20.5%), 안전설비 확충(16명, 19.3%) 순으로 나타났다.

주민 6명은 직접 발언에 나섰다. 시각장애인 이진이(동부동, 42) 씨는 “직장을 다니다가 중도에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러니 사회복귀를 할 수 없었다. 대구에서 안마를 배우고 있지만 경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도 취직하거나 교육받을 때 대구까지 가지 않고 경산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은정(북부동, 45) 씨는 “주민 요구가 행정에 반영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아이 셋 낳는 동안 세금만 냈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관심이 부족했다”며 “우리 동네에서 엄마들과 아이스팩 재활용 문제를 시에 건의했는데 안 하려 던 시가 결국 사업을 하게 되더라. 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경산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놀이시설과 체험시설,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당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故 정유엽 씨 아버지 정성재(동부동, 55) 씨는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도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과 생명보다 당리당략에 전념하는 정치와 행정을 보며 수없이 좌절했다”며 “민간 의료 위주의 의료 시스템을 바꿔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열악한 경산 의료기관을 개선해 의료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경산의료원 설립이 필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택배노동자 김찬수(압량읍, 45) 씨는 특수고용노동자 쉼터 마련을, 대학생 조재윤(진량읍, 25) 씨는 대학생을 구성원으로 여기는 정책과 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했다. 농민 최한철(동부동, 52) 씨는 도농 간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주민대회 결과를 경산시 면담을 통해 전달하고 정책 반영과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22일 경산주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